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노발리스는 상징이자 사건이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노발리스의 삶과 작품 세계 탐구
문학을 둘러싼 현실의 변화를 두루 살피는 총체적 성찰로 “한국 문학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비평가 김주연의 연구서 『노발리스』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전체와 개인, 이성과 감성, 세속과 신성성 등 양극성의 대립과 갈등에 주목하고 이를 극복하는 문학과 이론을 탐구하는 데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여왔으며, 독일 정신의 본류를 관통하는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깊게 영향 받은 독문학자이다. 이번에 출간한 저서 『노발리스』는 저자가 천착해온 주제인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노발리스(1772~1801)의 삶과 작품 세계를 면밀하게 탐구한 책이다. 노발리스라는 인물은 낭만주의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며 메르헨의 문학적 기능과 위상을 확립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연구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책을 통해 노발리스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으며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펼쳤는지, 김주연의 깊이 있는 시각을 통해 두루 조명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 철학에서 문학을 찾다
제2장 기독교 혹은 유럽
제3장 밤과 십자가, 그리고 에로스 -『밤의 찬가』에 나타난 시적 정체성
제4장 소설, 메르헨Marchen으로 가는 길을 걷다 - 장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1)
제5장 메르헨, 합일合一을 향한 동경 - 장편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2)
제6장 황금시대의 예시豫示
제7장 메르헨, 시와 얽혀서 꽃피다
제8장 히아신스와 로젠블뤼트헨 -『자이스의 제자들』
제9장 노발리스 메르헨의 구조와 성격 - 장편소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을 중심으로 225
제10장 노발리스의 동시대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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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주연
출판사리뷰
“노발리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철학과 신학, 문학의 통합을 꿈꾼 독일의 대표적 시인
노발리스는 문학가이자 철학자였으며 낭만주의 정신을 가장 전형적으로 구현한 독일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살았던 18세기 후반은 계몽주의 사상이 지배적이던 시기에 ‘낭만주의’가 불어닥치며 등장한 일종의 ‘시의 시대’였다. 그는 철학의 사색적 측면이 가져오는 추상성을 문학의 구체적 현장성으로 극복하고자 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통합의 면모를 보였다. 그의 문학은 자연을 존중했으며, 학문적으로는 철학과 신학의 조화를 꾀했고, 고대 이후 사상의 흐름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었다. 특히 노발리스의 메르헨은 계몽주의 후기와 낭만주의 전기가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노발리스의 삶과 문학은 하나의 통일체로서 낭만주의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노발리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애인 소피의 죽음이었다. 노발리스는 평생의 연인 소피의 죽음을 통해 신비주의적, 종교적 감정에 눈을 뜨게 됐고 여기서 노발리스 특유의 낭만주의 정신이 탄생하게 된다. 노발리스 문학의 정점에 위치한다고도 평가되는 장시 『밤의 찬가』는 죽은 애인을 향한 슬픔과 그리움이 ‘밤’과 죽음에 대한 동경을 거쳐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인식으로 나아가는 모순적 합일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즉 관능적인 인간의 사랑과 보편적인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도적으로 혼합시킴으로써 통합과 모순이라는 혼란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자신의 시대를 돌파하려는 노발리스의 의지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노발리스 문학 전반에 파급되어 나타난다.
“왜 노발리스를 주목하는가?”
메르헨과 낭만주의의 본질을 체현한 작가
이 책에서는 29세의 짧은 생을 산 노발리스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분석해나가며 노발리스의 신념과 철학적 바탕을 깊이 조명한다. 『파란꽃』 『자이스의 제자들』 『기독교 혹은 유럽』 『밤의 찬가』 등 노발리스가 남긴 여러 작품의 내용과 상징, 그 배경까지 샅샅이 살펴 개괄하며, 그에 더해 노발리스와 영향을 주고받은 피히테, 슐레겔, 슐라이어마허 등으로도 시선을 넓힌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파란꽃』의 원제)의 경우, 메르헨을 개화시킴으로써 메르헨 자체의 본질을 숙성시킴은 물론 낭만주의의 핵심 장르로서 메르헨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평을 받는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장편소설 『자이스의 제자들』은 히아신스와 로젠블뤼트헨을 모티프로 한 메르헨이며 장시 『밤의 찬가』는 노발리스의 문학적 출발점을 깊이 시사해준다. 한편 노발리스의 소설에서는 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연구서에서는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밀하게 등장하며 메르헨의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시 분석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
메르헨에는 다양한 역사와 개념이 있고, 노발리스와 무관하게 전개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림 형제에 앞서서 메르헨의 근대문학적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양식화하는 일에 있어서 노발리스가 전위적 자리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은 압권을 이루는데, 이 작품으로 노발리스는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메르헨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낭만주의의 독자적인 성취로서 문학사적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된다.
노발리스는 장편소설 『자이스의 제자들』을 발표한 이후, 다음 해인 1799년 장편소설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 그리고 1800년 장시 『밤의 찬가』를 연달아 발표한 다음, 이듬해인 1801년 29세로 요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 세계 학계에서 더욱 활발하고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이 연구서 『노발리스』를 일독함으로써 고독했던 짧은 생애를 산 이 작가가 어떻게 해서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구현하는 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의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고 읽어나가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