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브라질 작가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출간 당시로부터 약 30년 후에 드러날 브라질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소설은 도시를 장악해가는 빈민촌과 중산층의 좌절, 무력한 정치가 펼쳐놓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계급 갈등과 인간의 은밀한 욕망, 어두운 악마성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라는 도시의 몰락을 예견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카스텔로 브랑코 정권은 이 소설이 “가족 제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이 작품은 결혼식 전날이라는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과 함께 이들의 의식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평온한 일상의 얼굴 뒤에 감춰져 있던 은밀한 욕망과 차마 드러낼 수 없이 숨겨왔던 어두운 열정이 가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결혼식을 하루 앞둔 전날,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발생과 더불어 모습을 드러낸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유한 사업가인 사비노는 성장한 딸 넷을 두고 평온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년.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글로리아의 결혼식 전날, 그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산산조각 나고 만다. 오랜 친구인 가족 주치의가 찾아와 그의 사윗감이 사실은 동성애자라고 충격적인 폭로를 한다. 번민에 싸인 사비노는 자신을 흠모하는 여비서와 정사를 벌이면서 유년기의 동성애 경험을 고백하고, 마침내 사모하던 사비노의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한 여비서 노에미아는 가난하고 무능력한 애인 샤비에르가 찾아오자 냉정하게 결별을 선언한다. 한편 다른 딸들이 글로리아와 똑같은 지참금을 요구하며 사비노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비밀이 드러나는데…….
목차
결혼식 전날 생긴 일
옮긴이 해설_사랑과 욕망 안에 숨겨진 어두운 파멸의 힘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네우송 호드리게스
출판사리뷰
정상적인 사랑은 모두 슬프고 병적이다
은밀한 욕망과 피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격정,
그리고 잔인한 죽음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린다
1940~60년대에 판매금지령을 당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브라질 작가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마지막 소설 『결혼식 전날 생긴 일O Casament』(원제: 결혼식)이 대산세계문학총서 96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브라질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라고 격찬 받은 『결혼식 전날 생긴 일』은 출간 2주일 만에 8천 부가 팔리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절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소설은 당시엔 비난도 많이 받았으나 오늘날에는 당시로부터 약 30년 후에 드러날 브라질의 모습을 예견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도시를 장악해가는 빈민촌과 중산층의 좌절, 무력한 정치가 펼쳐놓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계급 갈등과 인간의 은밀한 욕망, 어두운 악마성을 묘사한 이 소설은 특히 리우데자네이루라는 도시의 몰락을 예견했다. 브라질의 문화 비평가이자 영화감독인 아르나우도 자보의 말에 의해면, "가족이라는 위선적인 집단의 쓰레기통에 버려진 오물과 빈부 격차가 빚어낸 퇴폐의 부스러기를 이렇게도 잔인하게 묘사하고, 일상의 추잡함을 이토록 농밀하게 그려낸 작품은 일찍이 없었다."
1966년에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은 표지에 빨간 테두리를 두르고 ‘성인문학’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카스텔로 브랑코 정권은 이 소설이 “가족 제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유로 판매금지령을 내렸다.
출간 당시의 사회적 거부반응이라는 거품이 사라진 오늘날, 『결혼식 전날 생긴 일』은 소설 그 자체의 진정한 면모를 평가받을 수 있게 됐다. 작품이 다루고 있는 테마가 던지는 충격과 소설이 이룬 문학적인 성취 중에 어느 것이 더 큰지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사랑과 욕망 안에 숨겨진 어두운 파멸의 힘
소설 『결혼식 전날 생긴 일』은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에게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과 함께 이들의 의식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며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평온한 일상의 얼굴 뒤에 감춰져 있던 은밀한 욕망과 차마 드러낼 수 없이 숨겨왔던 어두운 열정이 가족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결혼식을 하루 앞둔 전날, 예상치 못했던 사건의 발생과 더불어 모습을 드러낸다. 갑작스런 사태의 진전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을 따라가면서 잊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되살아나 불려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유한 사업가인 사비노는 성장한 딸 넷을 두고 평온한 결혼 생활을 하는 중년. 그러나 가장 사랑하는 막내딸 글로리아의 결혼식 전날, 그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산산조각 나고 만다. 오랜 친구인 가족 주치의가 찾아와 그의 사윗감이 사실은 동성애자라고 충격적인 폭로를 한다.
번민에 싸인 사비노는 자신을 흠모하는 여비서와 정사를 벌이면서 유년기의 동성애 경험을 고백하고, 마침내 사모하던 사비노의 사랑을 얻었다고 생각한 여비서 노에미아는 가난하고 무능력한 애인 샤비에르가 찾아오자 냉정하게 결별을 선언하는데…… 한편 다른 딸들이 글로리아와 똑같은 지참금을 요구하며 사비노를 협박하는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비밀이 드러난다.
『결혼식 전날 생긴 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성적 욕망이 좌절당해 불행한 인간들이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제도는 인간 성욕의 본질 중 하나인 위반의 욕망을 통제한다. 그러므로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세상과 기본적으로 모순되는 성적 욕망, 억압된 성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비롯되는 고통의 처절함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불가능한 철저한 고립, 세상과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랑이 가져다주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성은 근본적으로 굴절되고 왜곡되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고, 악마성은 존재의 조건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랑은 삶에서 일종의 구원이자 축복으로 이해되지만 이 작품의 인물들에게 사랑은 항상 파멸로 이끄는 불행한 꿈에 불과하다. 사랑은 반드시 성욕을 수반하고 성욕은 근본적으로 인간을 세상으로부터 대립시켜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랑과 욕망이 가져오는 파멸적인 힘에 대해 철저하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들어간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간의 가장 추하고 암울하고 황폐한 면들을 모아 소설이라는 틀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족 제도의 파괴자, 변태…… 혹은 천재 작가 호드리게스
포르노그래피와 파격의 경계에서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소설은 현대 사회의 가장 냉소적인 측면과 낡아 침식한 측면, 오염좵 부분을 집어낸다. 네우송 호드리게스는 추한 것들을 끄집어내어 정형화된 상식을 향해 공격하고, 예측 가능한 비극 대신 과장을 취하며, 그를 향해 ‘포르노 작가’라고 비난했던 이들에게 ‘슈퍼 포르노’로 응답한다.
“정상적인 사랑은 모두 슬프고 병적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에서 정상적인 사랑이란 바로 가족과 결혼이다. 소설과 희곡을 비롯해 거의 모든 그의 작품이 다루는 주제는 가족이라는 집단 안에서 발생하는 비극이다. 비극은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 즉 억압된 성욕으로 인해 빚어진다. 왜 그의 작품에서 그리는 인간의 욕망과 성은 그토록 파괴적이고 병적인가. 네우송 호드리게스는 그것이 부르주아 가족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소위 상식과 건전함, 정상을 규정하는 윤리와 도덕체계가 불러오는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이해했다. 상식과 통념, 윤리와 도덕이라는 허약한 표면 뒤에 숨어 있는 억눌리고 비뚤어진 욕망이 결국은 가족 간의 배신, 복수, 증오, 저주, 근친상간, 살인 같은 극단적인 사건들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이것이 그가 일생을 두고 집착했던 이야기 소재다.
그가 주로 작품 활동을 했던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사이에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그것도 아주 노골적이고 약간은 과장스런 스타일의 블랙 유머 터치로 다루었던 그의 문학은 사회적으로 격렬한 거부반응에 부딪혔다. 그의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일부 평론가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가족 제도의 파괴자’, ‘포르노 소설가, 심지어는 ‘변태성욕자’라고 비난했다. 소설 『결혼식 전날 생긴 일』은 정부의 판매금지령에 묶였다가 1년 후 판금 해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작품은 당대 사회의 몰이해와 관료 권력이 부과한 장애는 물론 시간의 제약까지 초월하며 살아남았다. 네우송 호드리게스는 문학을 구정물 속에 깊숙이 담금으로써 정화하고 싶어 했다. “너의 문둥병을 인정하라!”는 책 속 신부의 말은 작가가 문학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이다. 브라질의 문화 비평가이자 영화감독인 아르나우도 자보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리자면 “『결혼식 전날 생긴 일』은 인간과 사회의 불완전함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완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