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위하여
‘당연의 세계’에 끊임없이 비판의 눈길을 던지며,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쓰기를 해온 사회학자이자 작가 정수복의 신작 『응답하는 사회학: 인문학적 사회학의 귀환』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회학이 과학적 방법론에 의지해 전공자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이론과 각종 통계 수치로 가득 채워진 논문만 양산해내면서, 정작 ‘사회’에서 유리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회학이란 삶의 궁극적 의미와 세상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오늘날의 사회학은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연구비를 주는 국가와 기업, 논문심사 기관의 요구에 답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연구자로서 ‘대학 사회’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저자는, 우리 학계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사실을 마치 사물처럼 다루며 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는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대신 잃어버린 인간적 차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문학적 사회학’, 인문학과 문학?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요청한다.
목차
책을 펴내면서
1부 사회학이 예술을 만날 때
1. 왜 예술로서의 사회학인가?
예술로서의 사회학이란? | ‘문화사회학’과 ‘마음의 사회학’ | 실증주의 이후의 사회학 |
삶의 사회학 | 개성 있는 사회학 | 감동을 주는 사회학 소설과 사회학 | 시와 사회학 |
사진과 사회학 | 건축과 사회학 | ‘사회학자/작가’라는 이중의 정체성 | 소통과 인격
2. 어느 사회학자의 예술론
시적인 순간과 예술 창조 | 예술가는 어떤 사람인가? | 광기와 ‘두엔데’ | 야생의 사고와 예술 체험 | 예술과 자연 | 공감과 연민 | 학문과 예술 | 아름다움의 옹호 | 예술적 감동을 위하여
2부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
1. 어떤 사제 관계 이야기ㅡ배움의 길 위에서
멀리 파리에서 | 어떤 만남 | 토론식 수업 | 민주적 자세 | 말하기와 글쓰기 | 평등 의식 | 개성의 존중 | ‘원칙의 사람’ | 이론과 역사에 대한 관심 | 학문 사이의 벽 허물기 | 한국 사회 비판 | 비판적 지식인 | 시민사회의 ‘민주적 어른’
2. 거울 앞의 사회학자ㅡ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자기분석
한 사회학자의 사회학적 자기분석 | 엇갈린 만남 | 시골 소년의 파리 상경기 | 불복종에서 시작된 알제리 현장연구 | 상처와 치유 | 결핍과 창조 | 이중의 부재 | 두 세계를 오가며 | 부르디외 저작의 해방적 효과 | 앎과 삶 그리고 성찰성 | 원초적 공동체를 넘어서 | 철학에서 사회학으로 | 부르디외가 나를 호명하는 이유
|후기| 부르디외의 흔적을 찾아서
3. ‘패자’의 윤리학ㅡ대학 밖 사회학자의 성찰적 자기분석
상처와 고통 | 스티그마와 인정투쟁 | 나의 수난기ㅡ1989?1993년 | 1990년대 대학교수 채용 관행 | 나의 수난에 대한 사회학적 설명 | 대학 사회의 변화 | 시민운동과 자발적 망명생활 ㅡ1994?2011년 | 백의종군하는 삶ㅡ2012년 이후 | ‘사회학자/작가’의 길 | ‘패자’에게 주어진 선택 | ‘패자’가 받는 축복 | 흔들리는 마음 다스리기 | ‘패자’만의 즐거움 | 낙타가 사막을 건너는 법
|보유| 사이와 너머, 초중도의 길
3부 한국 사회학의 새로운 길 찾기
1. 소통하는 사회학ㅡ노명우의 ‘대중과 소통하는 글쓰기’
사회학의 흥망성쇠 | 서평에서 사회학평론으로 | 인생을 바꾼 두 권의 책 | 한 권의 독특한 책 |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 ‘통렬한 풍자’의 문체 |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어떻게 읽히고 있을까? | 세상물정의 사회학과 공공사회학 | 다시, 사회학적 관점이란 무엇인가? | 새로운 글쓰기를 실험하는 사회학자들 | 만인을 위한 사회학개론을 향하여
2. 기억하는 사회학ㅡ사회인간학으로 읽는 조은의 소설
사회인간학이란 무엇인가? | 실험적 글쓰기 | 사회학적 소설 쓰기 | 소설 속의 사회인간학 | 가계도 그리기 | 사라진 아버지 | 좌익 아버지들 | 실종된 아버지가 남긴 가족의 역사 | 요란한 하강, 조용한 상승 | 불행의 세습 | 불행한 사건의 재발 | 가족사의 비밀, 인생의 수수께끼 | 친일파와 빨갱이
3. ‘우물’ 밖으로 나온 사회학ㅡ송호근의 한국 근대 탐색
큰 그림을 그리는 사회학 | 신문 칼럼에서 ‘대하’ 사회학까지 | 명제 만들기 | ‘분석적 서사’의 문체 | 이름 붙이기와 개념 구사 | 책 제목은 적절한가? | 시민은 탄생했는가? | 한말 자발적 결사체는 얼마나 근대적이었나? | 서구중심주의라는 기본 틀 | 우리 학문 공론장의 문제 | 선행 연구와의 관계 | ‘탄생 연작’의 보완을 위한 제언 | 유교 전통을 보는 관점 | 과거 해석과 미래 지향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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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수복 (지은이)
출판사리뷰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에서
‘인문학적 사회학’으로
사회학은 누구의 질문에 어떻게 응답하면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아나가야 하는가?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위하여
‘당연의 세계’에 끊임없이 비판의 눈길을 던지며, 인문학과 사회과학,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쓰기를 해온 사회학자이자 작가 정수복의 신작 『응답하는 사회학: 인문학적 사회학의 귀환』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회학이 과학적 방법론에 의지해 전공자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이론과 각종 통계 수치로 가득 채워진 논문만 양산해내면서, 정작 ‘사회’에서 유리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회학이란 삶의 궁극적 의미와 세상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바꾸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오늘날의 사회학은 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연구비를 주는 국가와 기업, 논문심사 기관의 요구에 답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연구자로서 ‘대학 사회’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저자는, 우리 학계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사실을 마치 사물처럼 다루며 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는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대신 잃어버린 인간적 차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문학적 사회학’, 인문학과 문학?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요청한다.
왜 예술로서의 사회학인가?
(“좋은 사회학은 좋은 소설과 유사하다”_피터 버거)
이 책의 1부 “사회학이 예술을 만날 때”에서는 합리적인 ‘설명’만을 추구하는 기존 사회학의 테두리를 파격적으로 뛰어넘어 저자와 독자가 ‘감동’을 공유하는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주장한다. 사회학이 문학?예술과 대화함으로써 더욱 풍요로운 학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전에 문학평론가 김현이 사회과학자들이 소설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으며 “이름 있는 사회과학자들의 거의 모든 책은 죽었으나 소설들은 살아남았다. 기억하라. 진리는 숨어서 드러내지 그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을 언급하며 그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한때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맞부딪치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사회과학서적과 씨름하던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전문서적’을 찾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학자들조차도 업적을 쌓기 위해 제 논문 쓰기에 바빠 동료 학자들이 쓴 책이나 논문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정수복은 오늘날에는 “소설가들이야말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글로 그리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하면서, 사회과학자들이 소설의 ‘이야기(서사)’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정수복은 부르디외를 인용한다. 사회학자들은 “자기들 분과학문의 과학성을 단언하기 위해 문학에 맞서서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고 “[문학적] 사유와 표현 형식이 명예를 손상시킨다고 여기면서 그로부터 여봐란 듯이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그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저자는 문학?예술만이 아니라 인접 사회과학은 물론 인문학과도 대화하면서 ‘인문학적 사회학’이라는 ‘오래된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그 삶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는 성찰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학의 본령을 되새긴다. 문학?예술 그리고 인문학과 대화하는 인문학적 사회학은 사회 구성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와 연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문학?예술과의 교감 속에서 연구와 글쓰기를 실험했던’ 국내외, 선후배 사회학자들의 ‘시도를 애정 어린 엄격함을 가지고 점검하면서, 시민사회와 생활세계에 뿌리내린 살아 있는 언어의 실천을 미래의 사회학에 주문한다.’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
: 패자의 윤리학?대학 밖 사회학자의 성찰적 자기분석
2부 “사회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에서는 대학 외부에서 사회학자로 살아온 자신의 체험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분석함으로써 사회학의 궁극적인 존재의미를 다시 한 번 질문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 학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는 1989년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후 대학에 자리 잡지 못하게 된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해명하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내적 분투를 고통스러운 자기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그는 한국 사회가 그에게 부여한 ‘패자’라는 낙인을 ‘기꺼이’ 수용하여, 그것을 중심부와 주변부를 가로지르며 관습의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있는 지위로 역전시킨다. 2부에는 또한 「거울 앞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자기분석」이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여기서는 자신이 거쳐 온 두 세계의 사회적 불일치 때문에 평생 고통스러워했던 피에르 부르디외가 자기 자신을 비롯해 1950년대 이후 파리 학계와 지식인 사회를 성찰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사회학자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성찰성을 증진시키는 일임을 되새긴다.
응답하라, 사회학
: 소통하는 사회학, 행복한 대화공동체를 꿈꾼다.
3부에서는 학자들이 ‘논문 제조업자’ 신세가 되어 다른 동료 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동료들의 ‘대화 요청’에 ‘응답’하고 있다. 정수복은 “동료가 발표한 저서를 읽고 그에 대해 자신의 소감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일은 동료 학자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학계가 ‘논문 시체’들이 쌓여가는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동체로 유지되는 방편”이기도 하다고 주장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사회학적 글쓰기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준 노명우의 『세상물정의 사회학』과 소설의 형식을 기꺼이 차용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감동적으로 보여준 조은의 『침묵으로 지은 집』, 사회학과 역사학을 융합시켜 한국의 근대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조망한 송호근의 『인민의 탄생』과 『시민의 탄생』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이렇게 그는 선후배 학자들과 ‘대화하며’ 사회학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사회는 끊임없이 사회학에 도움을 요청하고 신호를 보내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회학자들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혹은 시장의 논리에 잠식당한 학계의 풍토만 탓하며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날에는 사회과학 책들이 읽을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오히려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책들을 무조건 대중들에게 ‘순응적인 태도’와 손쉬운 ‘위로’만 선물하는 ‘거짓 인문서’로 폄하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 인문서’들이 판치게 된 데는 대중들과의 소통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학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수복은 다시 한 번 사회학자들에게 문학?예술과 인문학, 사회과학의 ‘아름다운 대화공동체’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는 사회자司會者의 역할을 할 것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