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만화로 읽는 프랑스 문학의 고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알려졌지만, 그 구성과 내용의 난해함으로 뭇 독자들의 사기를 꺾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얽히고설킨 텍스트의 미로를 이미지로 풀어 줄 안내자, 스테판 외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매료되어 이를 만화화하는 일에 착수한다. 그는 만화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품 전체를 열네 번이나 정독했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리를 돌아다니며 건축물을 비롯한 풍경을 스케치했다. 또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사료를 연구하여 고증에도 힘썼다.
만화가는 프루스트가 생전에 원고를 끊임없이 고치고 첨삭을 거듭하며 확장하듯 글을 쓴 것과는 달리, 만화책이라는 구획된 공간에서 원문의 텍스트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이중의 제약 속에서 작업했다. 게다가 만화본은 원작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생략하는 만화가의 판단도 들어가 그 자체로 외에의 또 다른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만화가의 작품 해석과 의중을 되짚는 재미가 있고 서술 단위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바뀌어서 작품을 속도감있게 감상할 수 있다.
목차
역자해설?끝없는 여정
역주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II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지은이), 스테판 외에 (그림), 정재곤 (옮긴이)
출판사리뷰
만화로 읽는 프랑스 문학의 고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하는 고전으로 알려졌지만, 그 구성과 내용의 난해함으로 뭇 독자들의 사기를 꺾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소설을 읽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만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얽히고설킨 텍스트의 미로를 이미지로 풀어 줄 안내자, 스테판 외에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매료되어 이를 만화화하는 일에 착수한다. 그는 만화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품 전체를 열네 번이나 정독했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파리를 돌아다니며 건축물을 비롯한 풍경을 스케치했다. 또 당시 생활상을 담은 사료를 연구하여 고증에도 힘썼다.
만화가는 프루스트가 생전에 원고를 끊임없이 고치고 첨삭을 거듭하며 확장하듯 글을 쓴 것과는 달리, 만화책이라는 구획된 공간에서 원문의 텍스트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이중의 제약 속에서 작업했다. 게다가 만화본은 원작의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생략하는 만화가의 판단도 들어가 그 자체로 외에의 또 다른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만화가의 작품 해석과 의중을 되짚는 재미가 있고 서술 단위가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바뀌어서 작품을 속도감있게 감상할 수 있다.
스테판 외에는 십이 년에 걸쳐 열두 권의 만화책으로 옮길 계획을 수립하고 작업을 시작했으나, 원작에 없는 분권(分卷)이 빈번히 이뤄지고 작업 속도도 더뎌 독자로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그래도 만화가가 만화의 구성이나 삽화의 완성도를 높여 가고 있기에 이를 위안 삼는다. 만화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국어판은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1999)를 시작으로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2000),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2002),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I』(2007),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II』(2009), 『스완네 집 쪽으로?고장의 이름: 이름』(2014),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I』(2020), 그리고 이번에 나온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II』(2022)까지 모두 여덟 권이 출간되었다. 여기에 원작 제1권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한 권에 묶은 합본 개정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스완네 집 쪽으로』(2021)가 별도로 나왔고, 원작 제2권에 해당하는 합본 개정판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가 머지않아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권은 원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두번째 권인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중에서도 제1부인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 후반부에 해당한다. 일찍이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의 제2부에 해당하는 「고장의 이름: 고장」이 원작 순서와 상관없이 각각 2000년, 2002년에 나왔고 이 년 전에 「스완 부인의 주변에서」의 전반부가 출간되었는데, 이번 8권으로 만화본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가 이십삼 년 만에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프루스트가 이 작품으로 공쿠르상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외에가 이번 권을 마무리할 때쯤 프랑스한림원에서 수여하는 에르베 들뤼앙상(Grand Prix Herve Deluen)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예술과 사랑, 젊은 날의 초상
이번 권에서는 사춘기의 마르셀이 삶과 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스완 부부는 마르셀이 자신들의 딸 질베르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 일정 대부분에 그를 동행하게 한다. 그렇게 마르셀은 본격적으로 스완네를 드나들며 정서적으로는 질베르트와 밀고 당기는 사랑을 주고받고, 예술 면에서는 베르고트와 교류하며 본격적인 사교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다진다. 무엇보다도 문학 방면의 중요한 멘토 역할을 수행할 베르고트와의 만남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는데, 이 만남을 통해 마르셀은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되돌아본다. 그는 작품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겉모습은 모름지기 일치할 수 없음을 깨달으면서도, 천재적인 작품과 작가를 탄생케 하는 것은 무엇일지 되묻는다. 이러한 대목에서 사춘기의 마르셀이 내면에서 정답이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고 또 그에 대답해 보며 작가로서의 여정에 한 걸음 내딛는 것을 볼 수 있다.
베르고트와의 만남 뒤에 마르셀은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펼치는 데 튼튼한 기반을 닦았다고 여기며 의기양양해진다. 하지만 그의 젊은 날을 지탱하던 다른 축 하나가 흔들리게 된다. 마르셀이 질베르트와의 관계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그와 거리를 둔다.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애쓰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담과 무소식 그리고 관계의 악화뿐이라서 결국 둘의 관계를 정리할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이러한 결단 후 마르셀은 점차 사랑이란 것이 오해와 상상, 착각과 가능성으로 얽히고설킨 것임을 알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르셀은 스완 부인과의 관계는 끊지 않는다. 언뜻 보기에 마르셀의 말과 행동은 질베르트를 의식한 행동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완 부인을 향한 연모의 감정을 남몰래 키우며 사교계의 면면을 관찰하기 위해 오히려 스완 부인이 주최하는 살롱이나 식사 모임에 열성껏 참여한다.
이렇듯 마르셀은 작가로서 자의식을 다지면서도 사랑과 이별이 교차하며 겪은 감정의 굴곡도 거뜬히 견디며 점점 성숙한 예술가로 성장해 간다. 이번 권을 봄이 찾아오는 것으로 끝맺음으로써 공백의 시간을 두는 배치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어지는 이야기 「고장의 이름: 고장」(원작 두번째 권의 후반부로, 만화본으로는 2, 3권에 해당)에서 마르셀은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고 파리에서 발벡으로 떠나게 된다. 시공간적으로 차이가 있는 그곳에서 마르셀은 ‘활짝 핀 아가씨들’, 특히 알베르틴에 시선을 빼앗기고 화가 엘스티르와 교제하며 예술에 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이러한 의도적인 배치는 마르셀이 예술가로서 거듭나기 위한 시행착오들과 자신을 ‘거울’처럼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