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성獸性의 옹호』는 소설가이자, 시인, 사회 평론가로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 복거일이 ‘문학’에 관해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문학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문학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우리 문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동안 신문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 가운데 ‘문학’과 관련된 글을 정리해 묶었다.
특히 저자 특유의 날카롭고도 통찰력 있는 시각이 돋보이는 이 책은, 문학 내부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논의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한편, 문학을 둘러싼 다른 지적 영역들까지 다양하게 아우르며 문학 전반에 관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보수 논객’에서부터 ‘진정한 자유주의자’까지 다양한 층위의 해석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작가 복거일의 문학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제1부 문학에 관한 성찰
이야기는 영원하다
아름다운 글을 찾아서-젊은이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
한 작가의 눈에 비친 민족문학 논쟁
지식으로서의 문학
제2부 작가에 대한 성찰
전체주의 사회에 예술이 존재할 수 있는가?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문학의 진화와 확산
언어는 진화해야 한다
언어 시장의 자유화
세계성 시대의 한국 문학
예술가는 기업가다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
왜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 않는가
신춘문예 제도의 효율
베스트셀러의 경제학
수성의 옹호
제3부 작품들에 대한 생각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면서
문학작품의 노후화
너른 대륙으로 가는 차표
압제적 세계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좋은 편집자들이 드문 세상에서 소설 쓰기
견딜 만한 지옥의 지도-백민석의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에 대한 해설
글을 마치며
미주
저자
복거일
출판사리뷰
문학의 본질은 이야기며, 문학의 핵심은 이야기하기
“이야기는 영원하다”
문학의 위기, 즉 문학의 앞날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몇몇 처방들도 뒤따랐다. 이 책에서 저자 복거일은 문학 전반을 아우르며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냉철한 시선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서슴지 않는 저자의 글에는 안타까움과 애정 어린 질타가 묻어나는 한편, 희망적인 전망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현시점 문학의 위기에 대해 “문학이 자신을 두른 울타리는 높고 투과성이 낮다”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앞으로 문학이 나아갈 길에 대해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를 낮추고 다른 지적 분야들로부터 자양을 받아들이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저자의 문제의식.
우선 저자는 문학에 대해, 즉 문학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 들어간다. 그에 따르면 ‘문학’은 “사람의 혼란스러운 경험들에서 질서를 찾아내서 그런 질서들을 되도록 높은 차원의 지식들로 다듬는 작업”이며, 이어서 “대부분의 지식들은 부분적이고 분석적이다, 문학은 그런 부분적이고 분석적인 지식들을 종합해서 ‘이야기’라는 형태를 갖춘, 전체적 지식들로 만들어낸다. 그래서 문학의 본질은 이야기며, 문학의 핵심은 ‘이야기하기’다. 이야기는 일관성을 지닌 흐름이며, 자신 밖의 무엇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족적 존재다. 그래서 문학작품들은 가장 높은 차원의 지식들이다. 그리고 문인들은 본질적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높은 차원의 질서를 지닌 이야기들로 만들어 들려주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 ‘수성獸性의 옹호’가 의미하는 바도 이와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인성人性, 즉 이성이 득세한 현대 사회에서 예술가들은 우리 마음의 원시적 부분들, 즉 수성獸性을 대변한다고.
이렇듯 이 책 『수성獸性의 옹호』는 문학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현재 문학이 처한 냉엄한 현실을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비단 문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다른 학문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를 통해 흥미로운 의견을 개진해나간다. 예를 들어 문학의 중심적 형식인 소설이 “먼 미래에선 아마도 ‘박물관 예술’이 될 것”이라는 예견,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본질인 “이야기는 영원”할 것이라는 주장이나 언어가 발생하고 쇠퇴해온 역사를 통해 민족어들이 현재 처한 운명에 대한 진단, 모국어를 민족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저자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던 영어공용화에 대한 의견 등이 그러하다.
이처럼 저자가 제기하는 주장들은 매우 독특하면서 우리 시대의 문학이 처한 현실을 두루 살피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예견하는 통찰로서 읽힌다. 이는 저자 자신이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그동안 꾸준히 사회비평을 해온 평론가답게 그의 관심사가 넓으면서도 깊고, 또한 그것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수성獸性의 옹호』는 저자의 말처럼 “가장 높은 차원의 지식”인 ‘문학’에 대한 성찰이면서, 동시에 현재 우리 모습과 삶에 대한 통찰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이루어졌다. 제1부 ‘문학에 관한 성찰’은 문학이 처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문학의 본질과 문학과 언어 및 문학과 사회와의 관계를 비롯해 앞으로의 전망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있다. 제2부 ‘작가에 대한 성찰’은 우리 사회에서 작가들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면서 작가들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제3부 ‘작품들에 대한 생각’에서는 몇몇 작품들의 비평을 통해 작품과 작가, 작품과 독자들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사색을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