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뷔를레스크 장르의 선구자, 폴 스카롱의 걸작 최초 번역
희극과 소설의 절묘한 결합으로 소설의 역사를 새로 쓰다
17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뷔를레스크 장르의 대가 폴 스카롱을 대표하는 최고의 걸작 『희극적 소설』이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당시 프랑스 문학계에 큰 화제를 일으켰던 뷔를레스크는 패러디의 한 장르로 고상한 것을 저속하게, 진지한 것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이를 풍자하고 웃음을 유발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어느 유랑극단의 단원들이 지방 각지를 전전하며 가는 곳마다 소란을 일으킨다. 일상이 난장판의 연속인 그들 앞에 납치, 결투, 모험과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작품 중간마다 등장인물이 들려주는 과거이야기, 4편의 스페인 단편이 치밀하게 연결되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전까지 서로 대립적인 개념으로 인식됐던 ‘희극적’ 요소와 ‘소설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함으로써 즐거움과 충격을 선사한 이 작품은 소설 장르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된다.
목차
옮긴이 머리말 5
보좌사제께 15
제1부
1. 어느 극단이 르망시에 도착하다 19
2. 라 라피니에르 씨는 어떤 사람 23
3. 연극의 참담한 성공 27
4. 라 라피니에르와 그날 밤 그의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 31
5. 대수로운 내용이 없음 35
6. 요강 사건. 라 랑퀸이 여관에서 심술궂은 사건을 일으킨 밤. 극단 일행의 도착. 도갱의 죽음과 기억할 만한 다른 일들 41
7. 들것 사건 48
8.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몇 가지 53
9. 보이지 않는 연인의 이야기 58
10. 라고탱의 손가락에 살대는 어쩌다 생겼는가 83
11. 여러분이 애써 읽으면 눈에 보이는 것 90
12. 야밤의 결투 97
13. 앞 장보다 더 긴, 데스탱과 레투알 양의 이야기 105
14. 동프롱 사제의 납치 129
15. 여관에 등장한 돌팔이 의사. 데스탱과 레투알의 계속되는 이야기. 세레나데 135
16. 연극 공연, 그리고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것들 174
17. 라고탱의 예의 때문에 벌어진 안 좋은 결과 180
18. 데스탱과 레투알 이야기의 후속편 184
19. 시의적절한 몇 가지 고찰. 라고탱의 새로운 불행과 여러분이 읽을 다른 것들 199
20. 이 책의 가장 짧은 장. 비틀거리는 라고탱의 후속편과 로크브륀에게 일어난 유사한 일 206
21. 아마 그다지 재미없을 장 209
2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214
23. 배우들이 연극을 공연하지 못한 뜻밖의 불행한 사태 241
총감 부인께 249
제2부
1. 나머지 장의 도입 역할만 하는 장 255
2. 장화 259
3. 라 카베른의 이야기 265
4. 르 데스탱, 레앙드르를 만나다 280
5. 레앙드르의 이야기 284
6. 주먹 난투극. 여관 주인의 죽음과 기억할 만한 다른 것들 290
7. 불신에 이어 공포에 사로잡힌 라고탱. 시신의 모험. 난투극과 이 진실한 이야기에서 다룰 만한 다른 놀라운 사건들 296
8. 라고탱의 발에 얽힌 일 306
9. 라고탱의 또 다른 불행 314
10. 유혹을 이기지 못한 부비옹 부인은 어쩌다가 이마에 혹이 났을까 318
11. 2부에서 가장 재미없는 내용들 325
12. 아마 앞 장만큼이나 재미없을 장 333
13. 라 라피니에르 씨의 못된 짓 339
14. 자신의 소송 사건의 재판관 345
15. 라 라피니에르 씨의 뻔뻔함 387
16. 라고탱의 망신 392
17. 땅딸보 라고탱과 키다리 라 바그노디에르 사이에 일어난 일 403
18. 제목이 필요 없는 장 411
19. 경쟁하는 두 형제 414
20. 라고탱은 어쩌다가 잠이 깼을까 448
옮긴이 해제 451
폴 스카롱 연보 458
지은이ㆍ옮긴이 소개 469
저자
폴 스카롱 (지은이), 곽동준 (옮긴이)
출판사리뷰
뷔를레스크의 선구자 폴 스카롱, 드디어 한국에 소개되다.
프랑스 뷔를레스크 장르의 선구자 폴 스카롱(Paul Scarron, 1610~1660)의 대표작《희극적 소설》이 번역 출간되었다. 뷔를레스크는 패러디의 한 장르로 고상한 것을 저속하게, 진지한 것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여 이 양자를 대조시킴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고, 이를 희화화함으로써 야유하고 풍자한다. 이러한 뷔를레스크 장르는 당시 귀족의 세련된 취향과 재치를 극단적으로 추구했던 프레시오지테와는 상반된 특징으로 서민대중과 지식인, 심지어 귀족들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저자 폴 스카롱은 17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뷔를레스크 장르를 태동하고 유행시킨 거장이다.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우스꽝스러움, 희화화, 풍자, 패러디, 조롱 등 장르 특유의 기법을 성공적으로 문학작품에 녹여냈다고 평가된다.《희극적 소설》은 1651년 1부, 1657년 2부가 출간됐지만 스카롱의 죽음으로 끝내 완성되지 못한 스카롱의 대표작이다. 프랑스문학 전공자로 10여 편 이상의 번역서와 다수의 연구성과를 발표한 곽동준의 전문적인 번역을 거쳐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서술구조
《희극적 소설》은 소설의 주인공인 한 유랑극단이 지방 각지를 전전하며 가는 곳마다 소란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상이 난장판의 연속인 그들 앞에 납치, 결투, 모험과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소설의 서술방식은 놀랄 만큼 독특하고 파격적이다. 유랑극단의 배우인 르 데스탱과 레투알이나 자신의 페르소나인 라고탱 등 등장인물들에게 일어난 모험을 화자가 이야기하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화자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배우들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스페인 단편소설 4편이 삽입되어 등장인물이 이를 낭독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에서도 이야기는 전체적인 짜임새를 갖추고 중심 이야기와 수많은 곁가지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고 포개지면서 사슬처럼 연결되어 내용을 풍성하게 만든다.
이처럼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소설 속의 소설 등으로 이루어져 서사의 복합적 의미를 만드는 서술구조, 즉 미자나빔(Mise en abyme)은 오늘날 거의 모든 예술의 미학적 원리가 되었지만,《희극적 소설》이 출간된 17세기 중반에는 대단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이었다. 스카롱은 선구적인 형태의 미자나빔 방식을 치밀하게,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문학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희극과 소설의 절묘한 결합
《희극적 소설》은 17세기 중반 이전에는 서로 대립되는 개념으로 이해됐던 ‘희극적 이야기’와 ‘소설’을 성공적으로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스카롱은 이 책에서 유랑극단 배우들의 현실을 패러디한 ‘희극적’ 요소와 현실을 환상적으로 보려고 한 ‘소설적’ 요소를 융합하고자 시도한다. 아무리 세속적이고 보잘것없는 현실도 소설의 제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예기치 못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가장 자유분방한 상상력 속에서 소설은 항상 삶을 비춰 볼 수 있는 진실을 담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스카롱은 서민이나 하층민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고, 그들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거칠고 저속한 언어와 난폭하고 상스러운 행동을 현실처럼 생생하게, 그러나 익살스럽게 그려내며 이야기를 희극적으로 서술해 웃음을 자아낸다. 한편, 전통적인 소설처럼 납치, 변장 등 주인공들의 온갖 우여곡절로 이야기의 줄기를 형성한다. 스페인 단편들에서는 외형상으로 사건과 아무 관계가 없는 귀족 부인들이나 대영주들처럼 가난한 시골 배우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당시 생경했던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을 배경으로 적극 활용하며 허구 세계에 대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카롱은 이렇게 한 작품 내에서 희극적 이야기와 전통 소설의 요소를 절묘하게 융합하며 자신의 창의성과 과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냄으로써 소설이라는 장르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