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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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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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2031064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저자
조경란
발행일
2018-06-08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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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인문학상 ·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조경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5년간의 여정


조경란의 일곱번째 소설집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일요일의 철학』 이후 단편소설집으로는 5년 만이다. 조경란은 1996년 등단 이후, 그간 여섯 권의 소설집을 포함해 총 열다섯 권의 단행본을 출간하며, 한국의 대표 중견 작가로서의 자리를 지켜왔다.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진 이번 책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한 문장과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고백 조의 어조를 통해 작가가 지난 4년여의 시간 동안 고민해온 삶의 문제를 엿볼 수 있다. 특히 수록 작품 중 다수에서 사람 사이의 시작되는 작은 변화들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풀어내며, 개인과 타인의 문제를 각자의 삶과 연결해낸다. 더불어 조경란이 지속적으로 다뤄온 가족의 형태에 관한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탐구 의식 역시 이번 소설집에서 이어진다. 온전히 나로서의 나, 가족 속의 나, 혹은 사회 속의 나 등 수많은 개인 ‘나’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에게 해당할 수도 있는 소설 속 삶의 여러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는 ‘어떻게’에 짓눌려 그 한 걸음을 망설이는 이들의 등을 가볍게 떠밀어주는 듯하다. 목적지를 떠올리며 망설이는 대신 그저 걸으라고, 이미 그것만으로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고. 목적지를 몰라 걸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속아왔던 과거가 떠내려간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목차

매일 건강과 시
11월 30일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오랜 이별을 생각함
김진희를 몰랐다
492번을 타고
봄의 피안
저수하(樗樹下)에서

해설|기억에 없지만 잊고 싶지 않다는 말 _황예인
작가의 말

저자

조경란

출판사리뷰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자리, 광장
아주 작은 인연이 모이고 모여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곳


고개를 내저으면서 훈은 노란 불빛을 따라 걸었다. 어른이 되는 시점 같은 건 분명하게 알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그저 하루를, 지금 여기를 통과하고 내일과 그 후의 날들을 통과할 수 있을 뿐이라고. 어떤 슬픔과 어떤 실망을 통과해나갈 수밖에 없듯. 그렇게 말하면 애늙은이였다던 찬은 알아들었을 거라고, 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결집된 인파 속에 홀로 서 있었다. (「11월 30일」, pp. 60~61)

광장,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 혹은 시시때때로 지나치는 곳. 어느 도시에 가든 우리는 곧잘 광장을 통과하곤 한다. 아주 새로운 도시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도시에서도 광장의 모습은 그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 따라 같다가도 다르다. 조경란의 이번 소설집에서 광장의 이러한 특성은 작품 곳곳에 자리한다. 19년 동안 같은 일을 해온 ‘그녀’는 낯선 도시의 광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거리음악가를 만나고(「매일 건강과 시」), 작가 ‘나’는 로마의 수많은 광장들을 엄마와 함께 걸어 다닌다(「492번을 타고」).

그중에서도 「11월 30일」 속 주인공 ‘훈’이 머무는 ‘광장’은 작품의 시작과 끝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며, 광장의 의미를 좀더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훈은 “미래를 위해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하루하루를 사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다. 지하철역 앞에서 미키마우스 탈을 쓰고 어학원 홍보 일을 하는 훈에게 지하철역 앞의 공간은 엄청난 사람들이 오가는 동네의 광장이자, 스스로를 노출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심부름차 한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미처 광화문에서 환승하지 못한 채 버스에서 내리게 되고 떠밀리듯 훈은 집회 무리에 섞이게 된다. 도심 집회 행진을 위해 모인 많은 인파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 분명히 알기 어렵지만 훈은 그저 “지금 여기를 통과하”는 데에 집중한다. 앞선 지하철역 앞의 광장에서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각자의 목적을 갖고 그저 ‘유동’하고 있었다면, 여기서의 광장에서는 “밀고 나가야 해요”라는 시위 참가자의 말처럼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각기 다른 곳에서 모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훈 역시 미키마우스 탈을 벗은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한 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광장을 지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다. 마치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한 발 내딛는 일뿐이라는 듯이.

도심 집회와 촛불, 광화문, 인파 등의 키워드는 우리로 하여금 2016년 많은 사람들을 결집시켰던 집회 현장을 연상케 하면서 그 안에 우리를 그리고, 청년 ‘훈’을 떠올려보게 한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 생활하던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공개된 장소에서 공개된 모습으로 한 걸음씩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에서 우리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서로 하나의 거대한 무리가 될 수 있는, 서로에게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는 희미하지만 거대한 공동체를 상상해볼 수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따로 또 같이 지금 이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결집된 무리를 지나 개방된 길에서 훈은 소리 내어 말한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오, 오늘이 말해주고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는 내, 내 내일이 말하게 하라.” 미래를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오늘은 오늘의 삶을 살고, 내일은 내일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훈의 말은 결국 작가 조경란이 좀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매일매일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지지가 아닐까.

쌓이고 쌓였던 말들이 더듬더듬 풀려나오기 시작할 때
나의 삶은 달라지고, 우리의 삶은 연결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공간에 단순히 모여 있는 것만으로는 우리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모여 있다는 것은 그저 모여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 유리문을 열고 신발을 찾아 신으면서 나는 경아가 시장 왔다가 들러봤다는 말을 어떻게 질문으로 할지 궁금했다. 경아가 질문하면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해버린다는 걸 이제는 그 애도 알 거다. 벤치 뒤 성긴 숲에서 매미 소리가 울렸고 내가 옆에 앉자 경아가 무덤덤한 소리로 물었다.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p. 84)

서른일곱 살의 ‘나’는 ‘아버지’의 양자이다. 나는 “친구도 없고 누구를 깊이 사귀어본 경험도 없지만 부모에 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 아버지에 따르면 “다른 집”에서 온 사람이 바로 ‘나’다. 그리고 두 남자의 집에 새로운 가사도우미 ‘경아’가 찾아온다. 경아는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지닌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나에게 경아는 “가시 없는 저 늙은 오이로 요리를 할 줄 아는 젊은 여자애”, 무엇보다 나에게 질문을 던지며 내 삶에 성큼 들어온 사람이다. 경아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면 나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경아에게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경아의 질문들.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것들이 경아의 등장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나와 아버지, 그리고 경아, 이 세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는 사이, 즉 가족으로 발전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말’이다.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로서의 말은 이 소설집 내에서 매우 일상적인 형태로 등장한다. 짧은 문장들로 시를 쓰는 그녀(「매일 건강과 시」), 김진희라는 여자아이에게 전하는 정미의 말(「김진희를 몰랐다」), 선생님과 자신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더듬더듬 털어놓는 남자(「봄의 피안」), 오랜 이별을 앞두고 미처 얼굴을 보고 하기는 힘든 이야기를 서간체로 풀어내는 남자(「오랜 이별을 생각함」) 등 작가는 마음에만 머물던 자신의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즉 말을 건네는 행위, 말이 시작되는 순간의 너와 나의 관계성은 조경란의 이번 소설집이 계속해서 주목하는 것이다. 그간 작가의 소설에서 말은 군더더기 없고 매우 정돈된 형태와 정확한 단어들로 신중하게 씌어졌음을 상기해볼 때 일상적인 대화 하나하나일지라도 작가가 일상의 문장들에 얼마나 큰 무게를 두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표제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경아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태풍과 홍수로 떠내려가는 집에서 구조되는 사람들을 목격한다. 헬리콥터에서 내려온 밧줄이 한 명 한 명을 다시 생(生)으로 끌어당길 때 그렇게 연결됨으로써 그들에게 또 다른 내일이 주어졌듯이, “떳떳하지 못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던 나에게도 작은 일상이 모여 만들어진 이들과의 관계는 나를 구해내는 끈처럼 작용하며 우리가 함께하는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어쩌면 우리를 잇는 말들은 거창한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주 일상적인 안부 인사, 서로를 향한 관심 어린 질문 하나하나에서 시작된 서로의 이야기, 이런 ‘말’들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최초의 점이 아닐까. 아주 작은 말들에서 시작된 대화가 우리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따로 또 같이 오늘을 통과할 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

교정지를 넘겨놓고 새 단편소설을 한 편 썼다. 청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마감이 정해진 원고도 아니었다. 이 일곱번째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도 대부분 그렇게 씌어졌고 어떤 소설은 몇 달씩 서랍 속에 있다가 발표되었다. 청탁이 밀리고 마감일을 넘겨 원고를 보냈던 시절이 있었나 싶다. 지금은 천천히 쓰고 오래 수정했다 기회가 오면 발표한다. 어쩌다 조금 나은 소설을 썼다는 기분이 들 때면 이 리듬 때문이라고 여긴다.

「11월 30일」은 집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 본 한 청년의 뒷모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을 그려보던 중이었다. 저녁 어스름 속에서 달걀 한 판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고개 숙인 채 골목을 오르는 그 청년의 모습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가 2016년 광화문에서 보낸 11월 30일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되었다. 오래전부터 나이가 조금 더 들면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용서가 아니라 이해를 구하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소설은 아무래도 자기 고백적인, 형식이 자유로운 서간체가 어떨까 하다가 「오랜 이별을 생각함」을 썼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어떤 영향은 반드시 옳지는 않아도 미약하게나마 남은 생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을 거라고 여긴다. 「492번을 타고」를 쓸 당시에는 고민이 많았고 거의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은 때였다. 날마다 두세 시간쯤 정처 없이 걸어 다니며 낯선 사람들을 지켜보는 일로 나 자신을 지탱했을지 모른다. 그 시간을 통과한 후, 내가 쓰는 모든 소설이 살아가기에 관한 것이 되기를 바랐다.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마음이 든다. ‘서시’라는 단어를 쓴 이유도 거기에 있겠지. 「봄의 피안」은 사람 사이에 변치 않는 마음, 그 견고함에 관해서 말해보려고 했다. 다른 방향에서 보고 다른 눈으로 보되, 사람이 사람에게 감탄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면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그런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난다. 「저수하(樗樹下)에서」는 제목 때문이었을까, ‘염상섭 포럼’에 다녀온 후 지금 느낌으로는 순식간에 써 내려간 듯하다. 자전적 요소가 개입돼 있지만 어떤 환상이 일상에 틈입함으로써 좀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저수하에 살고 있으며 이곳에서 읽고 쓰는 하루하루를 예전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표제작이 된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는 아는 분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들려준 소소한 뇌물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으며 그 후였다면 아마 쓰지 못했을 거란 짐작이 든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매일 건강과 시”라는 제목은 몇 년 전 스페인의 문학 행사 때 만났던 그곳의 한 노시인한테 들은 이야기에서 빌렸다. 자신에게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시, 그 두 가지라는 말이 마음을 울렸다. 소설을 쓰던 중에 이 여성이 그동안 듣고 한 말로 이루어진 단어들로 결말을 쓰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러자 안녕하세요, 기분이 어때요, 오늘은 날씨가 좋군요 같은 일상어들이 무척이나 특별하게 다가오는 정서적 경험을 했다. 「김진희를 몰랐다」에 나오는 다라이에 담긴 벤자민고무나무는 얼마 전에 가 보니 누렇게 말라버렸고 통 안에 색색의 팬지들이 소복이 피어 있었다. 아동 방임 문제를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어떤 분에게 들은 앵무새 이야기가 떠올랐다. 구상 단계에서 얼핏 연결될 수 없을 거라고 느껴졌던 인물과 삽화들이 그렇게 만나 결합되었다.

이 책으로 전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책의 표지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듯해 마음이 놓인다. 소설집 제목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로 하자는 말이 편집부와 오갔을 만큼 모르는 사람들, 몰랐던 사람들끼리 알아가고 이해하려는 단편들이 모였다. 많은 사건들을 통과하는 동안 인간은 이 땅 위에서 시적으로 거주한다는 횔덜린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어떤 경우에도 삶이 먼저고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소설의 출발도 거기에 있으리라 믿고, 오늘은 오늘의 글을 쓰고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쓸 뿐이다. 누군가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과장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고 조용한 빛을 발산시키는 그런 책을 쓸 때까지.

2018년 6월
조경란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양장본 HardCover)
저자/출판사 조경란,문학과지성사
크기/전자책용량 192*125*20
쪽수 274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8-06-08
목차 또는 책소개 상품상세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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