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캐나다 출신 소설가 낸시 휴스턴의 2006년 페미나 상 수상작이다. 2004년 여섯 살 솔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1982년 솔의 아빠 랜돌, 1962년 랜돌의 엄마 세이디, 그리고 1944년 역시 여섯 살인 세이디의 엄마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순으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 이 가족이 예기치 않게 독일을 방문했을 때,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넘어가는 한 집안 네 세대에 걸친 아이들의 이야기는 각 시대를 특징짓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과, 그것들이 이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거대한 현대사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생생하고 풍부한 디테일이 살아 있어 독자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한 집안의 인생 역정과 이들을 둘러싼 역사가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무거운 역사적 사건들도 독서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작품에 깊이를 더해준다.
목차
1부 솔, 2004년
2부 랜돌, 1982년
3부 세이디, 1962년
4부 크리스티나, 1944~45년
작가 노트
자료 출처
가사 출처
옮긴이의 말
저자
낸시 휴스턴
출판사리뷰
가족이란 반점만 물려받는 게 아니다……
네 세대를 아우르는 상처와 희망의 대물림
“탄탄하게 짜인 이 야심찬 소설은 네 세대를 다루고 있다.
탐정소설 같은 심리적 긴장과 탁월한 문학성을 갖춘 소설,
읽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캐나다 출신 소설가 낸시 휴스턴의 2006년 페미나 상 수상작 [여섯 살]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여섯 살]은 2004년 여섯 살 솔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1982년 솔의 아빠 랜돌, 1962년 랜돌의 엄마 세이디, 그리고 1944년 역시 여섯 살인 세이디의 엄마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순으로 시간을 거슬러 간다. 이 가족이 예기치 않게 독일을 방문했을 때, 감춰져 있던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넘어가는 한 집안 네 세대에 걸친 아이들의 이야기는 각 시대를 특징짓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과, 그것들이 이 아이들의 삶에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가족을 중심으로 거대한 현대사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생생하고 풍부한 디테일이 살아 있어 독자들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한 집안의 인생 역정과 이들을 둘러싼 역사가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무거운 역사적 사건들도 독서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작품에 깊이를 더해준다.
또한 각기 다른 시대에 속하는 꼬마 화자들이 들려주는 일상의 슬픔과 어린 시절 품었던 기대와 환상을 한순간에 깨뜨린 사소한 일들, 지키지 않은 약속, 부모의 관심과 사랑의 부재로 인해 아픈 순간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가 얼마나 깊이 가슴속에 남아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하게 한다.
FAULT LINES...
세대를 잇는 슬픈 결함의 계보
[여섯 살]의 원제는 Fault Lines, ‘단층선들’이다. 한 지점에 힘이 과하게 작용하면 땅이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단층 운동으로 지층이 잘리는데, 그 단층면이 접하는 선을 ‘단층선’이라고 한다. 네 세대의 가족 안에 틈새가 벌어지던 어떤 순간들, 어린 시절 최초, 인생에 금이 가는 순간들, 삶이 뒤흔들리는 순간들의 흔적이 ‘단층선’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네 세대를 잇는 Fault(결함)의 Lines(계보)라고도 할 수 있다.
‘테러와의 전쟁’ 중인 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솔은 아빠 랜돌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엄마와 겉보기엔 문제없이 단란하게 살아간다. 네 주인공 중 유일하게 성장 후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솔이지만 여섯 살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솔은 충분히 걱정스럽다. 외아들을 애지중지하는 엄마 덕분에 솔은 지나치게 오만하고,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손쉽게 접하는 폭력과 성에 집착하며, 어른들의 세계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무시하는가 하면, 엄마의 사랑을 이용할 줄도 아는 영악한 아이다.
1982년의 랜돌은 엄마가 일에만 매달리고 자신을 돌보지 않아 늘 허전하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연민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급기야는 엄마의 연구 때문에 정든 뉴욕을 떠나 낯선 이스라엘의 하이파로 이주한다. 새로운 언어와 학교에 적응해 겨우 안정을 찾을 무렵, 사브라와 샤틸라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불안정한 공존은 순식간에 깨지고, 자기가 유대인인 줄도 몰랐던 랜돌은 사랑하는 팔레스타인 소녀 누자를 잃게 된다. 성장한 랜돌은 주택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에 치이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보통의 가장으로 보이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아랍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 되었으며,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전투용 로봇 ‘검’을 만드는 일을 한다.
1962년 세이디는 젊고 유명한 가수인 엄마가 사생아인 자신을 돌보지 못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산다. 외할머니의 엄격함 때문에 “아침에 깨면 하루하루 그날 느껴지는 슬픔의 맛이 다르다”고 할 만큼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내다가, 새아빠 피터 덕분에 잠시 밝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새롭게 싹튼 그녀의 삶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야넥의 등장과 자살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엄마 크리스티나의 부재와 이기심, 외할머니의 냉정함 때문에 지옥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세이디는 엄마가 되었을 때 그 두 사람 못지않게 차갑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 어릴 때의 열등감으로 인해 누구보다 탁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1944년 크리스티나는 전쟁 중인 황폐한 독일에서 비록 경제적으로는 궁핍하나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목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요한이라는 소년이 입양을 오고, 요한뿐만 아니라 자신도 단순히 입양된 것이 아니라 납치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건이 앞으로의 네 세대의 아이들이 겪을 슬픈 계보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역사 속의 나, 내 안의 역사
이 소설을 구성하는 한 축은 이들 4대의 삶을 관통하는 역사다. 9 ? 11 테러, 이라크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가족 안에 틈새가 벌어지던 어떤 순간, 각 아이들의 삶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는 순간들은 모두 커다란 역사적 사건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왜’라고 묻는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면 부시에서 히틀러까지 인류 반세기의 역사를 더듬게 된다. 이 소설은 사건을 역순으로 배열하여 한 가족의 비밀, 그리고 역사의 비밀이 단계별로 서서히 드러나는 추리의 요소도 담고 있는데, 네 명의 아이들이 느꼈던 여섯 살의 슬픔과 상처를 따라가다 보면, 앞으로 네 세대의 아이들이 겪을 슬픈 계보의 시작이 된 충격적인 진실과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개성도 몇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어떤 요인과 사건들, 결코 우리의 책임에 속하지 않는 것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나는 곧 ‘나’ 개인일 뿐 아니라 한 집안의 후손이고 역사의 일부분인 것이다.
가족이란 반점만 물려받는 게 아니다
[여섯 살]에 등장하는 네 주인공은 모두 몸 어딘가에 반점을 갖고 있다. 팔 안쪽에 둥근 반점을 가진 크리스티나는 어린 시절 자신의 음악적 재능이 반점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야넥과 이별할 때는 바로 그 반점에 소년의 사랑이 깃들어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재능을 믿은 크리스티나와 달리 세이디는 스스로를 추하고 더러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반점에 악마가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불행하거나 죄책감에 사로잡히면 그 악마의 속삭임에 따라 벽에 머리를 백 번씩 찧는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반점에 대한 랜돌과 솔의 태도도 대조적이다. 랜돌은 자기 어깨에 있는 반점을 친근한 존재, 자기에게 영감을 주고 위로가 되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의 아들 솔은 관자놀이에 있는 반점을 완벽한 자신의 유일한 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할 오점이라고 생각하고, 수술로 반점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유전되는 것은 반점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이라크 전쟁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크리스티나와 그녀의 후손들은 독일-캐나다-뉴욕-이스라엘-캘리포니아를 거치며 일견 서로 무관한 삶을 살아가지만, 이 반점처럼 면면히 이어지는 요소들을 공유하며 끈끈하고 유기적인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간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네 아이는 그들을 이어주는 노래, 인형, 이야기, 농담, 이미지, 심지어는 행동을 통해 진정 하나의 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다.
어린 크리스티나가 여섯 살 크리스마스에 받은 마빈 인형은 나중에 손자 랜돌이 첫사랑 누자를 잃고 슬픔과 절망에 빠져 가위로 조각조각 파괴할 때까지 자손들의 옆을 지킨다. 이밖에도 네 주인공은 햄버거나 혀 내밀고 코 만지기에 대한 농담, 어린 삼보 이야기, ‘에델바이스’에 얽힌 추억 등, 수많은 공통 요소들을 통해 비극적이면서 애틋하고, 어두우면서도 기억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그들만의 가족사를 만들어간다.
작가 낸시 휴스턴은 4대의 이야기를 통해 종교, 언어, 문화 등 우리가 받은 것을 토대로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에 겪었던 어떤 결핍과 아픔이 다 자란 어른의 내면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책 [여섯 살]은 상처받은 여섯 살의 아이들이 나중에 자라 어떤 모습의 부모가 되는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경각심과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