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문학자의 파리 산책기 『파리를 생각한다』 두 번째 이야기
거주자의 깊이로 들여다본 파리의 장소들
‘심미적 이성’을 작동시켜 자신만의 고유한 글쓰기를 선보이는 정수복 교수가 파리의 장소들을 걷다 보면 떠오르는 지난날의 ‘기억’과 지금 여기 눈앞에서 전개되는 일상을 떠나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상상력’을 결합시켜 도시 공간의 미학을 이야기한다. 15년 넘게 파리에 살고있는 저자는 파리의 수많은 장소들 가운데 열여섯 개의 장소에 초점을 맞추고 그 장소들이 담고 있는 여러 겹의 의미 층을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파리의 장소들은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곳들이다. 24시간 편의점, 마트, 주유소,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으로 대표되는 기능성만 갖춘 장소 아닌 장소인 ‘비(非)장소’들이 늘어나는 반면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며 장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건물, 다리, 골목길 등 진정한 ‘장소place’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도시 현실에 저자의 장소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은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화려한 광장에서 소박한 골목길에 이르는 350여 개의 장소들과 시인, 화가, 혁명가, 사상가를 포함하는 3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책 속에서 독자들은 파리의 장소들을 종횡무진 걸으며 사람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켜켜의 의미 층을 발굴하여 드러낸 저자의 작업은 우리에게 ‘장소의 의미’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까지도 반추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대로 “삶은 기억을 남기고 장소는 기억이 사는 집”이기 때문이다.
목차
책을 열며 : 걸으며 발견한 파리의 장소들
제1부 잘 알려진 ‘장소’ 다르게 보기
에펠탑 다르게 보고 오르기
센 강 위의 다리를 건너며
뒤에서 바라본 노트르담 사원
몽마르트르 언덕의 다른 얼굴
제2부 피하고 싶은 ‘장소’ 일부러 찾아다니기
파리 동북부의 ‘위험한’ 동네를 찾아서
몽파르나스 묘지 순례
상테 감옥 주변을 맴돌며
파리 코뮌의 격전지 뷔트 오 카이 언덕을 찾아서
제3부 ‘장소’에 숨은 뜻 자세히 찾아 읽기
캉파뉴 프르미에르 거리의 기호학
카르티에 재단의 풀꽃세상
‘에스파스 알베르 칸’의 일본 정원
브라상스 공원 앞의 파리지앵들
제4부 한가로운 ‘장소’ 마음 가는 대로 걷기
생-루이 섬의 센 강변 산책
생-마르탱 운하 물길 따라 떠돌기
사라진 비에브르 강의 흔적을 찾아서
겨울밤의 튈르리 공원 산책
책을 닫으며 : 파리 걷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장소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이 책에 나오는 작품들
저자
정수복
출판사리뷰
책이나 사람이나 음악을 평가할 때 나에게 떠오르는 즉각적인 질문은
그들이 리듬을 만들며 걸을 줄 아느냐는 것이다._니체
『파리를 생각한다』의 저자 정수복의 ‘파리 연작’ 두번째 책!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의 깊이로 들여다본 ‘파리의 장소들’
2009년 『파리를 생각한다 - 도시 걷기의 인문학』으로 시작된 사회학자 정수복의 ‘파리 연작’ 두번째 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파리의 수많은 장소들을 직접 두 발로 헤집고 걸어 다니며, 그 가운데 구체적 장소 열여섯 곳을 골라 저자의 ‘발길’을 책의 ‘글길’로 풀어쓴 『파리의 장소들 - 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이 바로 그것.
저자 정수복은 1980년대와 2000년대 두 번에 걸쳐 15년 넘게 파리에 살고 있다. 그는 5,000여 개가 넘는 파리의 모든 길을 샅샅이 걸어본 체험을 바탕으로 전작 『파리를 생각한다 - 도시 걷기의 인문학』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도시계획 등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교양을 배경으로 19세기의 수도이자 근대성의 수도인 파리를 총체적으로 바라본 조감도를 제시했다.
그 뒤를 잇는 이번 책 『파리의 장소들』에서 저자는 파리의 수많은 장소들 가운데 열여섯 개의 장소에 초점을 맞추고 그 장소들이 담고 있는 여러 겹의 의미 층을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한다(「찾아보기」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에는 화려한 광장에서 소박한 골목길에 이르는 350여 개의 장소들과 시인, 화가, 혁명가, 사상가를 포함하는 35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24시간 편의점, 마트, 주유소,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으로 대표되는 기능성만 갖춘 장소 아닌 장소인 ‘비(非)장소’들이 늘어나는 반면, 오래된 기억을 상기시키며 장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건물, 다리, 골목길 등 진정한 ‘장소place’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도시 현실을 고려할 때, 사적인 동시에 역사적인 삶의 체험들이 녹아 있는 파리의 장소들을 종횡무진 걸으며 사람들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켜켜의 의미 층을 발굴하여 드러낸 저자의 작업은 우리에게 ‘장소의 의미’만이 아니라 ‘삶의 의미’까지도 반추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대로 “삶은 기억을 남기고 장소는 기억이 사는 집”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장소에서 온다. 장소는 기억이 사는 집이다”
이렇듯 감수성과 합리성, 따뜻함과 냉철함, 진리와 아름다움 등, 때론 모순되어 보이는 삶의 두 차원을 보완적 관계로 파악하는 저자는 이 책 『파리의 장소들』에서 ‘심미적 이성’을 작동시켜 자신만의 고유한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파리의 장소들을 걷다 보면 떠오르는 지난날의 ‘기억’과 지금 여기 눈앞에서 전개되는 일상을 떠나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상상력’을 결합시켜 도시 공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적·감성적 작업을 시도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에, 서로 다른 공간에 조성된 파리의 장소들이 물 흐르듯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조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글길은 크게 네 단계를 거쳐 흐른다. 제1부의 첫번째 글 「에펠탑 다르게 보고 오르기」에서 저자는 파리의 상징 에펠탑에 대해 30쪽 이상의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역설을 이야기한다. 이 글은 아마도 에펠탑에 대한 한글로 쓴 글 가운데 가장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글로 기억될 것이다. 저자는 에펠탑에 이어 ‘파리’ 하면 생각나는 센 강변과 노트르담 사원, 몽마르트르 언덕 등 잘 알려진 장소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책의 제2부로 넘어가 저자는 벨빌, 메닐몽탕 등 파리 동북부의 달동네, 도심 한가운데 버티고 있는 몽파르나스 묘지와 상테 감옥 주변을 맴돌고 난 다음, 파리 코뮌의 격전지 카이 언덕 등을 유유자적하며 걷는다. 제3부에서 저자는 그저 평범한 거리로 보이는 캉파뉴 프르미에르 거리에 숨어 있는 기호들을 해석하고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의 풀꽃 세상을 한 바퀴 돈 다음, 에스파스 알베르 칸 일본 정원에 숨겨진 미학적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브라상스 공원 앞 카페테라스에 앉아 지나가는 파리지앵들을 바라본다. 제4부에서는 생-루이 섬의 센 강변을 거닐고 생-마르탱 운하 주변을 맴돌고 난 다음, 지금은 사라진 비에브르 강의 흔적을 찾아다니다가 겨울밤의 튈르리 공원 가로지르기로 파리 산책을 일시 마감한다.
이렇게 저자의 파리 산책길을 동행하다 보면 도시에 사는 우리들의 개인적 삶과 공동체적 삶에 장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저절로 알게 된다. ‘파리’라는 공간의 이야기이면서 그와 동시에 파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정수복의 ‘파리 연작’은 멈춤 없이 세번째 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