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의 숲을 향한 지극한 응시
시대적 고뇌와 반성적 사유가 빚어낸
17년 만의 성민엽 다섯번째 평론집
『문학과사회』 동인이자 문학평론가 성민엽(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의 새 비평집 『문학의 숲으로』가 출간되었다. 17년 만에 새로 묶은 이번 비평집에서는 전작에서 주제의 통일성을 위해 제외한 시론과 소설론부터 이후 새로 쓴 글까지 함께 엮었다. “문학의 숲으로”라는 제목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어느 날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학의 숲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은 그곳에 도달하리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숲으로 형상화된 초월적 자연 앞에서 지극한 고양과 황홀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황혼이 내린 후 날개를 펴는 올빼미(부엉이)를 마주해야 한다. 미네르바에게 밤에 깨어 있는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이었으며, 헤겔은 올빼미를 세상이 어둠에 휩싸일 때 필요해지는 철학에 비유했다. 저자는 이를 다시 문학의 숲으로 가져온다. 그에게 어두운 숲속에 나타난 올빼미는 창작이 이뤄진 자리를 재차 살피고 다지는 비평이며, 루쉰의 부엉이가 그랬듯이 어둠의 세계에 저항하는 악성(惡聲)의 주인이다. 문학비평에 주어진 몫은 헤겔의 올빼미, 루쉰의 부엉이, 그리고 미네르바 본래의 올빼미가 문학의 숲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목차
제1부 시에 대하여
겨울의 삶과 상상력-최하림과 이시영
부정성의 언어, 그 사회적 의미-기형도론
해방을 꿈꾸는 내성의 시-김지하론
김지하의 문학과 사상-김지하론
변형 의식의 위기와 우울한 성찰-황인숙론
빈 들의 체험과 고통의 서정-고진하론
황지우의 길, 벗어남과 돌아옴의 변증법-황지우론
난해한 사랑과 그 기법-황동규론
일탈의 시학-김중식과 이문재
몸의 시학, 역동적인 에로스-김혜순론
비극적 낭만주의의 깊이-김명인론
자연과 정신의 비의적 서정-양진건론
기쁨의 언어, 해방의 시학-정현종과 황동규
두 개의 시간-김광규론
김수영의 「풀」과 『논어』-김수영론
시선의 시학-최승호론
몸의 언어와 삶의 진실-이성복론
고고학적 상상력과 시-허수경론
사랑 이후의 열기와 닫기-곽효환론
성찰과 위안의 리듬-오은론
따뜻한 우울의 최면-김행숙론
제2부 소설에 대하여
윤리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이청준과 김원일
폭력의 시대와 그 성찰-이순원과 정찬
리얼리즘의 넓은 길-이원규와 홍성원
최인훈 혹은 남북조시대의 소설-최인훈론
세 개의 젊은 소설적 개성과 신세대 소설-배수아, 송경아, 박성원
전위적 소설의 세 모습-박상륭, 이인성, 송경아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연작의 현재적 의미-윤흥길론
고향 찾기 혹은 화해의 서사-김원일론
말과 삶의 화해가 뜻하는 것-이청준론
새로움의 진정한 의미-박성원, 김환, 박청호, 김연경, 강동수, 김설, 박무상, 최대환, 김미미, 김현주, 김운하, 윤형진, 류가미
피폐한 인간에서 온전한 인간으로-김용성론
과잉의 미학-김록론
비관 뒤에 숨은 것-은희경론
불안과 위안의 변증법-강영숙론
장르 너머의 소설-이갑수론
시간과 싸우는 법-황동규와 이청준
제3부 비평에 대한 관찰
김현 혹은 열린 문학적 지성-김현의 비평에 대하여
비평적 진정성의 힘-김인환의 『상상력과 원근법』과 오생근의 『현실의 논리와 비평』에 대하여
진실의 변증과 문학적 지성-김병익의 비평에 대하여
동양의 특징은 감정인가-김우창의 「문학과 존재론적 전제」에 대한 토론
유통과정의 안인가, 유통의 배후인가-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
비평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에 대하여
보편성을 향해 움직이는 정신-김주연의 비평에 대하여
비판적 인문주의는 무엇을 비판하는가-김주연의 「지식 너머의 진리와 권력」에 대한 토론 오래된 질문의 새로움-염무웅의 『문학과 시대현실』에 대하여
영화 「라쇼몬」과 원작 소설에 대하여-장경렬의 라쇼몬론에 대한 재토론
저자
성민엽
출판사리뷰
『문학과사회』 동인이자 문학평론가 성민엽(서울대학교 중문과 교수)의 새 비평집 『문학의 숲으로』가 2021년 12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산업화 시대에 문학을 익힌 세대로서 한국 문단의 비판적 성찰을 수행해왔다. 1980년대 언어와 현실의 관계를 과학적 방법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지성과 실천』에서 출발해, 당대 사회와 언어의 문제적 상황과 연관성을 해명해낸 『문학의 빈곤』을 지나온 성민엽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통해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한국 문학의 굵직한 흐름을 조명하며 ‘진정한 문학’에 대한 반성적 사유에 도달한다.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의 수상 이력은 40년간 끊임없이 문학의 자장에 머물고자 했던 그가 이뤄낸 성취일 것이다.
17년 만에 새로 묶은 이번 비평집에서는 전작에서 주제의 통일성을 위해 제외한 시론과 소설론부터 이후 새로 쓴 글까지 함께 엮었다. “문학의 숲으로”라는 제목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오는 어느 날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학의 숲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은 그곳에 도달하리란 결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숲으로 형상화된 초월적 자연 앞에서 지극한 고양과 황홀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황혼이 내린 후 날개를 펴는 올빼미(부엉이)를 마주해야 한다. 미네르바에게 밤에 깨어 있는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이었으며, 헤겔은 올빼미를 세상이 어둠에 휩싸일 때 필요해지는 철학에 비유했다. 저자는 이를 다시 문학의 숲으로 가져온다. 그에게 어두운 숲속에 나타난 올빼미는 창작이 이뤄진 자리를 재차 살피고 다지는 비평이며, 루쉰의 부엉이가 그랬듯이 어둠의 세계에 저항하는 악성(惡聲)의 주인이다. 문학비평에 주어진 몫은 헤겔의 올빼미, 루쉰의 부엉이, 그리고 미네르바 본래의 올빼미가 문학의 숲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1부 시에 대하여〉는 김수영, 김지하, 최하림으로 시작해 김행숙, 오은으로 이어지는 스물한 편의 시인론을 통해 한국 시단의 주요한 흐름을 살펴본다. 「부정성의 언어, 그 사회적 의미」는 고통과 부정의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현실의 거짓 긍정을 전복시킨 기형도의 짧았던 생애를 기록한다. 김혜순, 황인숙, 김행숙의 시인론에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치열한 언어로 시적 독자성을 획득해온 여성 시인의 계보를 엿볼 수 있다.
〈제2부 소설에 대하여〉는 열여섯 편의 소설론을 매개로 한국 소설의 좌표를 가로지른다. 최인훈, 이청준, 김원일 등 격동의 시대에서도 탐색을 멈추지 않은 작가들과 놀라운 전위의 감각을 보여주었던 홍성원, 박상륭, 이인성을 통해 당대 소설가의 동시대적 문학에 대한 고민을 가늠해본다. 「새로움의 진정한 의미」는 1990년대 중·후반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첫 출현부터 이미 낯선 존재의 징후를 내비친 은희경과 배수아 소설론에서 여전히 유효한 문학의 현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제3부 비평에 대한 관찰〉은 김인환, 김병익, 김주연 등 한국 문학비평을 이끌어온 이들의 궤적을 훑어보며 문학비평이 온당히 수행해야 할 역할을 되묻는다. 특히, 「김현 혹은 열린 문학적 지성」은 우상화되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김현 비평에 대한 정당한 이해와 비판적 해석을 도모한다. 2000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 진행된 가라타니 고진의 발제에 대한 토론, 그리고 영화 「라쇼몬」을 다룬 마지막 글은 비단 문학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는 비평의 자리를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