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말 잃은 세계에서 소통의 길을 찾는 문학
문학평론가 우찬제가 말하는 ‘애도’의 가능성
올해로 31년 차를 맞는 문학평론가이자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인 우찬제의 여섯번째 비평집 『애도의 심연』(문학과지성사, 2018)이 출간되었다. 팔봉비평문학상, 소천이헌구비평문학상과 김환태평론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현대 한국 문학 경향을 조망한 글에서부터 문학적 성취가 돋보인 작가/작품을 분석한 평론 및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소통한 발표문 등을 묶었다. 특히 저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상실한 사태에서부터 개인이나 집단의 소망 좌절 상황을 포괄하는 개념인 ‘애도’에 주목하여, 애도의 수행과 문학 사이의 본질적 친연성을 발견한다. 이 애도에 관한 화두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비극들을 예민한 감각으로 경험해내며 이를 저마다의 개성적 스타일로 예술화해온 문학인들의 작업과 맞닿으며, 2010년대 한국 문학이 일궈낸 복합적 심연을 통찰해낸다.
고통스러운 작업임에 틀림없었지만, 애도의 심연을 통해 한국 문학은 가까스로 불가능성에의 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불가능성의 꿈에 대한 가능성의 수사학, 혹은 그 심연에서의 고통스러운 상상적 애도 작업에 그물을 드리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울 수 있다._「책머리에」
목차
1부 애도와 소통
애도의 윤리와 소통의 아이러니
뫼비우스의 띠와 제3의 지평 융합 ─ 소통의 수사학
벌거벗은 페르소나와 가해자의 상상력
벙어리 울음과 애도의 지연 ─ 이동하의 『장난감 도시』 다시 읽기
거울의 심연 ─ 오정희 문학 50년 다시 읽기
역사적 상처와 서정적 치유 ─ 임철우의 소설
‘숨은 아버지’의 역설
고통의 역설과 상상의 향유 ─ 20세기 후반 한국 문학의 표정
2부 비행운의 꿈과 허공의 만돌라
진실의 숨결과 서사의 파동 ─ 한강론
비루한 운명의 볼록 렌즈 ─ 천운영론
포스트잇의 언어로 지하철 타기 ─ 김애란론
비행운의 꿈, 혹은 행복을 기다리는 비행운 ─ 김애란과 그 막막한 친구들
수사학 시대와 독백의 다성성 ─ 한유주의 『달로』
허공의 만돌라 ─ 김성중의 『개그맨』
3부 난장의 문화 공학
난장의 문화 공학과 그 그림자 ─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
삐딱한 욕망의 카니발 ─ 이기호의 『최순덕 성령충만기』
악몽의 탈주와 혼돈의 수사학 ─ 박형서의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달리와 달리 ─ 원종국의 『그래도』
‘한 박자 쉬고’, 그 시간의 대화 ─ 백가흠의 『사십사』
도서관 작가와 콜라주 스토리텔링 ─ 정지돈 소설에 다가서기
4부 방법적 어스름
어스름의 시학 ─ 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서 ─ 황지우의 선(禪)적 낭만주의와 혼성 시학
절망의 검은 심연, 노래의 푸른 이랑 ─ 송재학의 『푸른빛과 싸우다』
고비의 내림굿 ─ 양진건의 『귀한 매혹』
5부 소통의 비평
자유의 스타일, 스타일의 자유
탈구성적 서사와 탈구성적 소통 ─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수용의 문제성
위기의 담론, 혹은 대화적 읽기의 진정성 ─ 김병익의 ‘자본-과학 복합체’ 시대의 비평 논리
비평의 소통, 소통의 비평
한국 문학, 무엇으로 소통할 것인가
저자
우찬제
출판사리뷰
말의 자리를 모색하는 꾸준한 소통 의지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첫 장에서 세계와의 접점을 찾는다면, 마지막 장에서는 비평의 가능성을 질문하며 책 전체를 관통한다. 문학의 언어, 비평의 언어가 어떻게 소통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음을 알 수 있다. 「1부 애도와 소통」에서는 세월호 이후를 살아가는 문학의 다양한 면면을 분석한다. 불통과 고통의 현실 위에서 말 잃음, 강박, 혹은 아이러니로 세계를 경유하는 최근 소설의 양상을 몇 가지 예시로 제시한다. 한편 이동하, 오정희, 임철우 등 오랜 시간 성찰적인 소설들을 창작해온 작가들의 작품에서 꾸준히 발견되는 애도와 치유에의 의지가 현재의 흐름과 맞닿는 면면 또한 주목하였다. 「2부 비행운의 꿈과 허공의 만돌라」에서는 1990년대 등장한 한강에서부터 2000년대 천운영, 김애란, 한유주, 김성중까지 각자의 독특한 문체와 주제 의식을 무게감 있게 유지하며 약진해온 여성 소설가들의 작가론과 작품집 분석이 실렸다. 「3부 난장의 문화 공학」은 대부분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에 출간된 작품집에 대한 평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기호, 박형서, 최제훈 소설집 등 서사와 세계에 관한 고민을 담은 지적인 작품들을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글이다. 「4부 방법적 어스름」은 정현종, 황지우 등의 시인론과 시집 분석을 담았다. 「5부 소통의 비평」에서는 그간의 비평 흐름을 조감하며 최인훈, 이청준, 조세희 등의 소설을 비평적으로 읽는 동시에 세계화 시대 한국 문학과 비평의 자리를 묻는다. 하여 메타비평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새로운 독자를 맞는 비평
이번 비평집에서는 세계로의 문화 확산 흐름과 대중적 기술 보급 상황이 반영되어 내용적·형식적으로 이전 비평집들과는 다른 면면들도 엿볼 수 있다. 먼저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제무대에서 한국 문학을 활발히 소개해온 저자답게 해외 독자 및 청중을 대상으로 한 글이 여러 편 포함되어 있다. 읽는 이의 파악을 돕기 위해 서양 고전 및 철학에서 익숙하게 다루는 문제의식들과 연결하여 비교 분석하기도 하고, 한국의 정치사회적 역사와 연결하여 현대소설 주요작을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형식적인 면에서는 모바일 시대의 독자들을 고려하여 비평문과 연관된 각종 회화를 볼 수 있게 QR코드를 삽입하였고, 이를 통해 시각 자료를 직접 참고하여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도모하였다. 『애도의 심연』은 평소 한국 문학을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 평론가 우찬제가 지향해온 소통의 희망 속에서 쓰고 다듬어진 여러 문학 작품 분석과 비평 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음과 더불어 새 시대에 발맞추고자 한 여러 시도와 관점을 경험할 수 있는 도전의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