책소개
매일의 위기 속에서도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현실 속 게임 기획자 이야기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직업의 시대가 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시리즈 〈일이 삶이 되는, 일이삼 시리즈〉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일이삼 시리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삶에서 일을 발견하고, 일로써 삶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세계를 담은 직업 에세이다. 이번에 출간된 『게임 기획자의 일?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드는』을 시작으로, 〈일이삼 시리즈〉는 ‘워라밸’과 ‘워라블’ 사이를 오가며 일과 삶의 의미를 묻는 독자들과 더불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것이다.
〈일이삼 시리즈〉의 첫번째 책은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 겸 디렉터 최영근의 『게임 기획자의 일』이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게임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200조 원대, 한국에서만 15조 원대 규모로 성장해 21세기 메인스트림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15~20년 만에 일어난 이 변화를 겪으며 ‘어쨌든 모두 게임 탓’을 하던(“‘게임은 마약이다’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게임 개발자들은 자조적으로 ‘우리는 마약 제조자다’라는 말을 씁쓸하게 하곤 했죠”, 22~23쪽)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는 얼떨떨해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게임 회사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게임 기획자의 일』은 이 두 부류의 독자를 아우르며 게임 기획의 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들려줄 것이다.
18년 차 현업인으로서 게임 업계와 게임 산업, 그리고 그 안에 속해 있는 게임 기획자라는 직업의 현실을 그려내는 이 책에는, 게임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던 저자 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이 담겨 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언뜻 낭만적으로 보이겠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저자는 말한다. 쉬는 동안 게임을 하면서도 그 게임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성공한 게임을 보며 시기심을 느끼다 보면 일과 삶의 경계는 희미해지기 일쑤다. 이런 현실 속 이야기를 통해서, 『게임 기획자의 일』은 독자들로 하여금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묻게 한다. 여기에 게임 기획자 직군 안에 속하는 다른 직무들(시스템 기획자, 레벨 디자인 기획자, UI/UX 기획자 등)과 사업 프로젝트 매니저의 인터뷰 6편을 더해 다양한 직무를 조명하는 한편,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임 업계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보다 다채롭게 담아냈다.
밖에서 바라본 게임 개발은, 우리가 사랑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낭만적이고 매력 있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 끔찍할 만큼 많은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일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 시시각각 나를 파괴하려 드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정신을 가다듬고 버텨나가야 합니다. 〔……〕 만약 게임을 좋아한다면 이것이 직업이 되었을 때 내게 행복을 가져다줄지, 정신의 파괴를 가져다줄지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제 정신은 반은 파괴돼 있고 나머지 반은 환희를 느끼는 이상한 상태랍니다. (211~212쪽)
목차
들어가며
1부 ‘게임’ 회사와 게임 ‘회사’
1장 만악의 근원에서 종합 예술로
2장 “신입 개발자가 들어왔습니다”
3장 결국, 게임 회사도 회사다
4장 게임이라는 대중 예술
인터뷰 사업PM 김규만
2부 게임 기획자의 업무
5장 즐기는 것과 만드는 것의 차이
6장 시작은 시스템과 장르에 대한 이해부터
7장 ‘게임 개발’ 안에서의 ‘기획’
8장 스토리를 다루는 게임 기획자
인터뷰 레벨 디자인 기획자 이용태
UI/UX 기획자 박철민(가명)
3부 게임 회사 취업 뽀개기
9장 게임 기획자가 갖춰야 할 것들
10장 게임 회사‘들’
11장 포트폴리오? 포트폴리오!
12장 당신의 평범한 성장 과정은 필요 없다
팁1 나는 어떤 회사로 가야 할까
팁2 신입 기획자 A님의 고민
인터뷰 시나리오 기획자 김호식
사업PM 김상민
4부 실무에 필요한 게임 시나리오란
13장 게임 시나리오 연습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인터뷰 시스템 기획자 김우진 204
저자
최영근 지음
출판사리뷰
게임이 좋다고 만드는 것까지 즐거운 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게임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난 게임 좋아하고 이야기 만드는 거 좋아하니까 게임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어야지!” 이런 결심과 꿈 자체는 훌륭한 동기부여가 맞습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_66쪽
저자는 게임 기획자를 가리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라 말한다. ‘이런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를 비롯한 협업자들과 공유하고 하나의 일관된 결과물로 완성해나가는 데에는, 게임 시스템과 장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짜인 구체적 작업 명세서가 필수다. 수백 명이 관여하는 “대규모 제작 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게임 기획자의 자질로, 저자가 ‘구체화’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꾸준히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게임 기획자를 지망한다면 자신의 아이디어가 게임에 반영되는 상상을 하겠지만, 자동차 운전과 제작이 다르듯 게임 플레이와 게임 기획은 완전히 다르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 이상의 스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높게는 경쟁률이 몇백 대 1을 기록하는 게임 회사 공채에서 모집 요강에 맞게 자료를 제출하는 지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자신의 스킬을 증명할 기회를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놓치고 있는지, 게임 회사 취업 준비에 참고할 책이 얼마나 드문지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포트폴리오와 역기획서, 이력서와 면접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현장에서 자신이 마주한 경험과 사례를 통해 실용적인 팁과 노하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유저의 흥미진진한 게임 속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게임이 더 많은 협업을 필요로 할수록, 게임을 만드는 일은 엄연한 현실이며 고통의 연속이 된다. 프로젝트의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장치를 더하고 싶어도 일정상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메일 함에는 수정 요청이 쌓여만 가며 회의는 끝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임 세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론칭 해 ‘재미있다’는 유저들의 평을 읽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각오와 고난이 따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건네는 응원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