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경제에서는 ‘거품’이라면 질색하지만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다.
자연은 왜 스스로 이런 낭비적인 방식을 택했을까?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에 관한 색다르고 번뜩이는 통찰
“나는 오늘도 자연과 인간을 관찰한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국립생태원 원장 최재천 교수의 신작 칼럼집. 진화, 인간과 동물, 생태와 환경뿐 아니라 우리 삶과 사회를 통찰하며,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색다른 관점에서 보게 한다. 가령, ‘거품’은 경제 분야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저자는 진화에서 거품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은 왜 스스로 이런 낭비적인 방식을 택했을까?
지구의 그 어떤 생물도 미래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거기에 알맞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 번식을 하지 않는다. 누구는 많이 낳고 누구는 적게 낳는다. 그러면 자연선택이라는 메커니즘이 나타나 누구의 전략이 성공했는지 판결을 내린다. 진화는 그래서 언제나 결과론적이다. 낭비로 보이는 ‘거품’이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미리 예측하고 앞뒤 균형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제대로 성공해본 적은 거의 없다.
넘쳐야 흐른다. 애써 틀어막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나 일기 마련이고 그런 거품 사이로 삶은 반드시 흘러넘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필경 죽은 시스템일 것이다. 우리 삶을 충만하게 하기 위한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것이 시들고 사라지지만, 넘쳐야 고여 썩지 않고 흐르는 법이다.
이처럼 자연의 법칙이 우리 인간의 삶에 통용될 때도 있지만,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인간 사회에서 언제나 자연스러울 수는 없다. 저자는 생태, 즉 사는 모습을 연구하는 생태학자로서 그가 평생 몸담아온 ‘생태학’의 관점에서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를 관찰한다. 이 두 생태계의 다른 듯 비슷한, 또 같은 듯 새로운 모습을 비교하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리 사회를 색다르게 통찰한다.
목차
서문 넘쳐야 흐른다
1 자연은 낭비를 선택했다
딸꾹질 | 아기의 칭얼거림 | 수컷의 물건 | 키스의 진실 | 남자들의 수다 | 요리하는 남자 | 악수 문화 | 옥시토신, 기적의 호르몬? | 몸에 좋은 음식 | 소금의 재발견 | 소식과 장수 |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 거품예찬 | 새로운 계산법 | 발가벗긴 디엔에이 | 다윈과 월리스 | 비발디와 멘델 | ‘이상한 나라’의 진화생물학자 | 공룡과 용 | 「주라기 공원」 20주년 | 전설의 기원 | 믿음 엔진 | 인간 행동의 네 단계 | 본능의 빈자리 | 자연 본색, 인간 본색 | 나눔과 베풂 | 나아갈 진進
2 자연 본색, 인간 본색
개미와 인간의 시소 놀이 | 어순과 띄어쓰기 | 잔인한 계절, 봄 | 코끼리와 수신호 | 인간 유일? | 판 하빌리스 | 솔제니친과 개미 | 프레리도그의 파도타기 | 생물의 방어 | 나는 사회생물학자 | 바이러스 따위 | 살인 진드기? | 길앞잡이의 유혹 | 저음의 매력 | 남자의 품격 | 으악새, 너는 누구냐 | 뱀의 다리 |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동물들 | 위안과 감사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자유와 안전 | 알면 사랑한다 | 뿌리와 새싹 | 바이러스 스캔
3 알면 사랑한다
허파꽈리 수난시대 | 병에 든 물은 병든 물 | 압구정 하루살이 | 뎅기 바이러스 | 공회전 이제 그만 | 녹색 자연의 신비 | 아낙네 속살과 자작나무 | 침묵의 봄 | 생물다양성의 의미 | 세계평화의 날 | 거꾸로 가는 환경 교육 | 소행성의 날 | 소녀시대? 오리시대! | 생명 사랑, 다양성, 창발, 멋 | 에코뱅크 | 생명 특허 | 경제성과 생태성 | 고품격 복지와 웰빙 | 회초리와 마중물 | 땅 |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 생태선진국을 꿈꾸며
4 좋은 담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
나의 서점관망기 | ‘인터넷의 역설’ | 고전과 창의성 | 날것의 에로티시즘 | 4′33″ | 파란 마음 하얀 마음 | 행복의 수학 공식 | 피카소처럼 살자 | 성공하는 입버릇 | 시작과 반 | 이기적 성공 | 끼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후회 없는 삶 |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 웃기고 자빠졌네 | 여울 | 아이큐와 입양 | 앎을 실천으로, 여성 리더 김옥길 | 대학의 미래 |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문과반 이과반 | 종합과학으로서 생태학 | 이론생물학의 길을 열다 | 인성교육의 자가당착 | 인간 프란치스코 | 기부 문화 | 소금쟁이 로봇
5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다
사소한 규칙 | 복고풍 범퍼 | 폴리스와 CCTV | 독서 실종 | 무기력사회를 넘어서 | 신뢰와 칫솔 | 남쪽으로 튄 자유 | 88만 원 세대의 투표권 | 여론인가 연론인가 | 예언과 예측 | 축구 실력과 인구 비례 | 호칭 유감 | 조금만 비겁하게 | 여왕 김연아 | 달콤한 돈 | 덤살이 | 아리아드네의 실과 고르디우스의 매듭 | 역사 지능 | 개미나라의 단일화 | 지도자의 조건 | 창조경제의 떡밥 | 이매진 코리아 | 70년의 기적 | 부드러움의 힘 |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 일본의 각별한 남성 배려 | 전염성과 독성 | 웰빙과 웰다잉 | 연금의 진실 | 최영 장군과 김영란법 | 백벌백계 | 희망의 배
참고문헌
저자
최재천
출판사리뷰
자연과학과 인문학, 지성과 감성이 어우러진 ‘통섭’의 아이콘 최재천 교수의 신작!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의 색色다른 시선
세계적인 석학이자 자연과학자,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 최재천 교수의 신작 『거품예찬―넘쳐야 흐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거품이라면 입에 거품을 물 만큼 질색하는 한국 사회에서 ‘거품’을 예찬하는 책이라니. 부동산 거품, 증시 거품, 가격 거품, 거품 경제, 잉여 인간…… 기실 찾아봐도 부정적인 단어 일색이다.
현재 한국 사회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경제 논리가 우선하며 ‘거품’과 ‘잉여’라는 말이 대변하듯 정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면 쓸모없고 낭비적인 것들로 취급받기 일쑤다. 과연 ‘거품’은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낭비에 불과할까. 이 책에서 최재천은 이러한 현 세태를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 색다르게 바라본다. 가령 경제 분야에서는 ‘거품’이라면 질색하지만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며 자연은 스스로 낭비를 선택했다”는 것. 자연은 무모하리만치 많은 알과 씨를 뿌리는 지극히 낭비적인 삶의 방식을 택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으며, 따지고 들면 자본주의 국가의 자유경쟁 시장에서도 수요와 공급은 언제나 출렁이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미리 예측하고 앞뒤 균형을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제대로 성공해본 적은 거의 없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최재천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선, 더 나아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리 삶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생태학’의 관점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거품예찬』은 자연과학적 관찰과 인문학적 성찰, 학자로서의 지식과 평범한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쉼 없이 교차하며 우리 세계에 대한 최재천 특유의 통섭적 사유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경제에서는 ‘거품’이라면 질색하지만 진화의 기본은 ‘거품’이다.
자연은 왜 스스로 이런 낭비의 방식을 택했을까?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학문 간 소통의 필요성을 널리 알린 ‘통섭’의 아이콘이자, 문학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쉬운 언어로 활발한 저술 활동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독보적인 과학 에세이스트인 최재천.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질색하는 ‘거품’은 그의 시선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생명의 역사가 그러했으며 이는 인간 사회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그는 “모름지기 넘쳐야 흐르며, 애써 틀어막지 않으면 거품은 언제나 일기 마련이고 그런 거품 사이로 삶은 반드시 흘러넘치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필경 죽은 시스템”이라 일갈한다. 비록 “그런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많은 것이 시들고 사라지지만 넘쳐야 고여 썩지 않고 흐른다”라고 거품을 예찬한다.
이러한 ‘자연’의 논리에서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이 당연해 보인다. 흡사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는 무한경쟁을 옹호하는 듯도 보이지만, 최재천은 “자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 반드시 인간 사회에서도 자연스러울 수는 없”음을 또한 강조한다.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져 자연선택의 서슬 앞에 가차 없이 낭비되는 홀씨와 유충에게는 마땅한 권리를 부여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에게는 일일이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 모름지기 인간으로 태어난 그 누구도 자연선택 따위에게 낭비될 수는 없다”는 것. 이처럼 최재천은 앞만 보고 질주하는 지금-여기 우리들에게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서 인간은 한낱 우연의 산물일 뿐임을, 현실 세계는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가 서로 맞물리고 교차하는 역동적인 자연(다이내믹 네이처)의 현장임을 알기 쉽게 조곤조곤 우리에게 깨우친다. 그러니 ‘나’ 그리고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고개를 돌려 주변을 한번쯤 돌아보라고.
다른 듯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른 자연생태계와 인간생태계를 오늘도 끊임없이 ‘관찰’하는 그는 그동안 꾸준히 설파해온 공존과 공생(호모 심비우스)의 길, 따뜻한 자본주의에 대한 해답이 그가 몸담은 학문 ‘생태학’에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가운데 총 133편의 글을 묶어 펴냈다. 진화와 생명, 인간과 동물, 환경과 생태를 비롯해 정치, 외교, 교육,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을 아우르고 있으며, 각 주제별로 짧은 글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관한 그의 폭넓은 혜안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모두 다섯 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에서 「1부 자연은 낭비를 선택했다」는 생명의 진화에 대한 글을 다루고 있으며 「2부 자연 본색, 인간 본색」은 인간과 동물을 비롯한 생명 전반에 대한 글들, 「3부 알면 사랑한다」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 즉 생태학에 관한 글들을 모았다. 「4부 좋은 담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배움과 나눔, 교육, 삶과 죽음에 대해 폭넓게 다루었고 「5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다」는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과 제언, 통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