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00년 공쿠르 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독일의 샹송 가수이자 배우인 잉그리드 카벤의 삶을 그린 ‘전기(傳記)적 오페라’이자, 카벤의 남편이었던 영화 감독 파스빈더를 비롯,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등 실제 유명인물을 만날 수 있는 실명 소설이기도 하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1장과 2장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심한 피부 알레르기를 겪으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던 고통스러운 유년기의 카벤이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점차 관객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그녀는 뮌헨에서 만난 영화감독 파스빈더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랭이 직접 재단한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주옥과 같은 목소리, 계산된 듯한 제스처로 관객을 압도한다. 하지만 카벤은 파괴주의적인 성격, 삶의 불균형과 약물 복용 등으로 점차 예술가 특유의 광기에 시달린다.
그리고 마지막 3장과 4장에서는 파스빈더가 죽으면서 남긴 열여덟 장면의 시나리오 초안으로부터 소설 「잉그리드 카벤」의 탄생이 예고된다.
목차
.서문 ... 9
.제1장 거룩한 밤 ... 11
.제2장 굉장한 밤 ... 179
.제3장 한 장의 종이 ... 225
.제4장 44 W. 44 ... 239
.옮긴이의 말 ... 284
저자
장자크쉴 저자(글),김혜련 번역
출판사리뷰
독일의 샹송 가수이자 배우인 잉그리드 카벤의 삶을 그린 ‘전기(傳記)적 오페라’
공쿠르 상은 프랑스어권 문학상 중 그 명성과 중요도로 최우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상은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그 작가로 하여금 물질적 어려움에서 벗어나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그 이상으로 한다. 실제로도 공쿠르 상을 수상한 작품들은 프랑스어권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쿠르 상은 우리에게도 친근한 문학상으로 앙드레 말로의 「인간조건」, 시몬느 보봐르의 「망다리앵」, 로맹 가리의 「하늘의 뿌리」, 마가리트 뒤라스의 「연인」,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등이 소개된 바 있다.
2000년 공쿠르 상 수상작은 장-자크 쉴의 장편소설 「잉그리드 카벤」이다. 쉴은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장미 꽃가루Rose poussiere』(1972)와 『전보 1번Telex numero 1』(1976)을 펴낸 바 있다. 두 작품 다 초판에 그치는 상업적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잉그리드 카벤』의 출간과 함께 “문단의 우상”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마침내 2000년 공쿠르 상을 거머쥐게 되면서 문단의 인정과 함께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였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 소설에서 쉴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 전쟁의 패배로 음울했던 독일의 향수를 그려낸 영화 감독 파스빈더 시절의 헤로인을 만난다. 『르몽드』지는 「잉그리드 카벤」을 20세기를 마감하는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한 심사위원은 독일의 샹송 가수이자 배우인 잉그리드 카벤을 그린 “전기(傳記)적 오페라”라고도 했다.
소설의 형식은 카벤의 남편이었던 영화 감독 파스빈더를 비롯해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등 실제 유명인물이 등장하는 실명소설이면서 전기적인 소설이다. 작가 장-자크 쉴은 허구의 인물, 샤를로 등장하고 잉그리드 카벤 주변에 맴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별명이나 가명으로 묘사되기도 하여 마치 퍼즐게임을 하는 듯하다. 장-자크 쉴은 작품 속에서 실제와 허구, 현재와 과거를 오가기 때문에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실마리를 잃기 쉽다. 또한 독일에서 태어나 파리를 비롯해 세계 곳곳을 연주와 영화 촬영으로 돌아다닌 그의 삶을 따라가노라면 여러 나라 언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소설은 4살짜리 꼬마가 영문도 모른 채 눈썰매를 타고 북해 바닷가를 달리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치닫고 있던 1943년 크리스마스 이브, 독일 장교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독수리 뺏지를 단 독일군과 히틀러의 대형 초상화가 달려 있는 간이무대에서 꼬마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른다. 이 장면은 50년이 지난 후 예루살렘에서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인 유대인 앞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가 가장 떨렸다는 잉그리드 카벤의 감동적인 고백과 오버랩 된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장-자크 쉴은 샤를이라는 붉은 머리 유태인으로 등장해 잉그리드 카벤에게 때로는 신랄한 말로, 때로는 연민으로 그녀의 과거를 끌어낸다.
1장과 2장에서는 잉그리드 카벤의 고통스러운 유년기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한 카벤은 심한 피부 알레르기를 겪으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신을 위해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관객의 감동을 자아낸다. 뭰헨에서 파스빈더를 만나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잉그리드 카벤은 대중들의 머리 속에 다니엘 슈미트의 「라 팔로마」의 헤로인으로 각인된다. 또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랭이 직접 재단한 검은 색 드레스를 입는 카벤은 일단 무대 위에 서면 하늘이 주신 선물, 주옥같은 목소리와 계산된 듯한 제스처로 관객을 압도한다. 카벤은 노래를 통해, 살고 있는 것을 거부하는 폭력성, 광기, 균형을 찾지 못하고 일상의 생활에서 미끄러지는 예술가, 파괴주의적인 성격, 무질서의 시대에 살고 있는 주변 인물들에게, 그리고 약물을 복용하고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소외계층들에게, 인간적인 정과 에로티즘을 보여준다.
3장에서 파스빈더가 죽으면서 남긴 열여덟 장면의 시나리오 초안으로부터 소설 「잉그리드 카벤」의 탄생은 예고된다. 그러나 소설에 등장하는 샤를은 그 여인의 삶을 글로 옮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소설을 쓰는 것을 포기한다. 마지막 장은 주인공이 역사와 현실의 흔적이라든지, 존재의 일회성을 훌훌 털어버리고 음악과 같은 절대 순수 삶을 향한 열망을 보이며 허공에 팔을 벌리면서 “자, 이제 됐습니다”라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