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은 열다섯 소년의 모험담
『보물섬』에 비견하는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존 미드 포크너의 『문플릿의 보물』(김석희 옮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89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모험이라는 주제와 흥미진진한 줄거리 때문에 오늘날까지 수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열다섯 살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지는 모험 소설이라는 점에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에 비견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영국에서 청소년 필독서로 읽히고 있으며 지금까지 연간 판매량이 1만 부 이하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국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가 추천하고 번역까지 도맡아 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지만, 작가 존 미드 포크너는 빅토리아 시대를 통틀어 가장 뛰어나고 개성 넘치는 소설을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작가로서의 이력도 독특한데, 그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세계 굴지의 병기 회사인 ‘암스트롱-미첼’사에 비서로 들어간 뒤 이사를 거쳐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소개된 『사라진 스트라디바리우스』(1895)를 비롯해 『문플릿의 보물』과 『구름무늬 코트』라는 단 세 편의 소설로 빅토리아 시대 최고 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 남부 도싯주의 바닷가 마을 ‘문플릿’을 배경으로,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게 된 한 소년이 범죄와 음모, 욕망으로 얼룩진 어른들의 세계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모험과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바다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밀수업이 성행하는 이 마을에는 찰스 1세의 다이아몬드를 가로챈 것으로 악명 높은 존 무훈 대령, 일명 ‘검은수염’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주인공 존 트렌처드는 우연한 계기로 다이아몬드를 얻게 되고, 그를 둘러싼 온갖 모험과 사건이 독자들의 눈앞에 쉴 새 없이 펼쳐진다. 특히 이 책에는 ‘밀수’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이 중심을 이루는데, 밖으로는 식민지 전쟁이 한창이고 안으로는 밀수업이 횡행했던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적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무엇보다 우리를 매료하는 이 보물을 둘러싼 흥미로운 모험의 끝에 이르게 되면, 독자들은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정한’ 보물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될 것이다.
목차
제1장 문플릿 마을
제2장 홍수
제3장 비밀을 알게 되다
제4장 납골당에서
제5장 구조되다
제6장 폭력 행사
제7장 입찰 경쟁
제8장 상륙
제9장 심판
제10장 도주
제11장 바닷가 동굴
제12장 장례식
제13장 만남과 작별
제14장 우물집
제15장 우물
제16장 보석
제17장 이메헨에서
제18장 후미에서
제19장 해변에서
옮긴이의 덧붙임
저자
존미드포크너 저자(글),김석희 번역
출판사리뷰
“그 보물에 손을 댈 때는 조심해.
사악한 수단으로 손에 넣은 거니까 저주가 따라다닐 거야.”
18세기 영국 남부 도싯주의 바닷가 마을 ‘문플릿’에 사는 열다섯 살 고아 소년 존 트렌처드는 어느 날 우연히 교회 묘지에서 밀수꾼들의 지하 창고를 발견한다. 이 마을에는 찰스 1세의 다이아몬드를 가로챈 것으로 악명 높은 ‘검은수염’이 묘지에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존’은 그것이 밀수업을 감추기 위한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호기심에 그곳을 찾았다가 그만 갇히게 된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그를 찾아 나선 교회지기(랫시)와 주막 ‘괜찮군!’의 주인(엘저비어)에 의해 구조된 ‘존’은, 그 일을 계기로 이모 집에서 나와 밀수단의 두목이기도 한 엘저비어의 주막에서 함께 지낸다. 한편 현지의 치안판사인 매스큐는 마을에 성행하는 밀수를 막으려고 애쓰는 자로, 밀수단을 단속하다가 엘저비어의 아들을 죽인 적이 있어 둘은 오랜 앙숙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스큐는 밀수선이 들어오는 시간과 장소를 알아내어 경비대에 보고하지만, 조류가 바뀌는 바람에 밀수선이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고 매복해 있던 그는 밀수단에 붙잡힌다. 다른 밀수꾼들은 매스큐의 처분을 그의 앙숙인 엘저비어에게 맡겨두고 경비대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달아난다. 매스큐는 엘저비어와 드잡이를 하다가 경비대 병사들이 쏜 총에 우연히 맞아 죽고, ‘존’도 다리에 총상을 입는다. 엘저비어와 ‘존’은 이제 매스큐를 죽인 살인범으로 단죄되어 목에 현상금이 걸린 처지가 되고 만다. 그들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추적을 피해 다이아몬드가 숨겨진 장소로 짐작되는 캐리스브룩성에 도착하고, 마침내 이곳에서 전설로 전해 내려오던 ‘검은수염’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행복하게 끝을 맺지 않는다. 사악한 수단으로 얻은 보석이기에 저주가 따라다닌다는 오랜 풍설이 사실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들은 사기를 당해 다이아몬드를 빼앗기고 강도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는데……
진정한 보물을 찾아 떠난 길고도 험난한 여정
『문플릿의 보물』에서 알 수 있듯,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는 언제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요즘 같으면 ‘로또’로 대변되는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은 대다수 사람들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오래도록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수천 개의 불빛이 빨강이나 파랑이나 초록으로 반짝거리면서 타오르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세상 모든 다이아몬드의 여왕”인 보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열다섯 소년 존 트렌처드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소설 전반부에 ‘존’이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던 다이아몬드를 찾음으로써 ‘보물’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다이아몬드를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의 험난했던 후반부의 긴 여정은 우리 삶에서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달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사악한 수단으로 손에 넣었기에 저주받은 보물이라고 전해지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앞에 두고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이 권선징악의 교훈을 넘어 인간 본성의 면면을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이 책은 보물을 둘러싼 갖가지 모험을 통해 “어리석은 풍설 따위는 믿지도 않고 재물 자체에 저주가 따라다닌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인간에게 죽음이 그러하듯 “재물을 얻을 때도 위험한 순간이니” 부유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한다. 궁극적으로는 다이아몬드로 대변되는 일확천금의 기회 말고도 다른 보물이 있다는 것, 진정한 사랑과 신뢰, 타인을 위한 거룩한 희생은 “이 세상의 황금과 보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일깨운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이 흥미롭고도 기나긴 여정이 종국에 이르면, 독자들은 그 여정이 우리 삶에서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찾는 여정에 다름 아니었음을 깊은 감동과 더불어 깨달을 것이다.
이 작품은 1955년 프리츠 랑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영화화했으며, 이후 BBC에서 두 차례에 걸쳐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졌고 라디오 드라마와 연극으로도 발표되는 등 영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일컬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