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연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각종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김애란. 그녀의 두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가 출간되었다. 2005년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발표,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은 그녀는 ‘무서운 아이’, 신선한 파란 등 변화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대변된다. 작가 김애란의 전작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는 위트 넘치는 문체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문단의 찬사를 받은 첫 창작집 이후, 김애란 소설은 더 몸을 낮추고 더 낮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전작들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편의점과 원룸 역시 세련된 일상과는 거리가 먼 조금은 남루한 자리였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여인숙(「성탄특선」)과 반지하 방(「도도한 생활」)이 이번 소설들의 공간이 되었다. 더 낮고 누추한 자리에서부터 그녀의 소설적 상상력은 가동된다. 동시대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개인성의 균열과 심연을 탐사하고, 그 안에서 실존의 지리학과 우주적 공간을 발견하는 상상적 모험을 펼쳐 보이는 김애란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등 주옥같은 소설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아이러니한 각 단편들의 제목들은 작가가 그리는 비루한 일상을 더 아프게 드러낸다. 지상의 방 한 칸마저 끝내 허락되지 않는 가난한 연인에게 매해 역병처럼 돌아오는 성탄절은 특선이라 할 수 없고, 물이 들어차는 방 안에서 연주하는 피아노는 도도하기는커녕 비애가 뼈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그려내는 단물처럼 입 안에 고이는 이야기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목차
도도한 생활
침이 고인다
성탄특선
자오선을 지나갈 때
칼자국
기도
네모난 자리들
플라이데이터리코더
해설_나만의 방, 그 우주 지리학·이광호
작가의 말
저자
김애란 (지은이)
출판사리뷰
통속을 걷어낸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 그녀의 신작 소설집.
다시, 김애란이다!
그렇고 그런 일상에 단물처럼 고이는 이야기들…
슬픔도 담담하게 쓸쓸함도 유머러스하게~
왜, 김애란인가. 2005년 말, 그녀는 문단과 각종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산창작기금 수혜부터 최연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소식, 그리고 첫 소설집 출간. 인터뷰 기사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단과 언론은 그녀를 반겼고, 그녀와 관련된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하여 그해를 정리하는 기사에서는 “한국 문단이 거둔 최대의 수확 중 하나”로 평가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일보에 실린 ‘2005 문화 검색어 톱 10’의 다섯 번째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 기사의 첫 문장은 “올 문단의 화두는 세대교체였다”로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관심은 그 다음 해인 2006년에도 식지 않았고, 2006년에 주목하는 작가로 다시 한 번 그 열기를 이어갔다.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는 2005년 ‘올해의 책’으로 『달려라, 아비』를 꼽으며 김애란의 소설에서 세상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외국 소설의 범람 속에서 대단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 소설들에서 1980년대생 작가들은 자신을 ‘버린’, 그래서 늘 불면의 밤을 보내게 만든 아버지와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이는 불가해한 세상을 사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를 찾아갈 것이다. 이는 내년, 나아가 21세기 우리 사회를 읽는 중요한 키워드다.”
김애란은 영상세대의 새로운 문법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 전통적인 소설문법에 충실한 작가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김동식 씨는 김애란 씨의 이러한 특징을 “전통적인 소설의 표정을 지은 채로 소설의 전통적인 문법을 그 내부로부터 허물어뜨리는 작가”로 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문학의 위기’ ‘소설의 위기’ 운운했던 2000년대,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신인에 목말라 있던 우리 문단에 80년대생 젊은 작가의 이토록 흡입력 있는 작품은 신선한 청량제처럼 다가온 것이다.
첫 소설집 이후 2년이 지났다. 다시 그녀의 새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그녀를 향한 또 다른 평가가 기대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녀가 두 번째 소설집 『침이 고인다』로 이야깃거리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 다시, 김애란이다.
우리가 김애란에게 기대하는 것들
김애란은 수식어가 많은 작가 중 한명이다. ‘무서운 아이’ ‘80년대생 소설가의 선두주자’ ‘문단의 샛별’ ‘신선한 파란’ 등 변화를 상징하는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최연소라는 수사 주위에서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것을 응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이름 앞으로 쏟아진 다른 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여 그녀는 그러한 주변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신화가 아닌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그녀였다. 그 후 발표된 작품들은 ‘이효석 문학상’(「침이 고인다」) ‘이상문학상’(「침이 고인다」) ‘현대문학상’(「성탄특선」) 등의 후보작 및 ‘올해의 좋은 소설’(「도도한 생활」)에 선정되며 문단과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번 두번째 소설집이 더욱 기대를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김애란 작가를 두고 소설가 이기호 씨는 “이 양반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작업을 거는구나”라고 얘기한 바 있다. 또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가능할까?”라는 말로 김애란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김애란에 대한 문단의 찬사와 기대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작금의 한국 소설을 의혹과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이 일치단결이 그렇고 그런 안간힘처럼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넘겨짚은 분들은 조만간 출간될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이러한 반응이 예사로 부풀려진 것이 아님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문학평론가 차미령 씨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애란의 전작들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는 ‘투명한 감성’ ‘위트 넘치는 문체’ ‘청신한 상상력’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이번 그녀의 두번째 소설집은 다시 한 번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다시, 김애란이 보여주는 것들
차미령 씨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두루 환영받은 첫 창작집 이후, 김애란 소설은 더 몸을 낮추고 더 낮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전작들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편의점과 원룸 역시 세련된 일상과는 거리가 먼 조금은 남루한 자리였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여인숙(「성탄특선」)과 반지하 방(「도도한 생활」)이 이번 소설들의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러니한 제목이 각 작품에서 보여주는 비루한 일상을 더욱 가슴 아프게 드러낸다. 지상의 방 한 칸마저 끝내 허락되지 않는 젊은 남녀들에게 매해 ‘역병’처럼 돌아오는 성탄절은 ‘특선’이라 할 수 없고, 물이 들어차는 방 안에서 연주하는 피아노는 도도하기는커녕 비애가 뼈아프다.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 역시 김애란의 소설이 보여주는 공간에 초점을 맞춰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재무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작가는 더 낮고 누추한 자리에서부터 다시 소설적 상상력을 가동시킨다”고 평하고 있다. 그는 특히 그 공간을 “당신과 내가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그 작은 ‘방’”으로 보고, 김애란의 소설이 “‘방’을 둘러싼 유폐와 소통의 위상학을 심화시키면서, 그것을 새로운 ‘우주 지리학’ 위에 위치시키고 있”다고 설파한다. 또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이라는 공간에 연루되어 있는 개인 서사, 그 개인 서사의 상상적 지리학”이며, “이제 김애란의 서사는 가족 로망스의 변주에서 방의 지형학에 대한 동시대적인 탐색으로 성큼 나아”가고 있음을 역설한다.
“동시대 젊은 세대의 사회문화적인 궁핍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면서 그 개인성의 균열과 심연을 탐사하고, 그 안에서 실존의 지리학과 우주적 공간을 발견하는 상상적 모험을 펼쳐 보”이는 김애란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 가을, 독자를 찾아간다. 조금은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꿈을 꾸는 그들의 우주 속으로 들어가보면, 단물처럼 입 안에 고이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
작가들이 ‘작가의 말’을 쓰는 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 몸을 타고 돌았을 말[言], 피, 그런 것들을 그려본다. 말이 트이는 힘은 그것을 막고자 하는 운동 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며. 내가 모르는 밤, 아는 밤, 그런 밤을 그려본다. ‘소설 쓰는 밤’이 아닌 ‘작가의 말’을 쓰는 밤을 떠올리니, 그들 모두가 작아 보여 가깝다.
다시 ‘작가의 말’을 쓰게 된다면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지면이 시시하고 빤한 것이 되더라도. 항상 안다고 생각하면서 몰랐던 게 있는데, 감사의 말이 가지는 무게였다. 작가들의 그 많은 말이 닮은 것은, 그들 곁에 늘 누군가가 있어주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 누군가 때문에 나는 늘 빚지고, 감동하며 살아간다.
어서 전했으면 좋았을 말을 이제 전한다. 아껴서- 부르지 못한 이름들에게 인사를, 그리고 내게 위안 받았다고 말해준 독자, 이름 모를 당신. 책 뒤에 붙는 이 한 바닥을 빌려 말하니 나도, 진심으로 당신에게 위안받았다.
마침내 시시해지는 내 마음이 참 좋다.
2007년 가을, 김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