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독일 최고 권위지의 격찬을 받으며 현대사회를 비판하다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단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가 낳은 성과사회, 현대인들을 모두 노동수용소에 가둬두다!
출간 즉시 철학서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큰 화제가 된 책으로 저자 한병철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다. 그는 현지에서 서양 철학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 속에 동양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판가로 평가 받았으며,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해 독자들을 열광케 했다.
저자는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에서 그러한 부정성이 제거된 사회,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20세기 후반 이후 일어났다고 보고,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명명한다. 과거의 사회가 금지(“해서는 안 된다”)에 의해 이루어진 부정의 사회였다면,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성공하라는 것이 남아 있는 유일한 규율이며, 성공을 위해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이다. 그러나 부정성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긍정성은 긍정성의 과잉으로 귀결되며 타자의 위협이나 억압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아를 짓누른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여전히 진정 자유롭지 못한가,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가에 대한 답을 구하라
저자는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의 개념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성과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위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한병철은 피로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을 본다. 피로는 과잉활동의 욕망을 억제하며, 긍정적 정신으로 충만한 자아의 성과주의적 집착을 완화한다. 피로한 자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5
피로사회
신경성 폭력 11
규율사회의 피안에서 23
깊은 심심함 30
활동적 삶 37
보는 법의 교육 47
바틀비의 경우 55
피로사회 65
미주 74
우울사회 79
미주 115
역자 후기 118
저자
한병철 (지은이), 김태환 (옮긴이)
출판사리뷰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대한 우아하고도 날카로운 철학적 진단!
“피로사회는 자기 착취의 사회다.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다.”
독일 최고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2010년 10월 2일자에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의 한병철 교수의 철학적 업적을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한병철 교수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 비판의 개척자로 묘사되고 있다. 문화 비판은 니체, 프로이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독일 사상의 중요한 전통을 이루고 있으며, 따라서 독일의 최고 권위지가 한국 출신의 철학자에게 문화 비판의 혁신자라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은 범상하게 넘겨볼 일이 아니다.
위 기사의 필자인 마르크 지몬스는 지금까지 중국, 일본, 한국의 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 기술적으로 인상적인 업적을 보여주었을지 모르지만 서양에 대해 거의 아무런 사상적 영향도 주지 못해왔다고 지적하면서, 한병철이 이러한 사상적 침묵을 깨고 동아시아적 시각에서의 문화 비판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곧 한병철 교수가 독일의 지성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최초의 동양인 철학자임을 의미한다. 고국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에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여 독일의 권위 있는 출판사들에서 꾸준히 저서를 출간해온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를 통해 이제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서양 철학의 언어를 구사하며 그 속에 동양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새로운 종류의 문화비판가로 떠올랐다.
『피로사회』는 출간 즉시 철학서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큰 화제가 되었다. 거의 모든 독일의 주요 신문과 방송 매체들이 이 책을 비중 있게 다루었고, 시대의 핵심적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친 책으로서 격찬하였다.
한병철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자아와 타자 사이의 적대성 내지 부정성을 근간으로 하는 사회(냉전, 면역학, 규율사회)에서 그러한 부정성이 제거된 사회, 부정성 대신 긍정성이 지배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20세기 후반 이후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병철 교수는 이 새로운 사회를 성과사회, 그리고 이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을 성과주체라고 명명한다. 과거의 사회가 금지(“해서는 안 된다”)에 의해 이루어진 부정의 사회였다면, 성과사회는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된 긍정의 사회이다. 이 사회에서는 성공하라는 것이 남아 있는 유일한 규율이며, 성공을 위해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긍정의 정신이다(“Yes, we can!”). 그러나 부정성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 긍정성은 긍정성의 과잉으로 귀결되며 타자의 위협이나 억압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아를 짓누른다. 오직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통해서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자아는 피로해지고, 스스로 설정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좌절감은 우울증을 낳는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한병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성과사회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진화가 낳은 결과로 해석된다. 더 큰 성과를 올려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개개인의 욕망을 부추김으로써 자본주의는 전체적인 생산성을 극대화해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착취는 이렇게 해서 자발적인 착취의 양상을 띤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 성과주체는 자기 자신의 노동수용소를 짊어지고 있다. 범람하는 성공학 도서들이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경영자입니다”라고 말할 때, 한병철은 그것을 “당신은 바로 당신 자신의 착취자입니다”라고 읽는다.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과잉활동, 과잉자극에 맞서 사색적 삶, 영감을 주는 무위와 심심함, 휴식의 가치를 역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의 개념도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성과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위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한병철은 피로가 가진 또 다른 측면을 본다. 피로는 과잉활동의 욕망을 억제하며, 긍정적 정신으로 충만한 자아의 성과주의적 집착을 완화한다. 피로한 자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유아론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다.
한병철은 모든 권위를 타파하고 가장 완전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한 서구 사회, 부정성이 거의 완전히 제거된 듯한 긍정성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의문, 다시 말해 “왜 우리는 여전히 진정 자유롭지 못한가?” “왜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의문에 대해 명석한 답을 제시해준다. 그것이 바로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독일에서 이 책이 그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한 이유일 것이다.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묘사되는 성과사회의 모습은 상당 부분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일치한다. 이 점은 긍정의 힘을 통한 성공을 설교하는 처세 관련 책들이 한국의 도서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팔리고 있는지를 보더라도 확인된다. 한국인이 바라는 이상적 사회의 모습은 아마도 능력(업적)과 성공의 일치일 것이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된 허각에게서 사람들이 본 것도 그러한 이상이다. 하지만 능력(업적)=성공이라는 이상은 능력(업적)을 최상의 가치로 만드는 성과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이상적인 사회의 목표가 될 수 없음을 한병철의 책은 깨닫게 해준다. ‘존재하려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모든 개개인의 마음속에 내면화된 지상 과제가 될 때 사회는 한병철의 말대로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양산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