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91 북리스트 ‘편집자의 선택’ 부문 선정, 1991 에스터 글렌 상 수상작입니다. 사납고 늙은 양 때문에 벌어진 시끌벅적한 한바탕 소동 안에 인생에 대한 단면들이 가벼운 듯 익살스럽게 담겨 있습니다. 여든아홉 살의 할머니와, 늙은 애그니스와, 철부지 아이들의 관계를 통해 늙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 혹은 아름답게 마감하는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 대한 배려에 대한 이야기가 신나고 슬프고 재미있고 가슴 뭉클하게 전해져 와요.
조와 벨린더는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게다가 아돌프 히틀러가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무식하고, 성당 부속 학교를 다니지만 신앙심과도 거리가 멉니다. 또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못마땅해 으르렁대기 바쁘다. 이런 앙숙이 공동 과제를 위해 찾아간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에 살고 있는 여든아홉 살의 카펜터 할머니입니다. 다소 괴팍해 보이는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 ‘보잘것없는’ 두 아이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기르던 늙은 양 애그니스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자신들이 맡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해 버리는데...과연 어떻게 될까요?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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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윌리엄 테일러
출판사리뷰
1991 북리스트 ‘편집자의 선택’ 부문 선정
1991 에스터 글렌 상 수상작
(에스터 글렌 상은 뉴질랜드 도서관 협회가 우수한 작품에 수여하는 아동문학상이다.)
늙은 양 한 마리 때문에……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약속 때문에……
너무도 괜찮은 아이들이 되어 버린 두 아이의 유쾌한 소동!
못생기고 늙고 사나운 양 애그니스를 지켜라!
자신의 존재 가치는 주변으로부터 얻게 마련이다. 그 존재 자체가 존귀해 누구에게나 환영을 받는다면야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의무적으로라도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줘야 하는 담임 선생님에게조차 귀찮고 어서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은 존재가 된다면 어떨까? 두 악동 조와 벨린더가 바로 그런 아이들이다. 오죽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는 핑계로 선생님은 두 아이를 짝으로 묶어 공동 과제를 내 주었을까. 조용하고 평온하던 온 마을을 늙은 양 한 마리 때문에 한바탕 휘저은 대소동은, ‘마을에서 연세 드신 분들을 만나 지역의 변화와 역사를 알아오라’는 선생님의 야심차고도 (골칫덩이를 처리했다는) 기발한 계획에서부터 시작된다.
조와 벨린더는 선생님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아돌프 히틀러가 누구인지도 모를 만큼 무식하고, 성당 부속 학교를 다니지만 신앙심과도 거리가 멀다. 또 둘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못마땅해 으르렁대기 바쁘다. 이런 앙숙이 공동 과제를 위해 찾아간 사람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에 살고 있는 여든아홉 살의 카펜터 할머니다. 다소 괴팍해 보이는 할머니와의 인연은 이 ‘보잘것없는’ 두 아이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다. 할머니가 애지중지 기르던 늙은 양 애그니스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자신들이 맡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해 버린 것이다.
애그니스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양의 속성을 모두 벗어난 엄청난 양이다. 순하고 여린 성격에 눈처럼 하얀 북슬북슬한 털을 지닌 양과는 정반대되는 양이다. 못생기고 사납고 늙고 더럽고…… 전설에나 나오는 설인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혹 큰 개, 황소로도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맘만 먹으면 사람들을 들이받아 울타리 밖으로 넘겨 버린다. 이런 양을 맡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조와 벨린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러 가지 내면의 갈등(약속이냐 배신이냐, 죽이느냐 살리느냐, 버리느냐 키우느냐 등)을 겪으며 약속과 신의에 대해 생각하는 제법 괜찮은 아이들로 자라난다.
애그니스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아이들 앞에 뜻밖의 복병이 나타난다. 할머니의 유산을 노리는 파렴치한 손자 데릭과 예의 없는 부인과 개념 없는 아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애그니스마저도 돈(고기와 가죽)으로 보고 처치하기에 급급해 갖가지 계획들을 실행에 옮기느라 여념이 없다. 얼결에 애그니스를 도축과 인간들의 몰염치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좌충우돌해 가며 갖은 애를 쓰는 조와 벨린더는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그가 누구든 사랑받고 존중받아 마땅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해 나간다.
약한 것으로 강하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빛나게!
누구에게나 눈엣가시 취급을 받던 조와 벨린더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돈으로밖에 안 보이는 늙어 빠진 양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사실 애그니스는 그냥 두어도 얼마 살지 못할 정도로 늙은 양이다. 조와 벨린더가 무엇 때문에 부모님의 눈을 피해 가며 애그니스를 살리려고 애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작은 카펜터 할머니의 강압에 의한 떠밀림일 수도 있고,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의리와 약속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와 벨린더는 아무리 억세고 사납고 못된 늙은 양이라도 자신들이 돌보지 않으면 돈에 눈 먼 인간들에게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대가는커녕 ‘보잘것없는 양’ 애그니스를 먹이기 위해 엄마 몰래 빵을 집어 오고, 덩치 큰 양을 숨기기 위해 온갖 꾀를 내야 했던 ‘보잘것없는 꼬마’ 조와 벨린더는 우연한 기회에 만난 할머니와 양을 통해 모두들 외면하는 골칫거리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약속의 귀중함을 아는 아이들로 탈바꿈해 간다. 약속을 지키려면 약간의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조와 벨린더를 포함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어쩐지 평소에 보기 힘든 인물들이다.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거칠고, 사납다. 선생님이라면, 부모라면, 아이라면, 손자라면 하지 않아야 할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줄줄줄 잘도 내뱉는다. 그런 말을 듣는 상대방의 반응도 별로 심각하지 않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작가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안에 꽁꽁 감추어 둔 이기심, 반항심, 무례함 등을 여러 인물들의 입을 통해 꼬집는 듯 보인다. 무엇보다도 양을 살리기 위해 수고를 마다않는 조와 벨린더의 모습은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게 한다.
사납고 늙은 양 때문에 벌어진 시끌벅적한 한바탕 소동 안에는 인생에 대한 단면들이 가벼운 듯 익살스럽게 담겨 있다. 여든아홉 살의 할머니와, 늙은 애그니스와, 철부지 아이들의 관계를 통해 늙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 혹은 아름답게 마감하는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 대한 배려에 대한 이야기가 신나고 슬프고 재미있고 가슴 뭉클하게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