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숙명여대 이정옥 교수가 쓴 『로맨스라는 환상―사랑과 모험의 서사』는 12세기 로맨스의 발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로맨스의 전개 양상 및 그 변용 과정을 살펴본다. 책의 1부에서는 12세기 궁정풍 사랑에서 출발한 로맨스가 19세기 낭만적 사랑을 거쳐 정숙한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살폈다. 2부에서는 20세기에 등장한 할리퀸 로맨스와 싱글녀 로맨스를 중심으로, 서구 로맨스가 유입되어 한국의 사회문화에 맞게 변모하는 양상을 병치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3부에서는 로맨스의 구조 변동이 급격하게 시작된 2010년경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사랑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흥미진진하게 살폈다. 또한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동시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춰진 상황에서, 서구 로맨스와 한국 로맨스가 발을 맞춰가며 급변하는 형국이라 주제별로 묶어 접근했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1부 로맨스의 발생, 궁정풍 사랑과 낭만적 사랑
1. 로맨스의 탄생, 기사도 로맨스와 궁정풍 사랑
로맨스의 탄생 과정 | 사랑을 통해 고귀한 기사로 거듭나다 | 명예를 중시한 기사도 로맨스
2. 낭만적 사랑, 정념과 열정적 사랑의 교집합
궁정풍 사랑에서 낭만적 사랑으로 | 죽음으로 완성된 정념의 서사-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 사랑을 사랑한 남자와 사랑에 헌신한 여자-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전설
3. 낭만적 유토피아, 낭만적 사랑을 품은 결혼
동반적 결혼과 가정여성 | 낭만적 유토피아의 발명 | 가정소설, 낭만적 유토피아의 전유
2부 여성화된 로맨스, 여성 욕망의 투사물
1. 할리퀸 로맨스와 로맨스 장르의 공식
할리퀸 신드롬과 그 파장 | 여성의 성적 욕망과 할리퀸 로맨스 | 할리퀸 로맨스, 낭만적 사랑에 대한 여성 판타지
2. 싱글녀 로맨스, 자기 계발 담론과 낭만적 사랑의 혼종
‘칙릿’이라는 이름의 싱글녀 로맨스 | 자기 계발 담론과 대중적 페미니즘 | 낭만적 사랑과 자기 계발의 균열
3. 싱글녀들의 로코가 블랙 코미디인 이유
위기 속의 위기, 위기 속의 변화 | 골드미스를 꿈꾸지만 현실은 골병미스 | 싱글녀들의 로코는 블랙 코미디
4. 운명적 사랑의 서사는 왜 이율배반적인가
운명적 사랑과 로맨스의 균열 | 운명적 사랑의 종언과 사랑의 유동성 | 운명적 사랑에 대한 이율배반적 집착과 여성의 악녀화
5. 로맨스와 여성 욕망의 정치
여성의 욕망과 로맨스 다시 쓰기 | 여성 욕망의 정치와 가부장제의 공모 | 여성 욕망의 정치를 구현하는 방식
3부 현대적 사랑, 로맨스에서 친밀성으로
1. 연애의 무게와 썸의 경제학
연애의 분절화와 썸의 발명 | 썸, 개인화 사회의 신-연애 시스템 | 무거운 연애와 가볍게 썸 타는 사이
2. 개인화 사회의 액체사랑
낭만적 사랑과 액체사랑 | 개인화 사회, 무한 경쟁의 공포사회 | 액체사랑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
3. 낭만적 사랑으로부터의 탈주
낭만적 사랑과 로맨스의 영토화 | 낭만적 사랑과 여성의 개인성 배제 | 낭만적 사랑에서 탈주하는 여성들
4. 운명적 사랑에 대한 집착이 지독한 착각인 이유
보편주의가 불편한 이유 | 운명적 사랑과 신뢰할 수 없는 기억 | 보편주의적 유권해석의 지독한 착각
5. 로맨스에서 친밀성으로 전환 중
사랑 이야기와 관계 이야기 | 결혼의 위기와 로맨스의 균열 | 친밀성, 새로운 사랑의 온도계
6. 여성서사, 자아 탐색의 모험
여성서사와 로맨스 | 여성서사, 개인 여성이 추구하는 자아 탐색의 로맨스 | 여성서사, 여성의 ‘천의 얼굴’
참고문헌
저자
이정옥 (지은이)
출판사리뷰
궁정풍 사랑에서 낭만적 사랑, 할리퀸 로맨스를 거쳐
썸의 등장과 친밀성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서사를 키워드로 읽는 로맨스 이론서
낭만적 사랑의 환상으로부터 탈주하여,
주체적인 개인 여성으로서 자아 탐색을 떠나는 다채로운 로맨스 읽기
오늘날 한국 대중문화에서 로맨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고, 넷플리스 등을 비롯한 세계적 플랫폼의 영향으로 로맨스에 대한 관점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으며 이해할 만한 로맨스 관련 이론서는 전무한 실정이며, 로맨스에 대한 인식 역시 낭만적 사랑의 신화화를 로맨스의 정수라 오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숙명여대 이정옥 교수가 쓴 『로맨스라는 환상―사랑과 모험의 서사』는 12세기 로맨스의 발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로맨스의 전개 양상 및 그 변용 과정을 살펴본다. 로맨스의 발생과 그것이 변화해온 과정은 개인의 탄생과 관련이 깊다. 중세의 기사도 로맨스와 근대 낭만적 사랑의 로맨스에서 사랑과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은 대부분 개인 남성이었다. 이에 반해 여성들은 무사로서의 재능을 발견하여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기사로 성장하도록 돕는 귀부인이거나, 초월적 세계로 모험을 떠나 혁신을 도모하게끔 남성을 고양시키는 뮤즈이자, 사랑에 헌신하는 아름다운 연인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의 여성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낭만적 사랑을 전유하여, 가부장제의 고달픈 일상을 위로해주는 교환적 보상과 보복을 품은 사랑에 대한 미학적 판타지를 추구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여성들은 낭만적 사랑의 환상으로부터 탈주하여, 주체적인 개인 여성으로서 자아 탐색을 떠나는 열망과 환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런 맥락에서 ‘로맨스라는 환상’이란 책의 제목은 다층적인 질문을 내포한다. 그간 로맨스romance는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운명적인 단 한 사람과 만나 평생을 함께한다는 낭만적 사랑을 기본 값으로 설정해왔다. 아울러 로맨스the romance는 오랜 시간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모험의 서사로 변주되며 인류 보편적인 사랑으로 각본화됐다. 그러나 성과 사랑, 연애와 결혼 등에 관한 전통적 규범이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연애 관습과 결혼 제도를 탐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환상으로서의 로맨스는 과연 보편적이고 영원불변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환상인지, 오랫동안 왕성한 생명력을 유지해온 비법은 무엇인지, 사랑과 결혼보다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는 오늘날의 로맨스는 어떤 함의를 갖는지, 다양한 성 정체성이 가시화되는 시대에 이성애 중심적인 로맨스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로맨스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는 웹 로맨스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등 수많이 질문이 떠오른다. 작은 시냇물이 모여 큰 강물을 이루듯, 이런 질문이 모여 로맨스 담론이 활성화될 것이다.
책의 1부에서는 12세기 궁정풍 사랑에서 출발한 로맨스가 19세기 낭만적 사랑을 거쳐 정숙한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살폈다. 2부에서는 20세기에 등장한 할리퀸 로맨스와 싱글녀 로맨스를 중심으로, 서구 로맨스가 유입되어 한국의 사회문화에 맞게 변모하는 양상을 병치하는 식으로 구성했다. 3부에서는 로맨스의 구조 변동이 급격하게 시작된 2010년경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대적 사랑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흥미진진하게 살폈다. 또한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동시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춰진 상황에서, 서구 로맨스와 한국 로맨스가 발을 맞춰가며 급변하는 형국이라 주제별로 묶어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