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4ㆍ19 50주년을 맞이하여ㆍ ‘모더니티’의 틀 안에서 4ㆍ19를 사유하다
2010년은 4ㆍ19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4ㆍ19혁명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동인으로서의 현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적ㆍ역사적 의미를 현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 책은, 보다 구체적으로 4ㆍ19를 한국적인 ‘모더니티’의 구성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했다.
4ㆍ19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한 실증적 성찰과 함께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사회나 문화가 어떻게 4ㆍ19를 내면화하고 모더니티의 구성에 그것이 작용했는가 하는 것이며, 따라서 4ㆍ19를 ‘모더니티’라는 문제의 틀에서 사유하는 것은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의 한국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현대적-현재적’ 동인으로 작용했음을 재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4ㆍ19의 정치적ㆍ사회문화적 의미와 문학적 동력을 재인식하는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모아 묶었다.4ㆍ19세대를 대표하며 한국 현대지성사의 거목이라 할 수 있는 최인훈-김치수, 김우창-최장집의 생생한 대담을 비롯해 제1부에서는 ‘4ㆍ19와 한국문학’에 관한 글들을, 제2부에서는 ‘4ㆍ19의 정치사회적 의미와 문화적 담론’들을 실어, 4ㆍ19에 대한 보다 풍부한 논의와 전면적인 재성찰을 시도하고자 했다.
목차
책을 엮으며
제1부 4·19와 한국문학
대담1 4·19정신의 정원을 함께 걷다_최인훈·김치수
4·19의 ‘미래’와 또 다른 현대성_이광호
자유의 스타일, 스타일의 자유_우찬제
‘미적 변위’의 탄생-4·19혁명이 한국시에 미친 영향 하나_강계숙
제2부 4·19와 담론의 정치학
대담2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구체적 성찰_김우창·최장집
4·19와 국민국가의 계기_홍태영
4·19혁명과 인권-인권 개념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_이정은
‘대학생’ 담론을 보라-4·19정신의 소유권에 관한 일고찰_소영현
죽음과의 입맞춤-혁명과 간통, 사랑과 소유권_권명아
좌절한 영화들의 순수성과 아름다움-4·19와 한국 영화_이상용
필자 소개
저자
우찬제
출판사리뷰
이 책은 4ㆍ19 50주년을 맞이하여, 4ㆍ19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4ㆍ19 50주년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 단위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4ㆍ19라는 역사적 동인이 만들어낸 동시대성이 이제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할 시간대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4ㆍ19는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동인으로서의 현재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치적ㆍ역사적 의미를 현재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이른바 ‘미완의 혁명’으로 불리는 4ㆍ19 자체의 성격에 연유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4ㆍ19를 사유하는 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아직 제출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ㆍ19가 만들어낸 시대 속에 살고 있으면서, 그 시대의 의미를 재인식하는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4ㆍ19 50주년은, 그래서 4ㆍ19에 대한 동시대 지식사회의 ‘직무 유기’를 향한 문제 제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4ㆍ19의 재인식은 혁명을 신화화하는 이데올로기적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며, 혁명의 한계와 미래를 동시에 사유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4ㆍ19를 ‘모더니티’라는 문제의 틀에서 사유함으로써, 그것이 지금 여기에서의 한국사회와 국가를 구성하는 동인으로 4ㆍ19가 작동했음을 재성찰하자는 것이다. ‘4ㆍ19와 모더니티’라는 문제의식은 세 가지 맥락에서 중요성을 갖는다. 하나는 4ㆍ19라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실증적 인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한국사회의 동시대성, 혹은 현대성을 구성하는 계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4ㆍ19에 대한 성찰은, 동시에 ‘4ㆍ19 이후’에 대한 성찰이며, 4ㆍ19를 계기로 한 ‘현대성’에 대한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두번째는 4ㆍ19를 모더니티의 문제로 사유할 때, 4ㆍ19 이후의 한국사회의 두 가지 추동력이었던 ‘민주화/산업화’의 대립적인 의식을 넘어서 보다 냉정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4ㆍ19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4ㆍ19가 서구 부르주아혁명과는 달리 국가로부터 기원한 혁명이며, 국가-근대국가로서 국민국가를 제도화하는 혁명이었다는 하나의 문제 제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세번째는 4ㆍ19에 내재된 모더니티가 하나의 단일하고 평면적인 구성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4ㆍ19를 계기로 한 정치사회적 의미의 현대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적ㆍ문학적 현대성의 ‘장소’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4ㆍ19의 여러 얼굴을 읽어내는 데 중요하다. 이것은 기억의 특권화라는 상징권력의 작용으로부터 말하지 못하는 기억의 영역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담론의 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4ㆍ19를 둘러싼 기층적 담론들을 재발견하는 일이다.
4ㆍ19가 구성한 모더니티의 특질을 밝혀내고 그 현재성을 재인식하려는 이 책의 이러한 기획 의도가 일관되고 충분하게 관철되었다고 보기에는 여러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을 구성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지식사회의 담론 형성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감해야만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의 글들이 하나의 단일한 문제의식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글들이 ‘4ㆍ19와 모더니티’라는 이 책의 최초의 기획과 맺는 다양한 관련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관련 속에서 4ㆍ19에 대한 새로운 담론의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음을 알릴 수 있다면,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제1부는 4ㆍ19와 한국문학의 관련에 대한 글들을 실었으며, 제2부는 4ㆍ19의 정치사회적 의미와 4ㆍ19를 둘러싼 문화적 담론에 대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원고 중 일부는 계간 『문학과사회』에 발표되었거나, 단독 논문으로 발표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 책이 4ㆍ19의 내재성과 그 미래를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엮은이 우찬제ㆍ이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