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맹자 엄마도 한석봉 엄마도 알고 보면 나쁜 엄마라고?
누가 지연옥 여사 좀 말려줘요!
“내 이름은 지환.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내 목표는 ‘엄마와 다르게’ 사는 것.
내겐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아빠, 쿠키 굽는 엄마, 예쁜 여친.
평범하다고? 내겐 파라다이스라니까!”
톡톡 튀는 캐릭터와 유쾌한 반전이 있는 박성경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평범하게 행복해지고 싶은 주인공 ‘나’(지환)와 막무가내 궤변으로 무장한 엄마 ‘지연옥’의 설전, 나의 짝사랑 유리를 둘러싼 미스터리, 댓글놀이로 시작된 엄마의 연애 등 주인공과 주변인물을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얽히고설키며 마지막까지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짧은 컷들로 이루어진 영화를 보듯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는 점, 장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듯 잘 묘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이 소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하다.
이 작품은 특히 전형성에서 탈피한 엄마 캐릭터를 통해 기존 성장소설의 관습을 깨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편견과 문제들을 절묘하게 비틀어 웃음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교육 열풍,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소극적인 학교, 한부모 가정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등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고 청소년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각자가 새롭게 정의 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차
세 가지 소원
학생인권조례
시 쓰는 공인중개사
전갈과 무화과
작전명 강유리
유리꽃
나쁜 엄마
시적인 (체하는) 댓글놀이
소문과 의심
시를 쓰다 잠들다 vs. 소설을 쓰며 잠들다
일진회, 청문회
개 같은 날
나쁜 엄마의 자식들 모임
엄마를 죽인 날
복수는 나의 것
모전자전
기본과 상식
전갈과 개구리
비(非)모전여전
쿠키와 나무
비긴 어게인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
어울리는 것과 그럴듯한 것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
오늘의 교훈
작가의 말
이 소설에서 인용한 작품
저자
박성경
출판사리뷰
젓갈도 아니고, 전갈?
엄마의 블로그에 수상한 놈이 나타났다
그 무렵, 엄마에게도 비밀이 생긴다. 엄마가 온라인으로 ‘전갈’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상대와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본업은 공인중개사. 어울리지 않게 시를 좋아하는 엄마가 부동산 매물을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블로그에서 둘은 시를 핑계 삼아 농담 따먹기식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각별한 사이가 되어간다. ‘전갈’이 엄마보다 9살 연하에 미혼 남성임을 알게 된 지환은, 부쩍 아이크림을 발라대는 횟수가 는 엄마가 낯설기도 하고, 전갈이 영 수상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환이 유리와 나름 친해졌다고 느낄 때쯤, 학교에는 유리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유리가 지환을 괴롭히는 일진짱의 여자친구라는 것도 모자라 일진짱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유리가 강유리빠 중 한 명인 한 여자애와 키스한 레즈비언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유리 역시 지환에게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 찰나, 지환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유리와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로 일진짱에게 두들겨 맞은 지환. 엄마 역시 불미스런 일로 영업정지를 당하고, 어느 날부터 블로그 활동도 뜸해진다. 잘 풀릴 것 같았던 일들이 그렇게 하나둘 꼬이기 시작하는데…… 과연 유리를 둘러싼 소문은 사실일까? 전갈이라는 녀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환의 세 가지 소원은 영영 소원으로 끝나고 마는 것일까? 행복은 지환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일까?
편견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 통쾌한 한 방을 날리다!
뾰족하게 날을 세운 ‘정상성’에 대한 물음들
열여덟에 임신, 가출, 출산이라는 화려한 이력, 뉴스 시청하다 방송국에 전화 걸어 딴지 걸기, 학원이나 과외는 절대 불가, 선생님들에게 윽박지르기는 기본. ‘지연옥’ 여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거친 말과 행동으로 지환을 당혹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특히 “맹자 엄마는 자식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교육을 핑계로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이기적인 엄마”(59쪽) “한석봉 엄마는 가뜩이나 밖에서도 경쟁하느라 힘든 아이에게 집에서까지 공포심 조장에 경쟁까지 불사한 무서운 엄마”(60쪽)라는 논리는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다소 황당한 궤변으로 보이지만, 곱씹어보면 ‘헬리콥터 맘’ ‘타이거 맘’ ‘매니저 맘’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또한 그녀의 행보는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에 당당하게 맞서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도 일침을 가한다.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모범’으로 일컬어지는, 혹은 ‘표준’으로 제시되는 기준들이 과연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까닭이 바로 그것이다. 왕따, 청소년 자살,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 강남 일대의 사교육 열풍, 미혼모에 대한 편견, 보신주의에 찌든 학교, 동성애 혐오 등 저자는 ‘나쁜 엄마’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콕콕 집어내어 통쾌하게 비판한다.
자신의 엄마를 ‘나쁜 엄마’라 믿는 청소년들을 위한
무규칙 변종 청소년소설!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입학 일주일 만에 엄마가 오늘 교무실 엎었음. 전학 갈 듯 도와줘”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되었다. 학교에서 비상벨이 울리는 데 고장 난 것이라며 가만히 있으라고 한 학교의 안일한 대처에 “내 새끼 불에 타 죽으면 당신들이 책임일 거야!”라며 교무실에서 소동을 피운 어느 한 중학생의 엄마 이야기다. 평소에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던 엄마가 전학 온 지 얼마 안 되어 일으킨 소란에 놀라움과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다음 날 등교를 걱정하는 학생의 사연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회자되었다. 이 이야기는 소설 『나쁜 엄마』에서 주인공 지환의 눈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엄마’로 묘사되는 지연옥 여사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동안 많은 청소년소설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엄마의 캐릭터를 주로 그려왔다면, 『나쁜 엄마』는 과감히 그 틀을 깨버린다. 미혼모라는 꼬리표에도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간다는 점에서 기존에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아들 ‘지환’의 눈에 비친 엄마 ‘지연옥’은 사회적 통념으로 볼 때 모나고 삐딱한 ‘나쁜 엄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그들의 기준에 맞추려하지 않고, 온갖 부정한 것들을 정면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환에게 엄마의 반응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유별나게 느껴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모른 척, 상관없는 척, 침묵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상식’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때론 지환에게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을 선사하지만, 그 ‘상식’을 지키는 것이 결국은 올바른 일이었음, 지환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티격태격하는 두 모자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부모나 교사들에게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통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