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운경 이재형
‘운경 정치학’에서 한국 정치의 미래를 찾다
『운경 이재형의 생애와 정치역정』은 이재형 국회의장 서거 3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연구원이 기획하고 운경재단이 엮은 이재형에 관한 정치학 연구서이다. 오늘날 심각하게 분열하는 한국 정치 현실의 대안으로 격동의 현대사 속에서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한국 민주주의 품격을 높인 선비 정치인 운경 이재형을 재조명했다. 전기학적(傳記學的) 분석을 통해, 1948년 제헌의원에 당선된 후부터 1988년 6공화국 출범 후 은퇴하기까지의 정치역정을 한국 정치사의 큰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고찰했다. 이로써 한국 정치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동시에, 이재형의 경륜과 지혜를 미래 정치의 길잡이로 삼고자 했다. ‘운경 정치학’의 본격적인 탐색인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치사 연구의 권위자인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신복룡 건국대 명예교수,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강원택 서울대 교수 등 한국 대표 정치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했다. 이재형의 정치 인생과 함께 한국 현대 정치의 성장사를 기록한 이 책은 정치학 연구자뿐만 아니라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이 한국 정치사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목차
운경 이재형 선생 연보 6
발간사 / 강창희운경재단 이사장 9
서문/ 손열동아시아연구원장 13
제1장 총론: 운경 이재형의 정치역정과 노선 / 심지연
1. 머리말 17
2. 농지개혁 지지와 경제개발계획 수립 19
3. 정책질문서 작성 22
4. 싱크탱크 창립과 3선개헌 반대 26
5. 5공 참여와 대통령직선제 관철 32
6. 맺음말 35
제2장 제1공화국: 격랑의 물밑은 고요히 흐른다 / 신복룡
1. 1950년대의 시대적 배경: 신생공화국의 탄생 39
2. 왕가 종손으로서의 엄숙주의 43
3. 중도노선 앞에 넘치는 파고(波高) 56
4. 식민지 유산과 중농주의 사이에서 86
5. 전시경제와 자본주의의 고뇌 123
6. 카리스마 정치와 민주주의의 갈등: 4.19혁명 140
7. 정치사적 의미: 제1공화국과 이재형에 대한 평가 167
제3장 제2공화국: 장면 내각 출범에 기여하다 / 심지연
1. 시대적 배경과 이재형의 활약 171
2. 7.29선거와 민주당 내분 178
3. 민정구락부 결성과 장면 내각 출범 190
4. 민주당 분당 200
5. 5. 16과 정치활동 중단 216
6. 정치사적 의미: 제2공화국과 이재형에 대한 평가 224
제4장 제3공화국: 야당 지도자의 길을 걷다 / 김용호
1. 시대적 배경: 권위주의 정권, 근대화, 냉전 229
2. 군사정부와 이재형의 정치활동 240
3. 6대 국회에서 이재형의 원외 정치활동 257
4. 7대 국회에서 이재형의 원내 정치활동 273
5. 신민당 당수 경쟁과 새로운 정치적 선택 306
6. 정치사적 의미: 제3공화국과 이재형에 대한 평가 333
제5장 제5공화국: 격동의 시대에 부름을 받다 / 강원택
1. 민주정의당 창당과 정치 재개의 배경 339
2.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으로서의 민주화 노력 363
3. 12대 국회 국회의장으로서 의회 정상화 기여 385
4. 정치사적 의미: 제5공화국과 이재형에 대한 평가 404
부록: 운경 이재형의 〈한국정치〉 게재 원고
1. 회지 〈한국정치〉를 내면서 407
2. 가변환율의 불가변 408
3. 부익부 빈익빈의 조세정책 411
4. 3선개헌 반대의 논리 423
5. 우리는 왜 3선개헌을 반대하는가? 438
6. 세계여행을 다녀와서: 법주사 야외강좌 현장에서 442
참고문헌 449
연구진 약력 456
저자
운경재단
출판사리뷰
전기학적 정치 분석으로 한국 정치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다
『운경 이재형의 생애와 정치역정』은 운경 이재형 선생(雲耕 李載灐, 1914~1992)의 정치 활동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는 정치학 연구서이다. 이 책의 기본적 시각은 이재형이 정치의 주체이자 객체라고 보는 것이다. 그는 정치 지도자로서 자신의 소신대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체인 동시에 거대한 정치 과정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동적 객체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제1공화국 제헌의원 시절부터 제5공화국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환경에서 이재형이 어떤 이념과 노선을 견지했는지. 누구와 어떤 정치를 펼쳐 나갔는지 시대별로 분석한다. 새로운 사료를 통해 한국 정치의 명암을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들을 검토하고 재평가한다. 그리고 그의 정치역정이 시대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으며, 오늘날의 정치 현실에는 어떤 교훈과 함의를 주는지 모색한다. 나아가 새로운 시대에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향후 한국 현대사에 관한 논의를 보다 깊고 넓게 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시기의 정치를 연구한 기존 문헌은 대부분 정치체제, 정권, 정치조직 차원의 거시적 분석이 많고, 정치인에 초점을 맞추어 정치 과정을 분석한 미시적 연구는 찾기 힘들다. 이 책은 이러한 공백을 메우며, 전기학적 정치 분석(biographical political analysis)을 통해 한국 정치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의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에서 직선제 개헌까지, 운경 이재형의 정치를 재조명하다
운경 이재형 선생이 일선에서 활약하던 1948년 제헌의회 시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 정치는 실로 파란만장했다. 그 격동의 세월 동안 이재형은 선비정신과 법치주의에 바탕한 민주주의를 이끌며 국민 복리를 증진시키고자 노력했다.
정부수립 과정에서 이념대립으로 혼란했던 시기에 이재형은 농지개혁을 지지했고, 한국전쟁 중에는 국가재건을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경제 발전을 위해 애썼다. 1960년 4. 19혁명 후에는 시국 안정을 위해 진력함으로써 제2공화국의 순조로운 출범을 도왔고, 7. 29선거 이후에는 무소속 의원들을 규합하여 장면 내각을 출범시키는 데 기여했다.
군사 쿠데타로 장면 내각을 타도하고 정권을 장악한 공화당이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해 3선개헌을 추진하자, 이재형은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공화당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는 선명노선을 견지했는데, 이로 인해 유화노선을 걷는 신민당 지도부와 적지 않은 갈등을 겪었고, 결국 정계를 은퇴했다.
정계 은퇴 이후 이재형은 1979년 10. 26 사건 이후 신군부가 정권을 장악하자 종래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1980년 신군부가 만든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의 대표위원에 추대됨으로써 종래 야당의 신분에서 여당의 신분으로 변신,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신군부와의 갈등 속에서도 그는 1987년 6. 29 민주화선언을 비롯하여 대통령 단임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민주 회복이라는 역사적 소임을 마무리했다.
이와 같이 이재형은 현대사에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치력을 발휘하여 한국 정치가 정상 궤도로 진입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의 기여가 있었기에 민주적 절차가 도입될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에서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합리적 보수 정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