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히틀러국가』는 1945년 이후 독일에서 생산된 가장 위대한 나치즘 연구서라고 불린다. 저자 마르틴 브로샤트는 주요한 나치 개개인의 의도를 중심으로 나치즘을 설명하는 의도주의연구와 사뭇 다르게, 나치즘의 작동 방식에 주목하는 기능주의연구를 이 책으로 개시했다. 그래서 이 책을 모르면 나치즘의 연구사를 모른다고 까지 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역사학계에서 인정받은 나치즘 연구서 가운데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는 책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나치즘을 연구하는 학자와 학생들에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목차
서언
제1장 | 히틀러의 집권
1. 나치와 보수 우파의 동맹
2. 군대, 관리, 이익집단
제2장 | 집권 이전의 히틀러 운동
1. 세계관, 선전, 카리스마적 지도자
2. 나치당의 사회적, 조직적, 개인적 프로필
3. 나치당의 조직, 직책, 인물
제3장 | 정치권력의 독점(1933)
1. 1933년 2월
2. 의사당 화재 사건과 대통령 긴급명령
3. 1933년 3월 5일 선거
4. 수권법
5. 정당의 종말
제4장 | 주의 제국 통합과 새로운 분권주의
1. 주 권력의 장악
2. 프로이센 도감독과 제국주총감
3. 제국개혁의 중단
4. “대독일제국”과 병합 지역
제5장 | 사회권력의 장악
1. 경제적 배경
2. 노동정책
3. 상업정책과 수공업정책
4. 대기업정책
5. 농업정책
제6장 | 제3제국 초기의 당과 국가
1. 1933년 봄 나치 혁명의 성공과 한계
2. 나치 당원의 규모
3. 히틀러, 나치당, 돌격대
4. “아래로부터의 혁명”의 종결
5. 돌격대의 거세
6. 혁명적 외교의 실패
7. 나치와 개신교
제7장 | 공무원과 행정
제8장 | 지도자권력
1. 프리츠 토트
2. 제국노동봉사단
3. 히틀러청소년단
4. 친위경찰
5. 헤르만 괴링
6. 협의제 내각의 종식
7. 지도자와 정부
8. 정부 입법에 관한 법
제9장 | 1938년 이후의 지도자절대주의와 다중지배
1. 군대
2. 외무부
3. 4개년계획
4. 전쟁경제
5. 전쟁
6. 제국방어위원회
7. 슈페어와 괴벨스
8. 참모실
9. 마르틴 보어만
10. 지도자비밀명령
11. 학살
제10장 | 사법
제11장 | 결어
옮긴이 해설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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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틴 브로샤트
출판사리뷰
독일 나치즘 연구의 최고 걸작이자 고전!
최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라스 폰 트리에가 “히틀러를 이해한다”라는 친나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에피소드에서도 알 수 있듯 나치가 해체된 지 60여 년이 넘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히틀러와 나치 문제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와 같다. 다시 말해, 나치즘 및 홀로코스트를 빼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서양 인문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독일 나치즘 연구의 최고 걸작이자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이 국내에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출간된 마르틴 브로샤트의 『히틀러국가―나치 정치혁명의 이념과 현실』(김학이 옮김)이 그것.
1945년 이후 ‘독일’에서 생산된 가장 위대한 나치즘 연구서로 손꼽히는 이 책은 주요한 나치 개개인의 의도를 설명하는 “의도주의” 연구와는 달리, 나치즘의 작동 방식에 주목하는 “기능주의” 연구를 개시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저자 브로샤트는 이 책을 통해 ‘히틀러 없는 나치 국가’ ‘나치 이데올로기 없는 나치 국가’를 그려내며, 나치즘에 대한 전체주의적 해석을 뒤흔들고 있다. 히틀러라는 독재자와 유일 정당인 나치당이 국가를 장악하여 사회의 모든 직업 집단을 나치화하였으며, 세계 지배를 겨냥한 일관된 대외정책을 추진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그 결과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즘은 전체주의로 파악하기에 가장 적합한 체제로 보이는 것이 사실. 그러나 그러한 통설과 학설은 이 책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며, 이후 발표된 거의 모든 주요 나치즘 연구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과 대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 책을 빼놓고는 나치즘의 ‘연구사’에 대해 말할 수 없다.(문학과지성사, 2011)
‘히틀러 없는 나치 국가’ ‘나치 이데올로기 없는 나치 국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나치의 집권 과정(제1장), 나치의 이데올로기(제2장), 의회주의의 제거(제3장), 지방자치제의 제거(제4장), 농업, 공업, 상업 등 경제단체의 단일화와 노조의 제거(제5장), 집권 후 히틀러에 반하던 나치 돌격대의 거세(제6장), 공무원과 행정부에 대한 조치(제7장), 히틀러의 총통 권력(제8장), 나치 체제 내부의 각종 권력기관(제9장), 법과 사법부(제10장)의 순서로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언뜻 보면 히틀러 및 나치가 전체주의적 권력을 수립하고 공고히 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듯하다. 그러나 내용은 정반대이다. 단적으로 “히틀러국가”라는 책 제목 자체가 반어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브로샤트는 이 책에서 ‘히틀러 없는 나치 국가’ ‘나치 이데올로기 없는 나치 국가’를 그려냈기 때문.
나치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당대 표현으로는 “세계관”에 진지했다. 나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원민중적” 민족주의로서, 피와 흙의 “비밀스러운” 힘에 의해 규정되는, 즉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분화 이전에 존재했었으나 이제는 유토피아적인 미래완료의 시점에 비로소 실현될 “제3제국”이 목표였다. 그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내적으로는 정치사회적, 인종적 적의 제거이고, 외적으로는 동유럽에 광대한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전체주의론이 이를 나치가 현실정치를 통하여 실행하려던 구체적인 계획으로 간주하는 데 반해, 브로샤트는 그것을 하나의 은유로 파악한다. 그것은 당대 현실과의 구체적인 연관성이 결여된 종말론적 유토피아였다는 것. 예컨대 1939년 10월 폴란드를 점령하였지만, 침공 당시 나치는 정복한 폴란드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었다. 극단적으로 모호한 유토피아는 현실과의 연관성은 상실하지만,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만은 강력하게 결속시킨다. 각 개인은 구체적인 원한과 현실적인 열망을 그에 투사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지도자”로만 불리던 그는 대중의 노이로제 속에서 자신의 노이로제를 발견하여 공통의 위기의식을 상승적으로 강화하면서, 유토피아적 미래를 향한 광적인 의지를 선지자적 제스처로 표현하던 자였다. 따라서 각 개인은 히틀러에게 자신의 열망을 투사할 수 있으며, 그런 한에서 히틀러는 대중적 의지의 결정인 동시에 그 도구였다. 히틀러라는 개인 자체가 유토피아적인 메타포였던 것이다. 이런 특성에 의해 나치즘 내부에서 권위적인 국가론자(내무장관 프리크), 광적인 행동주의적 반유대주의자(슈트라이허), 대기업과 연계된 경제적 현실주의자(샤흐트와 부분적으로 괴링), 조합주의적 사회주의자(독일노동전선 총재), 복고 취향의 향토적 문화론자(히틀러), 아방가르드 취향의 문화적 근대주의자(괴벨스), 이데올로기적 팽창주의자(한스 로젠베르크),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자(폴란드 총독 한스 프랑크) 등의 서로 모순되는 노선이 태평하게 공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치즘에 대한 전체주의적 해석을 뒤흔들다
이에 대해 전체주의론자들은 ‘분할하여 통치하는’ 히틀러의 통치 전략으로 환원한다. 그러나 브로샤트는 그런 내적 모순이 나치즘의 본질이라고 해석하는 동시에, 그런 대립과 갈등 때문에 나치즘에 고유한 역동성이 발휘되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것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의 자유가 무한대로 주어진 만큼 각 나치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성공할수록 더욱 큰 권력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중장기적인 국가적 목표와 무관하게 단기적인 실적에 매달렸다. 예를 들어 “유대인 문제의 해결”은 나치 시대 내내 드높이 울려 퍼지던 목표였지만, 유대인 문제 전담 기관은 나치 시대 전체에 걸쳐서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유대인 처리를 놓고 친위대, 내무부, 경제부, 정복지역부가 경쟁하면서 각각의 실적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에서 유대인들에게 가해진 최대의 폭력 사태인 “제국수정의 밤”(1938년 11월 9일)은 엉뚱하게도 괴벨스가 주도했는데, 이에 대해서 사전에 통고받은 고위 나치는 히틀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그 사건은 유대인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강등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즉 권력 분극들의 상호 경쟁이 역동성을 발휘하여 사태를 과격화시켰던 것이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점은 나치의 내부 경쟁이 역동성을 발휘하되, 그 방향이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브로샤트는 이를 나치가 대기업, 군대, 고위 관리 등의 기존 세력의 아성을 장악하고 파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이로써 나치 체제가 전혀 전체주의적이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또한 브로샤트는 나치의 역동성이 부정적으로만 발휘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나치 운동이 좌파의 제거, 정신병자의 학살, 총력전, 유대인 학살 등으로 나아간 것이 그러하다. 이 책에는 이러한 양상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지만, 브로샤트가 보다 집중한 영역은 관료제와 행정 분야였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나치 체제의 공무원들이 나치당원일 필요가 없었다는 것, 군대는 아예 군인들의 나치당 입당을 금지했다는 것, 그리고 나치당이 도시 행정을 제외하고는, 즉 주 행정과 중앙정부와 정복지역 행정에 대해서는 ‘제도화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고위 나치는 정부에 대하여 나치당 소속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이 아니라 주지사가 된다거나 장차관이 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나치 체제에서 정부 행정의 모습은 과거 바이마르공화국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특이한 기관이 등장했다. 바로 전쟁 준비를 위한 4개년계획청, 토트건설총국, 친위대 등총통 직속의 특수 전권기관이 그것들이다. 그 기관들은 내각의 한 부처가 아니면서도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고위 중앙부처였고 일반 행정이 아닌 특수 분야를 전담했다. 따라서 그 기관들은 입법권을 발동하면서도 관료주의적 제약을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책이 가능했던 것. 즉 고속도로, 전투기 생산, 인조고무 생산 등 나치가 내세울 만한 업적들은 모두 이런 특수기관이 실행한 것들이다.
히틀러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런 특수 전권기관들을 남발하듯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는 효율성을 발휘한다. 그러나 특수 전권기관은 특정 분야의 실적을 위하여 타기관의 행정권한을 침탈하게 된다. 따라서 기존 행정기관과의 행정권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게다가 그 기관들이 일반 행정의 수장직을 차지한 나치 지구당 위원장들과 대립하게 되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행정은 조망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중복되고 끊어졌다. 동시에 업무 추진은 더욱 과격해졌다. 업적만이 행정권 침탈을 정당화하고 더 큰 권력을 보장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심지어 단일한 행정기관 내부에서도 벌어졌으며,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의 최종적 결과는 한편으로는 나치 체제의 파편화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 파괴의 극단화였다.
이 책이 나치즘 연구에 미친 영향
이처럼 브로샤트가 나치즘 연구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다. 물론 이 책 이후 모든 나치즘 연구가 브로샤트의 입론을 따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이론을 견지하고 있는 전체주의론조차 그 형태를 변형하고 있다. 바로 나치즘을 ‘정치종교’로 해석하는 것. 나치즘이 독일 대중 전체를 사로잡았다고 주장함으로써 브로샤트와는 사뭇 다른 논지를 제시하고 있지만, 나치즘의 종말론적 성격을 부각시킨 연구자는 다름 아닌 브로샤트였다. 이는 브로샤트에 동의하든 동쟀하지 않든, 나치 연구가 브로샤트를 피해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또한 이 책은 한국의 나치즘 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치즘 및 홀로코스트를 빼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서양 인문학에 대해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전체주의의 기원』이란 대작을 남긴 한나 아렌트는 말할 나위도 없고, 푸코가 그렇고 데리다가 그러하며,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아감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 나치즘을 제대로 소개한 책들은 많지 않다. 국제 역사학계에서 인정받은 나치즘 연구서 가운데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는 책은 메이슨T. Mason의 『나치스 민족공동체와 노동계급』, 포이케르트D. Peukert의 『나치 시대의 일상사』, 힐베르크R. Hilberg의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문제는 브로샤트의 『히틀러국가』를 빼놓고는 이 책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히틀러와 나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이를 둘러싼 역사적 현상이 세계사의 전체 맥락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따라서 히틀러와 나치 연구에 필수적인 연구서 『히틀러국가』의 출간은 국내 나치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