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의 광기와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군대,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치열한 결투
러시아의 국민작가로 평가받는 쿠프린의 대표작. 군대라는 거대 조직의 가공할 만한 힘에 눌려 점점 광기, 절망, 무력함 등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내면과 군 조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소설이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될 꿈을 꾸었고, 이후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실제 소위로 임관하여 군 생활을 한 작가이기에 이 작품은 자신의 자전적 체험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혹한 교련, 제식훈련, 부하 학대, 밤마다 벌어지는 음주와 방탕한 생활 등 당시 러시아 장교들의 생활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었다. 여러 제약을 무릅쓰고 당시의 군을 비판하여 당대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작품은 소심하고 나약한 한 인간, 로마쇼프의 담대한 도전기이다. 쿠프린은 로마쇼프와 슈로치카, 두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죽음이라는 서사구조를 기본 축으로 당대의 군과 사회현실을 고발해낸다. 작품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자기 자신의 자아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군대조직과도, 세계와도 그리고 자기 자신과도 치열하게 결투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잔잔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목차
결투
옮긴이 해설 - 시대와 담대히 결투하다!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알렉산드르 쿠프린
출판사리뷰
소심하고 나약한 한 인간의 담대한 도전장
출구 없는 시대를 쏘아 올리다
러시아 문학의 도도한 전통을 잇는 수작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러시아 국민작가 쿠프린의 대표작 『결투Поединок』가 대산세계문학총서 95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군대라는 거대 조직의 가공할 만한 힘에 눌려 점점 광기, 절망, 무력함 등으로 변해가는 인간의 내면과 군 조직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삶의 리포터로서 인간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충실히 믿었던 쿠프린은, 노쇠한 차르-제국 군대, 나아가 불합리한 사회체제와 온몸을 던져 한판 결투를 한다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썼다. 당대 러시아에 던지는 ‘하나의 담대한 결투장’이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쿠프린을 당대 러시아의 국민작가 반열에 오르게 했다.
동시대 러시아인들이 인정하고 사랑한,
‘비탄에 잠기고 분개한 이들을 위한’ 소설
알렉산드르 이바노비치 쿠프린Александр Иванович Куприн은 1870년, 이미 영락해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펜젠 현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형편이 어려워 여섯 살 무렵 고아원에 맡겨진 쿠프린은 어려서부터 군인이 될 꿈을 꾸었고, 1890년에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 소위로 임관하여 군 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결투』 또한 자전적 체험이 녹아든 소설이다.
집필 초기에 N. K. 미하일롭스키에게 쓴 편지에서 밝혔듯이 작가는 “비탄에 잠기고 분개한 이들을 위한 소설”을 쓰고자 하였다. 그 결과물로써 탄생한 『결투』는, 러일전쟁의 패배로 여순항이 함락된 즈음 출간되어 러시아 제국 군대의 실상을 폭로하며 동시대인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가혹한 교련, 제식훈련, 부하 학대, 밤마다 벌어지는 음주와 방탕한 생활 등 당시 러시아 장교들의 생활이 이 작품 속에서 숨김없이 드러난다. 더불어 동시대인들은 쿠프린이 여러 제약을 무릅쓰고 당시의 군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 실제로 ‘고안하지 않는 작가’라는 쿠프린의 별칭답게 『결투』에 묘사된 러시아 병영은 놀라우리만치 현실적이고 세밀한 구체성을 획득하고 있다.
“두고 보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지, 결투를 신청하겠어!”
―소심하고 나약한 한 인간, 로마쇼프의 담대한 도전장
이 소설은 한마디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인간, 로마쇼프의 담대한 도전기이다. 작가 쿠프린은 로마쇼프와 슈로치카, 두 주인공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죽음이라는 서사구조를 기본 축으로 당대의 군과 사회현실을 고발해낸다. 쿠프린은 당시 체호프, 고리키 등과 문학적으로 깊이 교유하였고, 이 소설의 주인공 로마쇼프의 형상을 창조하는 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동료 고리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작가 쿠프린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마쇼프의 과거, 내면세계, 인간과 군에 대한 태도 등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서서히 드러난다. 얼핏 보기에 소심하고 나약해 보이는 소위 로마쇼프가 생래의 지력을 지닌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인물임을, 작가는 독자들에게 서두르지 않고 넌지시 알리는 방식을 택한다.
이 외에도, 선량하지만 생각이 깊지 않은 베트킨, 로봇 같은 슬리바 대위, 야생적 본능에 귀속되어 있는 다혈질 베크 아가말로프, 무자비한 전쟁을 찬양하는 오사치, 오로지 동물과만 교감을 나누며 인간관계를 멀리하는 라팔스키 중령 등, 얼핏 보기에 긍정적인 형상을 지니고 있어 보이는 인물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 인물들은 모두 어느 지점에선가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기형적인 불구를 지니고 있다. 군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들의 자아는 왜 이렇게 변해가는 것일까?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이상주의자 나잔스키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군 복무를 신뢰하지 않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목적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인간의 광기와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군대의 실상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안간힘 쓰는 치열한 결/투!
하지만 이러한 폭압적 상황에서도 작품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자기 자신의 자아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슈로치카는 ‘소시민적인 자기 중심주의적 방법’으로, 나잔스키는 ‘무정부주의적 초인’의 철학으로, 로마쇼프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상상과 휴머니즘’ 등으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그것이 실패로 끝나든 그렇지 않든, 이들은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가며 군대조직과도, 세계와도 그리고 자기 자신과도 치열하게 결투를 한다. 쿠프린은 그것이 인간이 가진 고귀한 또 다른 본능임을 알아보았고, 온 힘을 기울여 이 작품을 씀으로써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였다. 군대와, 세계와 그리고 자기 자신과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작품의 인물들은, 백 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값진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