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기록된 역사도, 창작된 소설도 아니다!
단지, 사실이라 믿어진 것들을 폭로했을 뿐......
중국의 차세대 문학 선두주자이자, 중국 문단에서 보기 드문 지략형 작가로 알려진 리얼의 모뚠 문학상 수상작. 이 작품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운명과 생존 양식을 르포 형식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항일전쟁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실은 오지의 ‘따황 산’에 숨어 지냈다는 행적들이 시간차를 두고 의사, 수감자, 법학자 등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의표를 찌른다. 실제적 진실과 가공된 기억 사이를 넘나들며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작가는 역사의 이면에 숨겨지고 누락된 자료까지 낱낱이 찾아내 각 단락마다 출전을 정확하게 밝히는 형식으로 작품을 전개함으로써 창작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논문처럼 절대적 고증을 핵심으로 한다. 소설과 논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감언이설』에는 50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며, 그중 90퍼센트는 실존했거나 현재에도 생존해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작품의 플롯이 얼마나 치밀한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으며, 각종 복선이 교차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작가의 정성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권두언
제1부 제멋대로 수작
제2부 까치가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를 부르다
제3부 피차 서로
발문 만만치 않은 지략형 작가 리얼과의 포스트 조우
옮긴이 해설 서술하되 창작하지 않는 감언이설 속의 역사의식
저자
리얼 (지은이), 박명애 (옮긴이)
출판사리뷰
이 책은 기록된 역사도, 창작된 소설도 아니다!
단지, 사실이라 믿어진 것들을 폭로했을 뿐……
모뚠(茅盾) 문학상 수상작·리얼(李햔)의 대표 장편소설
현재 중국 문단에서 “보기 드문 지략형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리얼(李햔)의 장편소설 『감언이설(花腔)』(박명애 옮김)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중국의 차세대 문학 선두주자로 알려진 리얼은 지난 2007년 전주에서 있었던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에 모옌, 류전윈 등과 함께 중국 문인을 대표해 참석한 바 있지만, 그의 작품이 한국에 번역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언이설(花腔)』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지식인의 운명과 생존 양식을 르포 형식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항일전쟁에서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실은 오지의 ‘따황 산’에 숨어 지냈다는 행적들이 시간차를 두고 의사, 수감자, 법학자 등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의표를 찌른다. 실제적 진실과 가공된 기억 사이를 넘나들며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이 한 편의 소설을 위해 작가는 무려 13년간 자료 수집만 하고 다녔다고 전해질 만큼 공이 든 작품이며, 이 작품으로 중국의 대표적 문학상인 ‘모뚠(茅盾) 문학상’을 수상하며 리얼은 중국의 차세대 대표 작가로 급부상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발로 쓴 작품임에도 리얼은 ‘권두언’을 통해 “이 책의 주인공 꺼런(葛任)을 보다 깊이 이해하자면 앞으로도 십 년은 더 걸릴 것이고, 그럴 만한 가치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중국 문단에서 문학사조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신역사주의’ 소설 기법들이 “현존하는 역사를 재해석해서 얼마나 창조할 것인가에 주력”하고 있다면, 리얼은 ‘신역사주의’ 소설 기법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얼은 “역사의 이면에 숨겨지고 누락된 자료까지 낱낱이 찾아내 각 단락마다 출전을 정확하게 밝히는 형식으로 작품을 전개하”므로써, “창작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논문처럼 절대적 고증을 핵심으로 한다.” 소설과 논문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감언이설』에는 50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며, 그중 90퍼센트는 실존했거나 현재에도 생존해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작품의 플롯이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를 수치로써 보여준다 하겠다. 또한 각종 복선이 교차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이 작품의 전편(全篇)을 읽지 않는다면 분명하게 두서를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이다.
항일영웅 꺼런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사람의 증언은 기묘하게 뒤틀린다.
―‘기록된 역사’와 ‘혼재된 기억’ 사이를 첨예하게 파고드는 리얼의 상상력!
『감언이설(花腔)』의 주인공 꺼런(葛任)은 중국 근현대의 학자이고 문인이며, 낭만적 사상가이다. 얼리깡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 인물은 중국어에서 같은 발음을 내는 ‘꺼런(個人)’으로 여생을 살고 싶어 하지만, 각기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닌 세력들 사이에서 그의 ‘생존 혹은 죽음’은 중요한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찾고자 희망하면서 자전소설을 집필하고 있는 그에게 당대를 이끌었던 세력들, 즉 국민당과 공산당에서 사람을 파견하면서 이야기는 점차 긴박하게 진행된다.
기실 1943년에 진술한 바이성타오나 1970년에 진술한 자오칭야오나 2000년에 진술한 판지화이는 모두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말들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적 입장 없이 국민당의 심부름을 하게 된 바이성타오나 국민당의 군통(軍統)에 잠입한 첩보원이었다가 문화대혁명 시절에는 노동개조범으로 수감된 자오칭야오, 그리고 노련한 공산당 장군이었다가 이제는 성공한 법학자로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판지화이는 모두 그들이 개인(個人)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시대의 희생양임을 보여준다.
아무려나 이 책의 마지막 소제목처럼 “역사는 승자가 쓴 책이다.” 결국 꺼런은 민족의 영웅으로 ‘만들어져’ 일본인인 가와이에 의해 암살되는데, 이는 미래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든지 꺼런이 양측 모두의 영웅으로 간주되기를 원했던 당시 세력들의 음모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서도 2000년대에 판지화이와 가와이가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만나 ‘희망 소학교’ 개막식 테이프 커팅 의식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는 역사의 기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또한 꺼런의 죽음을 왜 언론에 알리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판지화이가 “아가씨, 그것을 그 사람이나 우리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오”라 대답하지만, 화자의 “ ‘우리’가 누구인지 그가 말한 ‘사랑’의 대상이 누구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605쪽)는 『감언이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 소설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역사 위에 있음을 반증한다.
‘기록된 역사’와 ‘혼재된 기억’ 사이를 첨예하게 파고드는 리얼(李햔)의 상상력을 통해 중국인의 ‘감언이설’을 듣는 재미는 색다르고 유익하다. “루쉰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실현하고 있”다는 평(까오웬바오; 상하이 푸단 대학 교수)을 받을 만큼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새로운 문체를 확보하는 문제로 전심전력을 쏟고 있”는 리얼의 대표 장편소설 『감언이설』은 중국 현대 문학의 현주소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