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는 ‘우리’들을 위해
천방지축 얼짱 영주가 감행하는 사생결단 탈출기!
‘마음의 감옥’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편견, 정황, 심리 등을 극복 못한 상태를 수감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마음의 감옥’에 든 사람은 대개 자신이 갇혔음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스스로, 본능에 의해 규정해놓은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 그리하여 어떤 일이 좌절되거나, 어긋나거나 할 때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본 다음에야 드디어 자신이 ‘마음의 감옥’에 갇혔음을 깨닫게 된다.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사투리 귀신』 등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중견 작가 남상순의 신작 청소년소설 『키스감옥』은 바로 이 ‘마음의 감옥’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음이라는 추상적인 공간에 사방 둘러싸인 감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을 왜 탈출해야 하는 것일까. 이때 탈출이 갖는 의미는 또 무엇인가. 작가는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우리’의 ‘성장’에 대한 문제를 풀어낸다. 절대 지루하지 않다. 지루하기는커녕,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대사와 묘사, 단단한 고무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캐릭터, 동시다발 폭죽처럼 터지는 사건들로 인해 읽는 내내 빵빵 터진다. 그럼에도 산만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것만 같던 인물과 사건들이 절묘하게 한데 모여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읽는 이를 놔주지 않는다. 이야기의 중심 뼈대, 즉 우리들이 하나씩 품고 있는 감옥의 정체 때문이다. 너무나 재미있는, 그러나 웃을 수만은 없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감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목차
아침에 걸려온 전화 7
엄마는 사인sign을 좋아한다 13
공주를 구합니다 20
알사탕 유감 31
이상한 배고픔 40
지원서를 작성하고 엔터! 55
몰래 본 면접 69
할 수 없는 일들 79
꽃씨 대신 소금 90
내 사과를 받아줘! 98
숨 쉬는 연습 105
언니 유방암과 랩 그리고 거짓말 111
키스감옥의 출현 124
나는 감옥을 지키는 파수꾼이 될 거다 136
잠입 시도 146
지금 이 순간 나는 너를 느낀다 158
나에 관해 나도 잘 몰랐던 것 167
나야, 아니면 전통 의상이야? 178
꽃씨, 후- 186
나는 나와 다르다 199
작가의 말 209
저자
남상순
출판사리뷰
우리
결국 ‘우리’라고 괄호 칠 수 있는 영역을 어디까지로 잡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영주와 태은이, 규원이가 나누고 있는 생각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아예 없앤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선은 ‘우리’의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그러면 마음의 감옥이 출현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곳은 핍박받는 곳이 아니라 다 함께 어울려 노는 장소가 될 테니 말이다. ─「작가의 말」, p.213
우리,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자신의 정체성도 못 찾은 혹은 못 찾은 것 같은 ‘나’와 ‘나’들이 모여 줄이 되고 분단이 되고 반이 되고 학년이 되고 학교가 되어 우리라고 불리운다. 그럼 ‘우리’는 그저 ‘나이’가, 지나고 있는 시기가 같다고 묶인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우리’,란 무엇일까. 도대체 이런 질문에는 아무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그렇다. 어려운 수학 영어 문제들은 척척 답을 내면서, 정작 필요한 문제에는 묵묵부답이다. 늘 그랬듯,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근래 학원 내에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바로 여기서 온다. 왕따 폭력 비관……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몰리는 개인의 문제들은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면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답을 찾는 일이 어렵더라도, 시행착오와 잔돈처럼 남는 후회가 있더라도 ‘우리’는 ‘우리’를 찾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 ‘찾음’이 나를 찾는 길일 수도 있다. 우리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나’들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있어야지만, 마음의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로부터 너에게로
『키스감옥』은 영주라는 아이가 놋다리밟기 공주 선발대회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영주는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딱히 착한 아이,랄 수는 없지만 명랑하고 쾌활해서 친구도 많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요즘 착하다는 것은 쿨하지 않다는 말이다. 쿨하다는 건 이런 거다. 너는 너. 나는 나.
어느 날 맥도널드에 놋다리밟기 공주를 구한다는 엉뚱한 ‘방’이 하나 붙는다.
제5회 탄천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공주 1명과 시녀 6명을 뽑습니다. 성남시의 문화적 도약을 위해 기꺼이 허리를 내어줄 돌다리 소녀단도 모집합니다. 14세 이상 19세 이하의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p.24
놋다리밟기가 무엇이냐고?
놋다리밟기는 공주를 뽑아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인간 다리를 건너가게 하는 놀이다. [……] 우선 공주를 뽑는다. 뽑히지 않은 여자들은 일렬로 늘어서 상체를 굽힌 뒤 앞 사람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공주는 그들의 등을 밟으며 지나가는데, 노랫소리에 맞춰 천천히 진행된다. 이때 시녀 역할의 여자들은 공주가 넘어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손을 잡아 이끈다. pp.25~26
영주의 마음속에 공주라는 단어가 꽂힌다. 아이들의 등을 밟고 건너간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자신의 ‘특별함’을 증명하고 어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남친 규현에게 말이다. 규현은 동갑내기 남자아이다. 그런데 이 애, 목석이 따로 없다. 영주가 아무리 천방지축 날뛰며 들이댄다 해도 좀 너무하다. 특히 요즘은. 심장병에 걸린 태은이 “고 계집애”가 문제다. 자꾸 규현이에게 접근해서 꼬리를 친다. 사실 셋은 어렸을 때부터 절친이었다. 태은이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전에는.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데 제대로 붙어보기도 전, 태은이가 심장이식이라는 큰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을 한다. 때마침 놋다리밟기 공주 컨테스트에 나가게 된 영주는 마음이 편치 않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이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게다가 뽑기라는 어이상실(?) 선발 방법에 의해 영주는 공주가 아닌 시녀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은이 문병을 다녀온 규현은 영주에게 키스를 하자고 조른다. 지금 하지 않으면 키스감옥에 갇힌다나 뭐라나.
영주는 과연 시녀로 이 대회에 참석하게 될까. 그리고 규현이가 말한 키스감옥이란 무엇일까. 이 궁금들은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대로 풀릴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 영주가 나라는 감옥에서 나와 ‘우리’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공주를 원했으나 시녀를 받아들이는 것도, 밉기만 하던 태은이를 다시 받아들이는 것도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또 소중한 과정이다. 이를 배움이라고 말해도 좋을까. 영주는 세상이라는 텍스트로부터, 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가족 친구 등)로부터 ‘우리’라는 개념을 배우는 중이다. 또 하나 주목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진화’이다. 영주와 태은과 규현은 어렸을 적부터 친구다. 하지만 친구라는 관계 역시 감옥이 된다. 새롭게 자라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라는 범위는 앞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넓힐 필요가 있다. 몸이 자라면 마음도 자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주는 놋다리밟기를 통해 ‘우리’의 범위를 넓히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배운다. 모두 합심하여 다리를 만들고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예쁜 공주라고 해도 강을 건널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라는 것이 그렇다. 공부를 잘하든, 운동을 잘하든, 얼굴이 예쁘든, 그 반대 지점에 가까운 타인과 차별화된다고 해도, ‘우리’라는 이름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예뻐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는, 정말 아무런 상관없이 말이다. 키스감옥이라는 것은 그렇다면, ‘우리’라는 말의 비유일 게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비밀인, 그렇지만 잘못하다간 관계의 감옥에 갇히게 되는, 바로 그것.
즐겁고 재미있는, 생생함.
남상순 작가만의 재빠른 문장과 톡톡 튀는 캐릭터는 이 소설의 즐거움이다. 읽기에도 가속도가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요철 같은 것도 없이 매끄럽게 나아가는 문장은, 〈오늘의 작가상〉출신 작가답다. 스토리라인 역시 독창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다. 어떤 순간엔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지고, 난데 없이 가슴 짠해지지만, 놀랍게도 어느 순간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손바닥 위에 척하니 놓인다. 마치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하모니를 이루어 천상의 소리를 이루는 것처럼. 또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내숭이라고는 조금도 모르는 미녀 캐릭터와 그 미녀에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나무꾼 캐릭터는 둘째치더라도 갱년기에 걸려 고생하는 엄마들, 무능해진 가장인 아빠,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을 것만 같은 친구들은 상상과 읽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문지푸른책 성장소설선은 자라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다루는 소설을 펴내왔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 그들의 작품들을 통해 모두 한 뼘 혹은 그 이상씩 자라는 이들을 위한 책들이다. 이제 『키스감옥』이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 작품은 지금껏보다 그 눈높이를 좀더 청소년에 맞춘 작품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어색하게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민하고 있을, 그러나 그 고민의 정체를 본인도 모르고 있을 이 세상 모든 영주, 규원이 들을 위한 소설이다. 고민의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보자고, ‘따뜻하게’ 덤벼드는 소설이다. 이제 작가의 상상력을 타고, 우리들의 솔직함을 통과해 마음의 감옥을, 우리의 힘으로 벗어나보자. 서로의 손을 잡고서. 무사히 멋지게 탈출한 다음, “그때 한판 붙자. 멋지게!”
감옥이라는 게 뭔가.
그 안에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못 나오는 곳이다. 누가 풀어줘야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음의 감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건 누가 꺼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넘어진 곳에서 우리는 스스로 털고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이것은 마음의 감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이 가진 하찮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출옥(出獄)이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야 하지만 또한 서로를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감옥을 만드는 것도 거기서 나오는 것도 모두 우리 곁에 있는 그 사람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옥은 결국 ‘우리’라고 괄호 칠 수 있는 영역을 어디까지로 잡느냐의 문제와 연관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영주와 태은이, 규원이가 나누고 있는 생각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아예 없앤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우선은 ‘우리’의 범위를 넓히면 어떨까. 그러면 마음의 감옥이 출현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곳은 핍박받는 곳이 아니라 다 함께 어울려 노는 장소가 될 테니 말이다. 이것은 믿어도 되는 이야기다. ‘키스감옥’에서 나와 스스로의 삶을 향해 ‘놋다리워킹’을 하는 세 주인공이 바로 증인들이다.
이 아이들이 세상 속 ‘우리’를 향해 어떻게 워킹하는지 궁금하다면 먼저 ‘키스감옥’ 안으로 들어와 봐야 한다. 청소년 여러분들이라면 반드시 행복해할 거라고 믿는다.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