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설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목소리다!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 로맹 가리
스스로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에서 직접 들려준 마지막 고백!
전투기 조종사, 외교관, 성공한 소설가, 영화감독, 영화배우 진 세버그의 연인…… 다양한 수식어로 매력과 재능과 열정을 증명하는 로맹 가리. 노년에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다시 한 번 작가로서 최고의 정점에 서기도 했다. 로맹 가리는 이 책에서 기상천외한 모험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하고 생동감 넘치는 자신의 삶과 철학을 특유의 독설과 재치, 냉소적인 유머와 함께 들려준다.
“자전적 작품을 또 쓸 만큼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애 마지막 공식 기록에서 로맹 가리가 한 이 말에 가슴이 저리다. 녹화 후 겨우 몇 달 뒤에 그는 스스로 삶을 접었다. 이 책은 로맹 가리 자서전의 최종판으로, 그의 삶을 이룬 야심, 희망, 성공, 그리고 수모 들을 직접 폭로하는 마지막 보고로 간주되어야 한다. _로제 그르니에(소설가)
목차
1. 새벽의 약속
2. 군대에서 외교계로
3. 외교계에서 영화계로
4. 내 삶의 의미
옮긴이의 말_로맹 가리, 세상을 홀린 마법사
로맹 가리 연보
저자
로맹 가리
출판사리뷰
‘소설’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목소리’다!
공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 로맹 가리
스스로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에서 직접 들려준 마지막 고백!
전투기 조종사, 외교관, 성공한 소설가,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과시하고, 누벨바그의 여신 진 세버그와의 사랑과 결혼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로맹 가리. 노년에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다시 한 번 작가로서 최고의 정점에 올라,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는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로맹 가리. 1980년 66세 겨울, 권총 자살로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감한 로맹 가리. 그가 자살하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 구술 회고록 『내 삶의 의미』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에 프랑스에서 로맹 가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이다.
1979년 2월 로맹 가리는 가명 에밀 아자르로 남기는 마지막 작품 『솔로몬 왕의 고뇌』를 출간하고, 3월 21일에는 에밀 아자르에 관한 모든 비밀을 밝히는 글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을 탈고했다. 그리고 1980년 초, 그는 로맹 가리 이름으로 출간될 마지막 작품 『연』을 출판사에 넘긴 뒤, 라디오 캐나다 방송에서 이 마지막 회고록 『내 삶의 의미』를 구술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이 글은 어쩌면 로맹 가리가 죽음을 결심하고서, “자전적 작품을 또 쓸 만큼 내 앞에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세상을 뜨기 몇 달 전에 남긴 마지막 고백이다. 이 글에서 그는 삶의 궤적을 찬찬히 좇으며 자신의 모든 작품을 되짚어보고, 자신이 삶에서 추구해온 것들과 소설가로서 작품 속에 담으려 했던 의미를 정리한다.
너무나 유명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로맹 가리. 그러나 그는 미디어 및 대중이 만든 이미지와 오해에 대해 경고한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대중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사실 실제와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나에 관해 말하는 모든 것에서 나는 결코 나를 알아보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편견 속에서 독단적인 이야기를 해대는 평론가들의 목소리가 아닌, 미디어에서 편집된 그의 모습이 아닌, 대중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닌, 스스로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로 그의 삶을 들여다볼 차례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
1980년 12월 2일 오후가 저물 무렵, 로맹 가리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의 유서 마지막 줄엔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로써 파리 문단은 전설적인 작가 로맹 가리와 함께 혜성처럼 떠오른 천재 작가 에밀 아자르도 동시에 잃게 되었다.
사후에야 밝혀졌지만, 러시아 이민자에서 전쟁영웅, 외교관, 소설가로 성공한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도 활동하며 평단을 뒤흔들었던 것이다. 에밀 아자르가 작품을 발표할 당시 로맹 가리에 대한 문학적 평가는 예전과 달리 좋지 못했다. 프랑스 문학계는 에밀 아자르라는 신인 작가에게 극찬을 보냈으며 로맹 가리는 자기 자신인 에밀 아자르와 비교되어 더욱더 퇴물로 평가 받았다. 이것은 에밀 아자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그의 의도가 실현된 것으로, 로맹 가리는 완벽한 연기로 편견에 젖은 평론가와 세상의 차별을 조롱하며 자신의 삶을 완료했다.(에밀 아자르 사건은 이 책의 「옮긴이의 글」에 설명되어 있다.)
그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몇 달 전, 라디오방송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그것을 녹취한 것이 이 책 『내 삶의 의미』다. 어쩌면 이미 죽음을 생각했을 노(老) 작가는 평생에 걸친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섞어 들려준다. 그러나 에밀 아자르의 정체를 밝히기 전이기에 아자르의 이름으로 펴낸 작품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화려하고 곡절 많았던 삶. 그야말로 한 편의 소설이 되어버린 그의 삶만 담아내기에도 짧은 이 글은 그가 하지 못한 말들의 무게로 무겁다.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가 하지 못하고 행간 속에 침묵으로 담아둔 말들을 읽어내야 한다. 소설가 로제 그르니에는 “이 책은 로맹 가리 자서전의 최종판으로, 그의 삶을 이룬 야심, 희망, 성공, 그리고 수모 들을 직접 폭로하는 마지막 보고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즐거웠소. 고맙소. 그럼 안녕히!”
모험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파란만장한 생애
“정말 즐거웠소. 고맙소, 그럼 안녕히!” 이 말은 로맹 가리가 자살하기 전에 변호사와 갈리마르 출판사로 보낸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의 마지막 문장이다. 물론 이 글은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으로 익명성을 선택한 ‘에밀 아자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글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하고 마지막 순간조차 자신의 각본대로 이끈 이 남자의 삶 전체에 대한 감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편의 소설 같은 그의 삶은 언제나 이슈가 되고 풍문을 몰고 다녔다. 하지만 대중과 미디어가 말하는 로맹 가리는 실제와는 다른 창조된 인물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에는 그동안 다른 통로로는 들을 수 없었던, 로맹 가리 자신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재치 넘치고 우스꽝스럽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어려운 학생 시절 매음 아르바이트를 할 뻔했던 유혹의 순간, 술을 전혀 못하는 로맹 가리의 수프에 동료들이 위스키를 넣어 취한 로맹 가리가 전투기를 몰고 나가 연습용 폭탄으로 폭격했던 사건, 2차대전 당시 눈먼 조종사를 말로 설명하며 인도해 안전하게 착륙한 사건, 드골 장군과의 인상적인 첫 만남, 외교관 시절 연루된 섹스스캔들을 막은 기막힌 방법, 유엔 주재 프랑스 대변인 시절 자신이 느끼는 것과 말해야 하는 것 사이의 이념적 모순을 견디다 못해 신경쇠약을 일으켜 실수한 사건들, 로맹 가리 소설 속의 동성연애자가 자신이라고 오해한 어떤 대사 때문에 런던으로 발령받지 못한 사건,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일어난 사건들, 앙드레 말로 · 드골 · 게리 쿠퍼 등과의 인연 등, 로맹 가리는 한 인간의 삶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모험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자신의 삶과 철학을 특유의 독설과 재치, 냉소적인 유머와 함께 들려준다.
타고난 소수자 로맹 가리의 “삶의 의미”
이 회고록은 몇 달 후 자살할 사람이 삶을 돌아본 것이기에 매우 진지하지만, 소설보다 더 극적이고 생동감 넘치기에 어둡지 않다. 또한 로맹 가리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이야기는 재미있고 밝지만,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기에 깊이 있을 수밖에 없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삶과 문학을 돌아보며, 여성을 향한 사랑이야말로 자기 삶의 큰 동기이자 기쁨이었다며, “내 책들이 무엇보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 거의 언제나 여성성을 향한 사랑을 얘기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 작품을 이해하지 못한” 거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타고난 소수자로 칭하며 자신은 좌파든 우파든 다수의 강한 자들에게 반대한다고 할 만큼 언제나 약자의 편이었던 로맹 가리의 ‘여성성에 대한 예찬’은 “약함에 대한 예찬과 옹호”로 인권과 연결된다. 그에게 “인권이란 바로 약할 권리를 옹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에게 공쿠르 상을 안긴 『하늘의 뿌리』 역시 생태학적인 시각을 넘어 인권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그는 “코끼리는 곧 인권”이라고, “서툴고 거추장스럽고 성가셔서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는 존재, 진보에 방해가 되는 존재,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그런 존재”로 코끼리는 인권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로맹 가리 특유의 유머 역시 그에겐 사상의 표현이었다. 그에게 “유머는 무기 없는 사람들의 순결한 무기”였다. 그는 “유머는 우리에게 닥친 고통스런 현실을 누그러뜨릴 때 우리가 행하는 일종의 평화적이고 수동적인 혁명”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로맹 가리가 작품을 통해, 삶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그의 뜻, 삶과 문학에 대한 철학이 총망라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