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날 우리는 미의 위기를 맞고 있다.
모든 부정성을 제거한 ‘매끄러움’의 미는
굳어져 죽은 것, 좀비가 된다!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날의 미를 구출해내
진정한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날카로운 권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독창적 시각으로 읽고 분석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며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킨 한병철 교수의 최신작 『아름다움의 구원』(이재영 옮김)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아름다움’을 화두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파헤친다. 한병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되는 ‘아름다움’은 모든 부정성과 낯섦을 제거하고 긍정성과 자기 동일성만이 부유하는 ‘매끄러움’의 미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구원해내야 할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독일의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한병철을 ‘문화 비판의 혁신자’라고 칭했듯, 이번 책에서도 그는 오늘날 미의 기준에 대한 관찰에서 신자유주의적 특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로 이어지는, 혁신적 문화 비평을 선보인다. 더욱이 이 책은 국내 소개되는 한병철의 첫번째 예술론이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짧고 강렬한 문장에 깊은 사유를 응축해 담는 한병철 특유의 매력적인 문체가 빛을 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목차
매끄러움
매끄러운 몸
매끄러움의 미학
디지털 미
은폐의 미학
상처의 미학
재앙의 미학
미의 이상
진리로서의 미
미의 정치
포르노그래피 연극
아름다움에 머무르기
회상으로서의 미
아름다움 속에서의 산출
미주
옮긴이 후기
저자
한병철
출판사리뷰
제프 쿤스의 「풍선개」, 브라질리언 왁싱, 터치스크린, 포르노그래피……
오늘날 긍정사회의 아름다움은 매끄러움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균형 잡히고 조화롭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어떤 것, 현실의 부정성에서 벗어난 긍정적 유토피아, 이것이 오늘날 통용되는 아름다움이다. 오늘날의 긍정사회에서는 나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고통을 주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여겨진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병철은 제프 쿤스로 대표되는 현대 예술과 스마트폰, 브라질리언 왁싱, 위생 강박, 셀카 등을 하나의 현상으로 묶는다. 아름다움은 이제 일체의 부정성이 제거된 채 매끄럽게 다듬어져 나에게 만족을 주는 대상, 향락적인 향유 대상으로 축소되어버렸다. 이로써 미적인 것은 모조리 주체의 자기긍정에만 기여할 뿐, 주체를 진정 뒤흔들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 된다. 심지어 추함 또한 매끄러워진다. 악마적인 것, 섬뜩한 것, 끔찍한 것 역시 공포와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성을 상실한 채 소비와 향유의 공식에 맞춰 매끄럽게 다듬어진다.
하지만 털을 제거한 몸이나 DS 자동차,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등 매끄러운 표면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현대 미의 기준은 한병철의 눈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는 진정 아름다운 것, 진정한 예술작품이란 폭로될 수 없는 비밀, 은폐된 것, 은유, 부정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본다. 부정성을 가진 것이 아름답다는 한병철의 주장은 “미는 병이다”라는 데로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한병철은 “히스테리적인 살아남기의 모습을 띠게 된 단순하고 건강한 삶은 죽은 것, 좀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모든 제작물들과 환경이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맞게 개조되어가는 ‘미의 통치’의 시대가 되었지만, 오로지 긍정성의 미학에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병철은 우리 시대를 오히려 ‘미가 철폐되어가는 시대’로 간주한다. 그는 블랑쇼, 보들레르, 릴케, 아도르노, 벤야민, 바르트 등을 ‘부정성의 미학’의 증인들로 소환한다. 또한 칸트와 헤겔의 미학에서 소비와 도구화에 대한 저항, 타자에 대한 존중 등의 요소를 찾아낸다. 이런 부정성의 미학에 기초하여 한병철은 나르시시즘적인 경향,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문화, 피상적인 긍정성에 집착하는 소통 양상 등 현대의 현상들을 두루 비판한다. 여러 사상가의 이론을 간명하게 짚어내 연결하는 이 책은 독자들을 흥미롭고도 깊은 사유로 점점 나아가게 해준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
오늘날의 미에서는 아주 많은 자극들이 생산된다. 바로 이러한 자극과 흥분의 홍수 속에서 미가 사라진다. 대상에 대한 관조적 거리가 불가능해지고, 대상은 소비에 내맡겨진다. 미용산업은 몸을 성적 대상으로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몸을 착취한다. 소비문화는 미를 점점 더 자극과 흥분의 도식에 종속시킨다. 훌륭한 예술작품의 기준도 우리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 되고 그 판매 가격이 그 작품의 가치로 환산된다. 그러나 진정한 미는 소비될 수 없는 것이다. “소비와 미는 서로를 배척한다. 미는 향유하라고, 소유하라고 유혹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는 관조적인 머무르기로 초대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은 자본주의와 결코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이 한병철이 우리에게 주는 강력한 메시지다.
소비사회 혹은 디지털 시대의 미학에 관한 사유
타자를 복원하고 우리를 열린 성찰로 이끄는 아름다움의 힘
“지금은 대화 능력, 타자를 향하는 능력, 나아가 경청하는 능력이 모든 차원에서 사라지고 있다. 오늘날의 나르시시즘적인 주체는 모든 것을 오로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만 지각한다. 그는 타자를 볼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한병철이 말하는 아름다움의 구원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근대 미학에서 분리된 미와 숭고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것, 인식적인 것까지 아름다움 속에 재통합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움에는 감각적 만족을 넘어서서 우리를 대상과 자아에 대한, 결말을 알 수 없는 열린 성찰로 이끄는 힘이 있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관찰자를 타격하여 쓰러뜨리는 것’ ‘나를 뒤흔들고 파헤치고, 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너는 네 삶을 바꾸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대상을 자기확인과 만족, 향유의 도구로 삼기를 그만두고, 자신에게 충격과 전율과 불안과 고통을 안겨주며 상처를 입히는 것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주체는 타자의 타자성을 인식하고 타자를 향해 자신을 열어놓을 수 있게 된다. 결국 한병철이 이야기하는 ‘아름다움의 구원’은 곧 ‘타자의 구원’이다. 한병철의 글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조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문제를 적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아름다운’ 한병철의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또 한 번 성찰의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병철 교수의 책들은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그리스 등 15개국 이상에 소개된 데 이어, 최근 스페인 등지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5년에는 그의 에세이 「무리 속에서」가 프랑스 브리스톨 데 뤼미에르 상(외국 에세이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독일 주요 언론 매체의 서평
과감한 주장들을 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이 책은 우리의 미적 시각뿐만 아니라 인문학까지 구원해낸다. 열정적이며 진정한 성공작! 『디 타게스포스트』
왜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이토록 이상하게 낯선 것이 되어버렸는지 [……]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책. 『슈피겔』
한병철의 최신작인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권장할 가치가 있다. 이 책은 미가 드높은 경배 대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소비를 위한 생산물로 전락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미의 세속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노이에 취리허 차이퉁』
한병철의 『아름다움의 구원』은 이제는 잊힌, 비학문적이라고 잘못 알려진 전통을 되살린다. 새로운 것을 사유하는 데 백 페이지도 요구하지 않는 전통 말이다. 『필로조피셰 마가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