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 최대환은 무미건조한 개인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기록자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일상이 뭔가 이야기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사건의 연속인 것은 아니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공허하기만 한, 그래서 ‘지독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상. 그리하여 어느 날 붙박이장 안에 알몸의 여인이 살게 되어도 그녀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 특별할 것이 없고(「붙박이장」), 느닷없이 펭귄이 출몰하여도 삶이 크게 흔들일 것 없는(「샤워하다 뒤돌아보면」)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동호가 “ 『바다 위의 주유소』는 사건 없음의 사태가하나의 사건적 층위로 격상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일상성만이 성운처럼 그득히 미만해 있는 소설 공간을 열어놓는다”라고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시작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공허, ‘대상이 없는 그리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 그저 감추어두었던 내면의 이야기와 맞부딪쳤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환이 담담하게 그려낸 일상의 기록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차
I. 고양이
잠 못 드는 그녀
한밤, 편의점의 고양이
붙박이장
II. 시멘트 광장
샤워하다 뒤돌아보면
버터플라이
풍선을 찾아 떠나는 여행
Blackbird Fly
III. 주유소
어느 날 갑자기
바다 위의 주유소
홍콩발 이메일
해설_일상의 에크리튀르·강동호
작가의 말
저자
최대환 (지은이)
출판사리뷰
환상마저 현실과 한 몸이 되는 지독한 도시의 일상
건조함 속으로 젖어드는 우리들의 감추어둔 이야기
일상과 일상이 지속적으로 겹쳐지고 포개지고 엇갈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틈,
그 근원적 공허를 실연하는 최대환의 신작 소설집
1999년 첫번째 소설집 『클럽 정크』로 실제와 가상이 서로 묘하게 겹쳐지면서 그 경계가 허물어지는 독특한 공간을 빚어냈던 작가 최대환이 10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 『바다 위의 주유소』를 펴냈다.
세 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마치 모자이크화의 색깔 조화처럼 맞물려 전체적으로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내었던 그의 첫 소설집은 단순나열식 옴니버스가 아니라 극중 인물을 교차시키는 기법으로 90년대 말 한국소설의 하나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바다 위의 주유소』는 연작 소설은 아니지만, 실제와 가상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혼융되는 현실의 또 다른 깊이를 길어내며 모든 것이 불가능하면서도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보였던 첫 소설집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그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소설집은 총 10편의 작품이 ‘고양이’‘시멘트 광장’‘주유소’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나뉘어 실렸다. 작가는 이 세 개의 키워드가 자신에겐 참으로 도시적인 이름들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것으로 느슨한 연작을 구성하리라 마음먹기도 했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10편의 작품은 각각 다른 이야기이면서도 작중인물이 겹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비슷한 메시지를 여러 층위에서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첫 소설집과도 연결되는 듯하다.
첫번째 수록작 「잠 못 드는 그녀」에는 ‘클럽 정크’에서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지샌 기억을 잊지 못하는 여자가 등장하고, 「한밤, 편의점의 고양이」의 화자는 바로 앞에 실린 「잠 못 드는 그녀」를 쓴 작가이다. 또한 「한밤, 편의점의 고양이」에서 화자가 우연히 만나는 감미료 세트 파는 여자의 상황(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찾을 거라는 것과 춤을 춘다는 것)은 「버터플라이」의 여자와 겹친다. 뿐만 아니라 ‘주유소’의 키워드로 묶인 「어느 날 갑자기」 「바다 위의 주유소」 「홍콩발 이메일」은 떠나간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 공통된 무대였던 `클럽 정크`가 주인공들이 안주할 공간이 아니었듯이, 이번 소설집 표제에 드러나는 ‘주유소’ 역시 영원히 목적지가 될 수 없는, 잠시 들르는 공간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도 전작처럼 각각 기승전결의 드라마로 완결되기보다는 마치 흘러가는 인생의 짧은 한순간을 포착한 사진처럼 읽힌다.
최대환은 무미건조한 개인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는 기록자이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일상이 뭔가 이야기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사건의 연속인 것은 아니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공허하기만 한, 그래서 ‘지독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상. 그리하여 어느 날 붙박이장 안에 알몸의 여인이 살게 되어도 그녀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 외에 특별할 것이 없고(「붙박이장」), 느닷없이 펭귄이 출몰하여도 삶이 크게 흔들일 것 없는(「샤워하다 뒤돌아보면」) 것이다. 문학평론가 강동호가 “ 『바다 위의 주유소』는 사건 없음의 사태가하나의 사건적 층위로 격상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일상성만이 성운처럼 그득히 미만해 있는 소설 공간을 열어놓는다”라고 이번 소설집의 해설을 시작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자신 안에 있는 공허, ‘대상이 없는 그리움,’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 그저 감추어두었던 내면의 이야기와 맞부딪쳤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환이 담담하게 그려낸 일상의 기록이 소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은 누구를 그토록 그리워하는가? 당신에게 이 제거할 길 없는 그리움을 안긴 사람, 지금 당신 곁을 떠나간/떠나가는 그 사람은, 혹 당신 자신일 수 있지 않은가. 어쩌면 작가의 전언처럼, 당신을 떠난 이는 바로 당신일지도 모른다. 왜 그토록 소설 속 인물들을 한없이 엇갈리기만 하는 것인가. 그 공허의 내적 원인이 떠나간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는 그리움의 주체인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 촉발되는 것일 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 안에 있는 그 공허, 다시 말해 이 게워지지 않는 부재 의식에 대한 재확인인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그리움이 ‘대상 없는 그리움’에 가깝다는 명제는 이렇게 되살아난다. _강동호, 해설 「일상의 에크리튀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