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문학의 중추, 작가 편혜영, 다섯번째 책. 이 소설은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숲이 복잡하고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막막한 곳임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실 그런 곳은 숲뿐이 아니라는 걸, 의심과 불안이 잠식하는 한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어디이든 애당초 그렇다는 걸” 말하고 있다.
무대는 서울에서 400여 킬로미터, 차로 달려 네 시간 거리쯤에 위치한 숲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늘과 공기와 대지를 잠식하고 어둠과 일체를 이룬 숲. 복수이자 한 덩어리의 전체로 존재하는 숲. 차고 거친 정적과 짙은 그늘 속에 교교한 바람 소리, 모호한 짐승 소리, 사방을 살피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한 숲이다. 이 숲에 실패한 자제력과 반복되는 결심, 실재 없는 감각의 환영에 시달리는 한 사내가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번 작품에는 분명한 사건의 전조와 등장인물 개개별 성격, 그들 관계의 형성을 낳고 엮는 데 앞서 우리가 접했던 그 어떤 편혜영의 소설들보다 대화문이 풍부하게 실렸다. 대화를 이어가는 한 단락 안에서 인물 화자가 교차하면서 심리 변화의 추이가 미묘하게 얽히고, 고조되는 갈등과 불안의 진폭은 읽는 이를 숨 가쁘게 한다. 갈등이 고조되고 종국에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버린 폭력으로 치닿는 과정 역시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벌어진다. 현재의 모순과 패배를 이미 예고했던 과거의 불행과 습관은 인물들을 옮겨가며 그 어떤 외부의 폭압보다 거세게 작동한다. 짙고 거대한 숲과 그 속에서 퍼져 나오는 듯한 음습한 기운과 소음은 어쩌면 극도의 자기모순과 자아 분열, 순간적인 격분과 반복된 자기의혹에 매몰되는 우리 안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목차
1부
2부
3부
에필로그
해설: 세계의 일식이 지나고 - 권희철
저자
편혜영
출판사리뷰
그날, 숲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방인의 방문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작된 숲의 악몽,
대지의 틈, 아무것도 없는 폐허에서 맞닥뜨린
인간의 두려움의 실체를 좇는 편혜영 신작 장편소설
2011년 동인문학상, 2010년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2009년 이효석문학상, 2007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으로 빛나는 한국문학의 중추, 작가 편혜영이 자신의 다섯번째 책이자 두번째 장편소설인 [서쪽 숲에 갔다](문학과지성사, 2012)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숲이 복잡하고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막막한 곳임을 점차 깨달아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실 그런 곳은 숲뿐이 아니라는 걸, 의심과 불안이 잠식하는 한 우리가 사는 곳은 그게 어디이든 애당초 그렇다는 걸” 말하고 있다.
전작 [저녁의 구애](2011)로 도시 문명 속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 황폐한 내면을 꿰뚫으면서, 편리하고 안온한 일상이 끝 모를 공포로 탈바꿈해가는 순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작가 편혜영이다. “군더더기 없는 플로베르적 절제로 최대의 소설적 경제를 이끌어냈다"는 찬사와 함께 그해 동인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던 편혜영이 이번에 발표한 신작 장편 [서쪽 숲에 갔다]의 무대는 서울에서 400여 킬로미터, 차로 달려 네 시간 거리쯤에 위치한 숲이다. 이번 이야기는 이 숲에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시 한 번 염두에 두자. 이 책은 ‘편혜영의 소설’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섣불리, 일상에 지친 도시민을 위무하는 쉼터이자 안식처로, 때로 녹색성장 운운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공문서에 조림 수치와 함께 등장하는 그런 ‘푸르른 숲’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늘과 공기와 대지를 잠식하고 어둠과 일체를 이룬 숲. 복수이자 한 덩어리의 전체로 존재하는 숲. 차고 거친 정적과 짙은 그늘 속에 교교한 바람 소리, 모호한 짐승 소리, 사방을 살피는 부엉이의 울음소리로 가득한 숲이다. 이 숲에 실패한 자제력과 반복되는 결심, 실재 없는 감각의 환영에 시달리는 한 사내가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쪽 숲에 갔다]는 실종된 형 이경인을 찾아 외딴 마을을 찾은 변호사 이하인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형의 행적을 추적하다 의문의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의 모든 일을 관리하고 또 관여하는 듯한 진 선생과 은퇴한 벌목꾼들로 마을 상점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안남, 최창기, 한성수 모두가 거대한 숲을 둘러싼 범죄를 은닉한 공모자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만을 낳은 채로 1부가 닫힌다. 그리고 다시 열린 2부와 3부에서 현재 이 숲의 관리사무실에 붙박여 주인 모를 스도쿠 책을 뒤적이거나 바람 소리와 짐승 소리 외엔 적막한 숲으로 나 있는 창틀을 배회하거나 간단한 일지를 정리하는 일로 하루를 보내는 박인수의 과거와 현재의 기억이 뒤엉키면서 마을에 짙게 드리운 불안과 폭력의 실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작품에는 분명한 사건의 전조와 등장인물 개개별 성격, 그들 관계의 형성을 낳고 엮는 데 앞서 우리가 접했던 그 어떤 편혜영의 소설들보다 대화문이 풍부하게 실렸다. 대화를 이어가는 한 단락 안에서 인물 화자가 교차하면서 심리 변화의 추이가 미묘하게 얽히고, 고조되는 갈등과 불안의 진폭은 읽는 이를 숨 가쁘게 한다. 갈등이 고조되고 종국에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버린 폭력으로 치닿는 과정 역시 이러한 대화의 과정에서 벌어진다. 현재의 모순과 패배를 이미 예고했던 과거의 불행과 습관은 인물들을 옮겨가며 그 어떤 외부의 폭압보다 거세게 작동한다. 짙고 거대한 숲과 그 속에서 퍼져 나오는 듯한 음습한 기운과 소음은 어쩌면 극도의 자기모순과 자아 분열, 순간적인 격분과 반복된 자기의혹에 매몰되는 우리 안의 소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