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산세계문학총서 69번째 책,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 미하일 불가코프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타』. 소비에트에 대한 풍자소설이자,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환상소설, 현란한 문체의 카니발소설로, 1966년 잡지 『모스크바』에 처음 발표된 이후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 현대문학 고전의 반열에 작품이다.
저미하일 불가코프는 1925년 고향 키예프에서의 내전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백위군』를 발표하면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와 비교할 만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동시에 반혁명 · 반소비에트 작가라는 비판에 시달렸고, 결국 이로 인해 작가로서의 모든 활동을 금지당하게 된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주인공 거장의 모습 속에는 침묵의 강요 속에 고통받으며 창작 활동을 했던 작가 자신의 운명이 투영되어 있다.
예수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모두 꾸며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 외의 다른 시각은 있을 수 없던 시대에, 거장은 예수를 처형한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죄의식과 고통을 다룬 소설을 완성하고 출판을 추진한다. 하지만 거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옹호하고, 엉터리 빌라도주의를 퍼트리려고 한다는 이유로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게 되며, 비밀경찰국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이후. 자기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만다. 불가코프는 이처럼 거장을 파멸로 몰아넣은 1930년대 소비에트 문학계를, 그리고 혁명과 함께 새로운 인간들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그 시대 이데올로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속물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스크바 시민들의 다양한 군상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제1장 낯선 자들과는 절대 이야기를 나누지 마라
제2장 본디오 빌라도
제3장 일곱번째 증거
제4장 추격
제5장 그리보예도프에서 있었던 일
제6장 정신분열증, 이야기가 있었던 그대로
제7장 좋지 않은 아파트
제8장 시인과 교수의 결투
제9장 코로비예프의 장난
제10장 얄타에서 온 소식
제11장 이반의 분열
제12장 검은 마술과 그 폭로
제13장 주인공의 등장
제14장 수탉에게 영광을!
제15장 니카노르 이바노비치의 꿈
제16장 처형
제17장 불안한 하루
제18장 실패만 하는 방문자들
제2부
제19장 마르가리타
제20장 아자젤로의 크림
제21장 하늘을 날다
제22장 촛불가에서
제23장 사탄의 대무도회
제24장 거장을 빼내다
제25장 총독은 키리아트의 유다를 어떻게 구하려고 했는가
제26장 매장
제27장 50호 아파트의 최후
제28장 코로비예프와 베헤못의 마지막 모험
제29장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운명이 정해지다
제30장 떠날 때가 되었다! 떠날 때가 되었다!
제31장 참새 언덕 위에서
제32장 용서와 영원한 안식처
에필로그
옮긴이 주
옮긴이 해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 미하일 불가코프의 삶과 그의 마지막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미하일 불가꼬프
출판사리뷰
러시아 문학이 낳은 거장 미하일 불가코프,
그가 실명의 고통을 무릅쓰고 구술하여 완성한 걸작
“20세기 가장 위대한 러시아 소설”_뉴욕타임즈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예순아홉번째 책으로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 미하일 불가코프의 대표작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출간되었다. 소비에트에 대한 풍자소설이자, 시공간을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환상소설, 현란한 문체의 카니발소설로 읽히는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1966년 잡지 『모스크바』에 처음 발표된 이후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 현대문학 고전의 반열에 오른 걸작이다.
1891년 키예프에서 태어난 미하일 불가코프는 1920년대 초 소비에트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한 중단편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1925년 고향 키예프에서의 내전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백위군』를 발표하면서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와 비교할 만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동시에 반혁명?반소비에트 작가라는 비판에 시달렸고, 결국 이로 인해 작가로서의 모든 활동을 금지당하게 된다. 출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1928년 『거장과 마르가리타』 초고를 작성하기 시작한 불가코프는, 이후 1940년 사망하기 직전까지 10여 년 동안 실명의 고통을 무릅쓰고 구술로 교정을 봐가며 소설을 완성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주인공 거장의 모습 속에는 이처럼 침묵의 강요 속에 고통받으며 창작 활동을 했던 작가 자신의 운명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예수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모두 꾸며낸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 외의 다른 시각은 있을 수 없던 시대에, 거장은 예수를 처형한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의 죄의식과 고통을 다룬 소설을 완성하고 출판을 추진한다. 하지만 거장은 예수 그리스도를 옹호하고, 엉터리 빌라도주의를 퍼트리려고 한다는 이유로 비평가들의 비난을 받게 되며, 비밀경찰국에 체포되었다가 풀려난 이후. 자기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만다. 불가코프는 이처럼 거장을 파멸로 몰아넣은 1930년대 소비에트 문학계를, 그리고 혁명과 함께 새로운 인간들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그 시대 이데올로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여전히 속물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스크바 시민들의 다양한 군상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오랫동안 출판될 수 없었던 이유는 소설에 담긴 풍자적인 요소에만 있지 않다. 불가코프는 이 작품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때로 현란하게 여겨질 만큼 화려한 문체를 구사한다. 거장을 구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나타난 악마 볼란드와 그의 수행원들은 그들의 검은 마술로 모스크바를 온통 혼란에 빠트리며, 칼리굴라에서부터 요한 슈트라우스, 비외탕, 토파나, 루돌프 2세, 그리고 소비에트 비밀경찰대장에 이르는 악명 높은 유명 인사들을 초대하여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사탄의 대무도회를 열기도 한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환상소설, 카니발소설로 만든 이러한 문체는 1930년대 초 소비에트에서 단일미학규범으로 확립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불가코프의 소설을 오랫동안 검열에 묶어두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소비에트의 반종교 이데올로기 선전과 그 이데올로그들에 대한 풍자로 시작된 소설이었다. 불가코프는 1920년대 중반 잡지 『무신론자』를 통해 유표되던 반종교 선전문을 읽고 충격을 받아 이 소설을 구상했다. 하지만 10여 년에 걸친 긴 창작 과정을 통해 소설은 처음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다성적인 소설로 완성되었다. 소설의 에피그라프로 붙여진 『파우스트』의 구절, ‘나는 영원히 악을 원하고, 영원히 선을 행하는 힘의 일부이다’라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말이 암시하듯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사건들은 어느 한 가지 규정에 얽매임 없이, 서로 교차되고 그 경계를 흩트리면서 인간에 대한 폭력에 다름 아닌 권력과 그 안에서의 개인의 운명, 역사와 무수한 시간의 연관들, 비겁함의 죄와 속죄의 긴 과정, 현실의 환영성과 예술의 불멸성, 평온과 선과 악의 문제 등에 대한 문제들을 무한히 펼쳐놓고 있다.
작가가 사망한 뒤 20여 년이 흐른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빛을 보게 된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이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면서 “20세기 가장 위대한 러시아 소설(뉴욕타임즈)” “성인 독자라면 죽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더 가디언)” 등의 격찬과 함께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또한 각종 TV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의 원작으로도 여러 번 쓰였는데, 1971년 폴란드 영화의 거장 안제이 바이다가 빌라도에 관한 이야기 부분을 각색하여 TV 드라마로 제작했고, 2005년 러시아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50%가 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2006년에는 ‘뮤지컬의 황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다음 작품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선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소설로 불가코프는 그가 사랑했던 작가들―푸시킨, 고골, 도스토옙스키―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처음 세상의 빛을 본 것은 1966/67년 잡지 『모스크바』를 통해서였다. 스탈린 사후 형성된 해빙의 기운 속에서 책상 서랍 속에 감추어두었던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불가코프의 소설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도 불가코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소비에트 검열로 인해 소설은 일정 부분 삭제된 상태로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삭제된 부분은 주로 소비에트 비밀경찰 관련 부분과 고대 예르샬라임과 모스크바가 유사하게 묘사되는 부분들이었다), 소설은 출판 즉시 소비에트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실린 잡지는 구하기 어려운 귀중본이 되었고, 사람들은 지하 출판을 통해 검열이 삭제한 부분을 찾아 읽었다. 불가코프는 ‘거장’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 “비겁함은 인간의 가장 큰 악덕 중 하나이다” 등 소설 속 구절들은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경구가 되었다. 불가코프와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대한 관심은 소비에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1967년 파리에서 검열의 삭제가 없는 완본이 출간된 이후 영국, 헝가리, 독일, 이태리 등지에서 오랫동안 베일에 감추어져 있던 작가 불가코프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의 마지막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다. 그리고 몇몇 비평가들이 그 열기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지적했던 것과 달리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지금까지도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20세기 러시아 문학 작품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이처럼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말 그대로 거장의 면모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구성과 인물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작가 사고의 깊이 때문일 것이다.
_김혜란, 작품 해설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미하일 불가코프의 삶과 그의 마지막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