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승 경전을 구하러 떠난 십사 년―십만 팔천 리의 서행 길
삼장법사와 세 명의 제자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
『삼국연의』『금병매사화』『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奇書) 중의 하나로 유불도 3교에 중국 고대 신화와 전설이 모두 녹아 있는 동양적 판타지의 정수이다. 명나라 당시의 암울한 정치와 도교를 우회적으로 조롱하는 풍자문학의 걸작으로 다시 만나는 서유기의 완역본이다.
2003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발간한 『서유기』 완역본을 젊은 독자층의 요구에 따라 스토리 위주로 쉽게 풀어 엮었으며, 내용에 걸맞는 삽화를 중간 중간 삽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스토리 중심으로 간추려 45회 분량으로 동양적 판타지와 동양적 상상력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원천을 만날 수 있다.
목차
3권
1. 사리 도둑
2. 소뇌음사
3. 돌팔이 의원, 임금의 병을 고쳐주다
4. 무서운 금방울
5. 일곱 마리 거미 요정
6. 어린아이 심장을 보약으로 먹는 임금
7. 멸법국에서 하룻밤 새 일어난 일
8. 마음 풀린 삼형제, 병기를 도둑맞다
9. 정월 대보름 등불놀이
10. 옥토끼와 천축 공주
11. 천축 대뇌음사
12. 공덕을 다 이루고 부처님의 반열에 오르다
저자
오승은 (지은이), 김종민 (그림), 임홍빈 (옮긴이)
출판사리뷰
대승 경전을 구하러 떠난 십사 년―십만 팔천 리의 서행 길
삼장법사와 세 명의 제자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모험담
풍자 해학 낭만 재치로 가득한 동양소설의 걸작!
삼장법사와 세 명의 제자들이 대승 경전을 구하기 위해 서역으로 떠난 뒤, 십사 년-십만 팔천 리를 여행하며 겪게 되는 온갖 모험담을 담고 있는 책 『서유기』 전 3권이 문학과지성사 ‘문지 푸른 문학’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수많은 중국인들이 1천 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갈고 닦고 집대성하여 이룩한 낭만주의 소설 문학의 결정체이다. 동양적 판타지와 동양적 상상력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원천으로, 유교 불교 도교의 3교와 그 이전 고대의 신화와 전설이 모두 이 소설 속에 녹아들었고, 훗날의 수많은 문학적 상상력이 이 소설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런 만큼 『서유기』에 대한 독서는 동양적 감성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가장 원초적인 환상과 상상의 세계를 뇌리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서유기』 전 10권을 완역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시리즈로 출간했던 임홍빈 선생이 이번에도 전 3권의 편역을 맡았다. “원서에 충실했던 완역판에는 한시(漢詩)와 주석(註釋)이 많이 붙어 있어 자못 ‘전문가용’이었다면, 지금 선보이는 『서유기』는 젊은 독자층의 요구에 따라 스토리 위주로 쉽게 풀어 엮은 ‘보급판’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내용에 걸맞는 삽화를 중간 중간 삽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옮긴이 해설」 중) 즉, 본래 1백 회에 달했던 ‘완역판’ 『서유기』 중에서 재미있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스토리 중심으로 간추려 45회 분량의 『서유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완역판’의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서사 구조를 최대한 쉽게 풀어 엮고,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의역하여 누구나 쉽게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 완역판 『서유기』의 긴 분량에 주눅 들었던 독자라면, 새로이 풀어 엮은 ‘문지 푸른 문학’ 판 『서유기』를 통해 이 소설의 놀라운 환상과 상상을 온전히 체험해보자!
『서유기』에 대하여
중국 당 태종 즉위 3년(서기 623년), 당시 26세이던 현장(玄?) 스님은 천축(인도)으로 가 불교를 배우고 불경을 중국으로 들여와 전파하겠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건 여행길을 떠났다. 실크로드(Silk Road)를 따라 서역 일대를 거쳐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남부 지역과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에 이르는 길을 무려 3년 동안 여행한 끝에, 그는 북인도의 불교 최고 학부였던 ‘날란다 사원(那爛陀寺院)’에 유학생으로 들어가 5년간 학문을 닦았으며,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17개국을 순방하면서 부처님의 유적과 성지를 참배하고 불교의 진리를 깨쳤다. 그리고 수많은 불교 경전을 구한 뒤 17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현장 스님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9년 동안 불경을 1,330권이나 번역하여, 중국은 물론 훗날 한반도와 일본에까지 전파되어 동아시아 불교가 크게 번창하는 데 이바지했다.
위대한 여행가이며 불경 번역가, 불교학자였던 현장 스님은 서역과 천축 일대 135개국의 역사 지리와 풍토를 보고 들은 대로 저술하여 당 태종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행문인 『대당서역기』이다. 그리고 이후 현장 스님의 제자 두 사람이 그의 행적을 바탕으로 지은 전기문학이 『대자은사 삼장법사전』이다. 현장 스님이 세상을 떠난 후, 『대당서역기』와 『대자은사 삼장법사전』은 불교 사원에서 책으로 발간되어 승려와 신도들을 가르치는 강의 교재 형태로 남았는데, 그 후 차츰 신기한 내용만이 돋보이고 여러 가지 상상적인 이야기가 덧붙으면서 현장 스님의 종교적인 업적과 역사적 사실은 차츰 밀려나고,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기이한 에피소드들이 자리바꿈한 끝에 이른바 ‘신괴(神怪)소설’ 또는 ‘신마(神魔)소설’이라는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장르의 문학작품으로 발전된 것이다.
이상이 『서유기』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다.
장편소설 『서유기』를 마지막으로 완성한 저자는 우선 범속을 초월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신비성과 기발함을 극대화시킨 과장법으로 신화적인 환경을 꾸며놓고, 그 속에 황당무계한 변형 기법으로 등장인물의 형상을 두드러지게 변모시켜놓았다. 그 결과 주인공들은 물론, 신불(神佛)과 요괴 마귀들에게조차 모두 동물성과 인성(人性), 신성(神性)의 이미지를 동시에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소설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2,500여 년 전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원숭이 임금 ‘하누만’의 혈통을 이어받고, 여기에 중국 도교 고사 가운데 ‘도를 닦아 요정이 된 원숭이’를 접목시켜 빚어낸 ‘돌 원숭이’이다. 그리고 소설의 무대와 배경은 온통 고대 중국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신비롭게 채색되었슴데, 이런 것들이 곧 낭만주의 기법의 하나라 하겠다.
그리고 『서유기』의 특징을 꼽는다면, 시대정신과 사회 역사상의 진실을 반영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가공의 인물, 허구적 환경, 가설적 스토리 등을 통해 당시의 참상을 풍자하고 고발했던 것이다.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이 살던 시기는 명나라 말엽 가정(嘉靖) 연간의 암울한 시대였다. 황제는 무도한 폭군이었으며, 도교에 미혹되어 환관들과 권세 있는 간신들이 조정의 권력을 독차지했다. ‘동창’과 ‘서창’이라는 특수 정보감시기관이 횡행하고, ‘금의위’라는 탄압부대가 전국을 휩쓸며 백성들에게 해악을 끼쳤다. 그러기에 중앙의 조정뿐만 아니라 지방 관원들마저 부패하고, 황실 인척과 토호 세력이 백성들의 농토를 마구 빼앗았으며 부역과 세금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저항하고 대규모로 폭동을 일으킨 것은 당연한 추세였다. 그리하여 민란과 폭동이 한때는 명나라 황실을 거의 전복시킬 지경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러한 배경이 곧 『서유기』의 모델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소설 『서유기』라는 픽션을 통해 은연중에 당대의 실태를 우회적으로 풍자,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울분을 토로하고 후세에 고발하고자 했는데, 이것이 바로 저자가 소설 『서유기』를 쓰게 된 의도요 목표였으며, 그 시대에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의 한계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소설 『서유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희극적 풍자’에 있다. 저자는 소설 전편에 걸쳐 세련되고도 과장된 필치로 당시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던 기존의 종교, 특히 당시 현실적으로 증오의 표적으로 삼은 도교에 대하여 익살맞은 해학으로 조롱하고, 추악한 세태와 관부의 실태를 날카롭게 풍자 고발하고 있다. 그것들은 주로 손오공과 저팔계의 신변을 통해 구현된다.
다음의 특성으로는 ‘유머’를 들 수 있다. 강렬한 풍자 요소를 제외하고도 『서유기』 속에서 유머는 손오공의 낙천주의를 구현하는 정신적 기둥으로서 자신을 믿는 굳센 신념과 사악한 세력을 압도하는 우월성의 수단이다. 그리고 저팔계의 겉모습이나 약점을 통하여 ‘미(美)와 추(醜)’를 대비시키는 희극 형식으로 농도 짙게 표현되기도 한다.
『서유기』에는 ‘오승은’이란 저자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사실 이 책은 어느 개개인의 독창적인 힘으로 씌어진 작품은 아니다. 그것은 몇백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두고 중국에서 여러 형태의 사회 역사 전통이 쌓이고 쌓인 끝에, 마침내 어느 시점에 와서 그들 개인의 손으로 첨삭을 거듭하고 일정한 격식의 틀을 갖춘 소설 형태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다시 말해, 어느 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삼아 신화와 전설 등 온갖 흥미로운 예술적 픽션을 덧붙여 다채롭고도 풍부한 내용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 초기 형태는 대개 11세기 송나라 때부터 유행한 ‘설화 예술(說話藝術),’ 즉 장터의 직업적 이야기꾼들이 쓰던 대본이었다. 그리고 12~13세기 원나라 때에 와서는 그 주제들이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희곡으로 발전되고, 점차 산문체 소설 형태를 갖추다가 16세기 명나라 때에 이르러 그 자료를 집대성하여 정리한 개인의 손에 의해 방대한 스케일과 볼륨을 지닌 장편소설로 엮인 것이다. 요컨대 소설 『서유기』는 7세기 초, 당나라 스님 현장이 불경을 가지러 천축으로 여행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인점(起因點)으로 삼아, 차츰 그 사실적 테두리에서 벗어나 ‘신괴(神怪)’ 또는 ‘신마소설(神魔小說)’이라는 독창적이고도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