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검열 사무소로의 매혹적인 방문!”
때로는 추천인처럼, 서평가처럼, 때로는 그저 사무원으로,
또 때로는 엄중한 이념 경찰로 복무한 검열관들의 일상적 풍경
역사 추적 방식으로 복원해낸 생생한 검열 현장 이야기
검열은 여전히 도처에서 작동 중이다. 역사의 시계를 저 멀리 되돌릴 필요도 없이, 당장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실시간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사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위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유튜브 등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권위주의 체제에 국한된 얘기만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이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스노든의 폭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왜 국가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는 걸까? 검열이란 언제부터 존재했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이자 ‘책의 역사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의 신작 『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는 이런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단턴은 각기 다른 세 곳의 권위주의 체제, 즉 18세기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재구성한다. 비밀리에 진행되기 마련인 검열의 특성상 관련 기록이 미미하지만, 수년에 걸쳐 바스티유 기록 보관소와 영국 국립도서관 등의 아카이브를 조사하고, 전직 검열관들과의 인터뷰를 수행하는 등 긴 시간의 연구와 탄탄한 학식을 바탕으로 검열의 흔적들을 생동감 넘치는 풍성한 이야기로 되살려낸다. 이 책은 작가와 편집자, 검열관, 서적상, 경찰 등 출판을 둘러싼 여러 행위자들의 흥미진진한 분투 과정이 포함된 검열의 역사적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목차
서론
제1부 부르봉 왕조 프랑스: 특허와 억압
활판 인쇄와 그 법적인 측면 | 검열관의 관점 | 일상적인 활동 | 문제 사례 | 스캔들과 계몽주의 | 서적 경찰 | 하인 계층에 속해 있던 한 작가 | 유통 체계, 그 모세혈관과 동맥
제2부 영국령 인도: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아마추어 민족지학 | 멜로드라마 | 감시 | 선동? | 탄압 | 법정 해석학 | 떠돌이 음유시인들 | 기본적인 모순
제3부 공산주의 동독: 계획과 박해
현지의 정보 제공자 | 문서 보관소 안으로 | 작가들과의 관계 |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협의 | 고난 | 연극: 쇼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 소설: 출판과 폐기 | 검열은 어떻게 끝났는가
결론
감사의 말 | 주 | 이미지 목록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
저자
로버트 단턴 (지은이), 박영록 (옮긴이)
출판사리뷰
“검열 사무소로의 매혹적인 방문!”
때로는 추천인처럼, 서평가처럼, 때로는 그저 사무원으로,
또 때로는 엄중한 이념 경찰로 복무한 검열관들의 일상적 풍경
역사 추적 방식으로 복원해낸 생생한 검열 현장 이야기
검열은 여전히 도처에서 작동 중이다. 역사의 시계를 저 멀리 되돌릴 필요도 없이, 당장 미얀마, 태국 등지에서 실시간 벌어지고 있는 참담한 사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소위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유튜브 등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비단 권위주의 체제에 국한된 얘기만도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미국 국가안보국이 무차별적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스노든의 폭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왜 국가는 정보를 통제하기 위해 그토록 열을 올리는 걸까? 검열이란 언제부터 존재했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을까?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이자 ‘책의 역사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단턴의 신작 『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는 이런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단턴은 각기 다른 세 곳의 권위주의 체제, 즉 18세기 부르봉 왕조의 프랑스,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재구성한다. 비밀리에 진행되기 마련인 검열의 특성상 관련 기록이 미미하지만, 수년에 걸쳐 바스티유 기록 보관소와 영국 국립도서관 등의 아카이브를 조사하고, 전직 검열관들과의 인터뷰를 수행하는 등 긴 시간의 연구와 탄탄한 학식을 바탕으로 검열의 흔적들을 생동감 넘치는 풍성한 이야기로 되살려낸다. 이 책은 작가와 편집자, 검열관, 서적상, 경찰 등 출판을 둘러싼 여러 행위자들의 흥미진진한 분투 과정이 포함된 검열의 역사적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검열관 직무명세서: 검열관은 누구이며 어떻게 일했는가?
18세기 프랑스 왕정의 검열관은 흡사 명예직 공무원과 같았다. 검열에는 체계화된 양식과 절차가 존재했으며, 교수나 학자, 성직자, 변호사 같은 전문직 계층의 사람들이 일종의 부업으로 검열 일을 했다. 봉급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고 대부분의 경우 보상은 출세의 기회, 즉 좋은 평판과 신분 높은 사람들의 후원을 받을 가능성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일은 너무 많고 늘 고되었다. 검열관들은 권력자의 뜻에 따르고 유력 인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현대의 편집자처럼 원고를 검토하고 오류를 잡고 작가와 협의하며, 원고를 개선하고자 공을 들였다. 이들이 작성한 허가문은 오늘날 책 뒤표지에 쓰이는 홍보용 추천사와 비슷했다.
18세기 프랑스의 검열이 양질의 도서에 ‘특허’를 내주는 형식이었다면, 19세기 영국령 인도의 검열은 전 방위적인 ‘감시’ 체제의 기반을 닦는 것이었다. 동인도 회사 폐쇄 후 새로 출범한 인도 행정청은 서적을 포함한 인도 사회의 모든 측면을 조사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인도인 관리가 보고서 초안을 작성했고, 영국인들은 이를 점검하며 인도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갔다. 도서 목록을 작성하고 관리한 이들은 대개 현지인의 풍속을 잘 아는 지역 관리들이나 학식 있는 도서관 사서들이었다. 전반적으로 도서 목록의 의견란은 오늘날의 서평과 흡사했고, 책을 극찬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칙적으로 영국령 인도에는 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면 혹독한 제재가 가해졌다. 예컨대 농장주 집단 전체를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일명 『닐 두르판』 사건은 검열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진행된 가장 극적인 검열 사례였다. 영국령 인도에서 문학은 그 문장구조에 이르기까지 그 자체로 정치적인 것이었다.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의 검열 체계는 작가와 편집자가 원고 기획과 집필 문제를 두고 협의하는, 가장 낮은 단계에서부터 작동하기 시작하여 출판 이후까지 작동했다. 출판총국에서는 연간 출판 계획을 세워 동독 내 모든 출판물의 종수부터 분야, 내용까지 사전에 결정했고, 출판총국의 인쇄 허가서가 없으면 어떤 인쇄기도 돌아갈 수 없었다. 더욱이 동독의 검열은 단순히 출판총국의 전문가들 손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출판계의 모든 층위에서 이루어졌다. 원고는 우선 작가의 자기검열을 거친 뒤 편집자, 외부 심사위원, 출판사, 출판총국, 당 중앙위원회 문화 분과, 심지어 하거, 호네커 등 정권 최고 권력층과의 협의를 통과해야 했다. 까다로운 사안이 생기면 일종의 공작이 펼쳐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모든 단계에서 협상, 합의, 저항, 타협의 과정이 뒤따랐다.
검열의 과거와 현재, 오늘날 검열은 약화되었을까
이 책은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재미를 두루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검열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로 가득 차 있다. 평생을 ‘책의 역사’ ‘금서의 역사’ 연구에 헌신해온 단턴은 검열이란 단순히 창작과 탄압의 대립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많은 협력과 협상, 공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수많은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검열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든 권력의 남용은 정당화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검열이란 단순히 원고를 수정하고 삭제하고 폐기하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그는 결론에서 소련의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체코슬로바키아의 밀란 쿤데라, 루마니아의 노르만 마네아, 유고슬라비아의 다닐로 키슈, 폴란드의 체스와프 미워시처럼 검열로 고통받았던 작가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다시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나선다.
검열의 정의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시대와 체제에 관한 비교사적, 민족지학적 연구를 수행하며 본격적으로 검열의 역사를 서술하지만, 단턴의 시선은 현재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스노든의 폭로 이듬해에 출간되었음을 고려해본다면, 기술 발전과 함께 좀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그러나 더없이 강력해진 국가의 감시에 대한 이 노학자의 경고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18세기 프랑스의 ‘특허,’ 19세기 영국령 인도의 ‘감시,’ 20세기 말 동독의 ‘계획’까지,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 검열의 작동 방식을 추적하다
이 책은 검열관들의 직무와 실제로 검열이 수행된 양상, 그리고 각 체제에서 검열이 기능한 고유한 방식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저자가 분석하는 세 체제 모두에서 검열은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었다. 그리고 검열의 존재 목적은 대중에 대한 책의 영향력을 통제하고 권력의 입맛에 맞게 제어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검열관들은 원고의 행간에 숨은 의미를 읽어내고 그것이 대중에게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지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권력자들이 시대를 막론하고 이토록 검열에 열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만큼 책의 힘, 독서의 힘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검열은 흔히 권력과 저자 사이에서 이뤄진다고 인식되지만, 실은 권력과 저자, 유통자, 독자 사이의 대결이다. 결국 검열은 독자의 읽는 행위를 통해 무력화되는 것이다. 권력이 검열을 자행해 저항해야 할 필요가 생길 때, 검열을 무력화하는 과정 어딘가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