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 문학의 대체 불가한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연구의 권위자, 오쿠노 다케오의 작품 해설 수록
* 전문 번역가 오유리의 매끄럽고 정확한 번역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인간 실격』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더불어 일본 근대문학의 양대 소설로 평가받으며 현재까지 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수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39세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그의 유작이자 대표작인 『인간 실격』에는 작가의 일생을 지배한 상실감과 소외감, 번뇌가 여실히 담겨 있다. 인간을 두려워하고 세상에 조화하지 못하는 한 고독한 젊은이의 혼란과 방황, 좌절과 파멸을 그린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우울과 불안에 빠져 있던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일으켰다.
다자이 문학 연구의 권위자이자 문예평론가인 오쿠노 다케오는 “패전 후 혼란한 시기를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한 사람에게 의지해 버텼다. 그는 청춘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라고 평했고, 『뉴욕 타임스』는 “인간의 나약함을 다자이 오사무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는 드물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주인공 요조를 통해 드러나는 여리고 예민한 감수성으로 인간 실존과 관계를 성찰하고 부조리와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좌절하는 불안한 청년의 모습, 지독한 방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순수와 믿음을 희구하며 인간과 세상에 구애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백은 7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독자의 가슴에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목차
■ 서문
■ 첫 번째 수기
■ 두 번째 수기
■ 세 번째 수기
■ 후기
□ 작품 해설
□ 옮긴이의 말
□ 다자이 오사무 연보
저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출판사리뷰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인간 실격』은 출간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며 회자되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이다. 1948년 잡지 『텐보展望』에 3부작으로 연재되었고 다자이는 연재가 끝난 지 한 달 후 다마강 상류에 몸을 던져 사망했다. 그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수차례의 자살 시도 끝에 39년이라는 짧은 생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소설은 신원불명의 화자가 등장하는 서문과 후기, ‘요조’라는 일인칭 주인공이 구술하는 세 편의 수기로 구성된다. 따라서 서문과 후기를 이끌어가는 ‘나’와 작품의 중심을 차지하는 수기 속 ‘나’, 이렇게 주인공이 둘이라 볼 수 있다.
서문에서는 화자 ‘나’가 한 남자의 사진 석 장을 보고 받은 기묘한 인상을 서술한다. 첫 번째 수기에서는 ‘요조’라는 인물이 ‘나’로 등장해 자신의 유년 시절과 집안 환경, 가족과 집안사람, 친구들에게조차 ‘우스운 행동’을 연기해야 하는 ‘나’의 번뇌와 고독을 묘사한다. 두 번째 수기는 부쩍 성장한 청년 시절 ‘나’의 모습과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방황하다가 약에 탐닉하는 혼란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 번째 수기는 그 혼란과 정서적 방황을 끊지 못한 채 결혼과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뒤 약물중독으로 결국 주인공이 완전히 폐인이 되고 마는 말기를 그렸다. 끝으로 서문에 등장했던 화자가 다시 등장해 수기 속 주인공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후기로 작품을 맺는다.
“나도 그릴 거야. 도깨비 그림을 그릴 거야. 지옥의 말을 그릴 거라고.”
다자이 오사무는 대표작 『인간 실격』을 통해 2차 세계대전 패배 후에도 여전한 인간의 에고이즘, 권력에 대한 탐욕, 악습, 위선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방황과 혼란 속에 파멸의 수렁으로 점차 빠져들어 가는 주인공 요조처럼 철저한 ‘자기부정’과 ‘자기파괴’를 시도했다. 이 때문에 작가의 실제 삶과 작품을 일치시켜 인공의 극치를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폐인’으로 묘사한 요조와 다를 바 없는 다자이의 기행(반복된 자살 시도, 약물중독, 복잡한 여자 관계, 정신병원 수용, 거액의 빚 등)으로 그와 작품이 더욱 화제가 되었으나, 작가와 작품의 문학성에 대한 논의와 평가는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진 면이 있다. 그러나 구성과 표현, 문학성 면에서도 『인간 실격』을 비롯한 다자이 문학을 살펴볼 여지가 많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자신의 불화로 인한 소외감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사회에 조화되려 ‘광대’를 자처해 연기하면서도 거듭 자살을 시도하는 요조를 감상적인 감정의 개입 없이 담담하게, 때로는 자조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감상과 평가를 강요하지 않고 개인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세계의 잔혹함,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상처와 생의 덧없음을 자연스레 마주하고 공감하게 한다. 이 책의 역자 오유리 번역가는 이 소설의 구성과 표현의 측면에서 탁월함을 논한다.
"인물과 사건, 흐름을 어떠한 감정 개입 없이, 철저히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부분과 이성과 자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수기 속 내용은 확연히 대조되며 당시의 대혼란과 냉혹한 사회, 그 소용돌이에 휩쓸렸을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며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조 기법은 소설 전반을 흐르는 그의 표현에서도 적용된다. 우리말로 번역하기 매우 낯설고 어려웠던 초장문(마침표 없이 대여섯 문장이 이어짐)의 표현 역시 작가가 인물의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는 정서와 당시 상황, 관계에 대한 몰이해를 간접적으로 강조하며 읽는 이들 또한 불안정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천재적인 표현법이 아니었나 짐작한다. 이에 반해 그가 정작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고 딱 떨어지는 말로 표현한 것은 쉼 없이 달려오던 술회(일생의 혼란) 끝에 심장마비와도 같이 딱 끊기는 표현으로 더 이상의 묘사 없이 현재 자신의 처지를 단답으로 특정한, 문장의 장단을 기막히게 구사하며 독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전략이었다고 본다. 읽으면서 이렇게 묘한 기분이 들었던 작품은 또 없지 싶다."
이처럼 작가는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수기’라는 형식을 빌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주인공의 사무치는 소외감과 고독, 두려움, 절망까지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또한 사랑과 진정성, 우정과 신뢰, 자유에 대한 작가의 갈망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소설 속 인물에 투사해 선연히 펼쳐 보인다. 작가의 이러한 문학적 의도와 노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작품의 새로운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속 바위 위에 내려앉은 마른 잎처럼”
시대와 세대를 넘어 현대인의 자의식에도 공명을 일으키는 작품, 『인간 실격』
『인간 실격』이 발표된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사회 상황과 우리의 일상생활 양식, 미디어 환경, 독자들의 감수성도 놀라울 만큼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자이 연구의 권위자 오쿠노 다케오는 이 소설의 매력이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대다수 비평가가 소설의 서문과 후기에 등장하는 ‘신원불명’의 ‘나’ 혹은 수기 속 화자이자 소설의 주인공인 요조와 다자이를 동일시하는 것, 또한 이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흔히 주인공과 다자이를, 나아가 독자 자신과 동일시하며 공감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어떤 시점으로 읽어도 의문이 남고, 어떤 문장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또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마치 다자이 오사무의 생처럼 미스터리한 점이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다자이가 세상 사람들 눈에 광인으로 낙인찍힌 사회부적응자,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 정의 내린 주인공 요조를 통해 과연 진정한 광인, ‘인간 실격’은 누구인지 이 작품을 읽는 독자에게, 사회에 질문을 던진 것이라 주장한다.
2차 세계대전 후 격변의 시기를 겪으며 사회시스템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삶의 방식이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을 매도하고,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삶은 인정받지 못해 우스갯짓을 연기해야만 연명할 수 있는 사람들의 암울한 현실을 다자이는 소설 속 주인공 요조의 ‘무력감’과 ‘비저항’을 통해 역설적으로 비판하고자 했다.
인간 실존과 인간관계의 다양한 고민, 부조리와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상처받고 좌절을 거듭하는 불안한 청년의 모습은 비단 이 소설 속 인물, 아주 먼 과거에 외떨어져 존재했던 특수한 상황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여전히 수많은 독자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