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첫 출간 당시 나치 정부의 금서 판정,
학교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
소설 『게르버』는 프라하 출신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오스트리아 작가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1930년 22세 때 발표한 소설이다. 고등학생 쿠르트 게르버가 겪는 학업의 어려움, 교수와의 갈등, 우정과 사랑의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이 프라하의 권위주의적인 학교에서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을 그리고 있다.
1921년 아버지가 프라하로 전근하면서 토어베르크가 다녔던 프라하의 학교는 개혁이 단행된 오스트리아 빈의 학교와 달리 옛 군주제 시기의 낡은 교육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교육의 핵심은 규율과 규범을 내세우며 학생의 자유 의지를 꺾고 순종을 강요하는 것이었다. 졸업 후 좋은 직장과 대학 입학을 위해 졸업시험 합격증이 필요한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성적 평가에서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교수에게 순종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가 소설의 서두에서 전하는 일주일에 열 명의 학생이 자살하는 현실은 그런 학교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권위주의적인 학교를 고발하는 토어베르크의 소설에는 고등학교 시절 시를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1927년 졸업시험에 한 번 낙방한 적이 있는 작가의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소설은 카프카의 유고를 정리·발표한 막스 브로트의 도움으로 출간되었는데 첫 출간 당시 5,000부가 인쇄되고 1년도 안 되어 7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의 성공으로 토어베르크는 물질적인 안정과 함께 작가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게르버』는 출간 3년째 되는 1933년 나치 정부가 “사제의 문제를 증오심에 가득 찬 왜곡된 형태로 그린” 소설로 판정해 금서가 되었다. 이어 1936년 토어베르크의 모든 글에 금서 판정이 내려졌고, 작가는 1938년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로 도피했다가 194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1951년에야 오스트리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목차
1. 쿠퍼, 유한 권능의 신
2. 검투사의 등장. 종이 울리다
3. 만남 셋
4. x에 대한 상념
5. 작은 말은 비틀거린다
6. 쿠르트 게르버라는 한 인간
7. 쿠르트 게르버, 출석번호 7번
8. 실패로 가는 길은 고단하다
9. “수요일 10시.” 통속소설
10. 양 전선에 불어닥친 폭풍
11. 작은 말은 쓰러진다
12. 졸업시험
옮긴이의 말
저자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 (지은이), 한미희 (옮긴이)
출판사리뷰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독일 문학사의 고전이 되었다”
첫 출간 당시 나치 정부의 금서 판정,
학교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
*** 독일 학교 교과과정 선정도서!
*** 독일에서만 50만 부 판매!
*** 오스트리아 국가문학대상 수상!
*** 막스 브로트, 쿠르트 투홀스키 강력 추천!
***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꾸준히 읽히는 현대의 고전!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우리 중 한 사람에게
일어난다면, 그건 더는 개인의 일이 아니야.”
우리는 세상에 발을 딛기 전에 오랜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야 한다. 학교는 우리가 살고 활동하는 이 세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토어베르크의 소설은 똑똑하고 성숙하나 반항적인 학생 게르버의 학교생활 마지막 해를 그리며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세상은 세 가지 것에 근거한다. 바로 진리와 정의, 사랑이 그것이다.” 소설의 서두에 인용된 고대 이스라엘 랍비의 이 격언은 소설의 화두이다. 주인공 게르버는 학교와 실제 인생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주장이 틀렸다고 한다. 만약 아버지의 말이 옳다면 학교는 세상의 토대인 진리와 정의, 사랑이 있는 곳, 혹은 그것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과연 학교는 그런 곳일까? 작가는 교수의 견해에 좌우되는 학교의 성적 평가 방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비판은 그런 주관적 판단으로 한 사람의 미래를 판단하는 문제점에 대한 고발로 이어진다.
누가 ‘교수진’과 그의 ‘동료들’에게 수십 년 동안 한 사람의 존재를 규정할 권리를 보장했는가? 이 사람은 강한 앞발로 미래를 장악하고 아무 일 없을 거라고 하고, 반면 저 사람은 무너져 웅크리고 앉아 배가 난파되어 황량한 섬에 표류한 사람처럼 사방 삭막한 바다에 둘러싸여 냉혹하게 완결된 지평선을 필사적으로 바라보며 혹시 자비나 우연, 환영으로 불리는 하얀 점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리라고 하는 불가침의 일회적 판결을 내릴 권리를 대체 누가 그들에게 보장했는가?! _241쪽
게르버의 아버지는 학교와 실제 인생이 아무 관계가 없다는 아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만약 그가 옳다면 학교는 세상의 토대인 진리와 정의, 사랑이 있는 곳, 혹은 그것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졸업시험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간주하고, 교수가 절대 권력을 휘둘러 학생을 파멸시키고, 같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서로 돕기보다 경쟁하며 강자인 교수의 부당한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교는 진리, 정의, 사랑과 아무 상관이 없다. 토어베르크의 소설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정도는 다르나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 세상 모든 학생이 겪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1981년 볼프강 글뤼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프리드리히 토어베르크가 스물한 살 때 발표한 이 소설이 출간된 지도 어느덧 거의 90년이 넘었다. 장 아메리의 말처럼 “폭탄처럼 떨어진” 이 소설은 오늘날까지 강렬한 시의성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