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집트 신화의 비밀을 파헤쳐 ‘참 나’를 찾는 구도(求道) 소설
인위적인 명명(命名), 창작된 신화(神話) … 실재가 아닌 허상인데도 인간을 지배
『여신』, 『소설 서재필』, 『개마고원』, 『은빛 까마귀』 등 웅대한 스케일의 장편소설들을 발표해 온 고승철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이번에는 ‘신화 세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탈바꿈을 꾀하는 장대한 드라마를 가지고 독자들과 만난다. 수천 년 전 파피루스에 씌어진 문서에는 어떤 비밀이 들어있는가? 고대 상형문자 해독이 취미인 천재 건축가 임호택은 아프리카 튀니지의 복합 리조트타운 설계를 의뢰받고 리비아로 향하던 중 사고를 당하고, 우연히 이집트로 넘겨져 이집트 신화가 기록된 문서 해독을 강요받는다. 문서는 작성자인 이집트 왕이 자신은 인간이며 단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신을 참칭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해, 지동설 등 인류 문명사를 새로 써야 할 만큼 놀라운 내용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작가는 이집트 신화를 소재로 인간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을 만들어 내고, 그 신의 손 안에서 ‘죽음’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역설을 발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오늘날 우리 삶의 의미를 묻는다.
목차
작가의 말 세계를 흔들겠다는 담대한 기상으로 7
프롤로그 15
호박꽃 사건 21
제르바…지중해의 작은 섬 69
동굴 속의 현자 101
네페르티티 왕비 141
아툼의 목소리 175
신화 백일장 223
에펠탑을 폭파하라 263
‘참 나’를 찾아서 283
에필로그 313
이집트 기행문 파라오의 황금시대를 찾아서 317
저자
고승철 (지은이)
출판사리뷰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를 배경으로 광대한 시공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 스토리
한국인 천재 건축가 임호택은 지중해에 떠 있는 튀니지령 제르바섬의 복합 리조트타운 설계를 의뢰받고 제르바로 향한다, 요트를 타고 지중해를 누비겠다는 오랜 열망을 이루기 위해 부푼 마음으로 제르바에서 리비아의 트리폴리행 요트를 탄다. 하지만 요트에서 강도를 당한 그는 바다에 뛰어들어 가까스로 목숨은 건지지만, 마약 밀수선에 옮겨 타 이집트 경찰에 체포된다. 여권에 끼워진 상형문자 해독표 때문에 취미가 상형문자 해독임을 알아챈 경찰은 그를 이집트 파라오 아멘호텝 3세를 자칭하는 노인에게 넘기고, 낯선 곳에 감금된 그는 람세스 대왕의 왕비인 네페르티티로 불리는 그 노인의 딸과 5천 년 전 기록된 희귀문서의 해독을 강요받는다. 그 문서에는 이집트 신화에 관한 놀라운 내용으로 가득한데….
신(神)과 인간의 관계를 서술한 이집트의 희귀 고(古)문헌을 해독한
한국인 천재 건축가의 치열한 지적 오디세이
아툼이라는 이름의 왕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그 문서는 아툼 신의 권위를 이용하려는 왕이 자기 이름을 그렇게 붙이고, 자신이 인간이며 단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신을 참칭했다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고대 이집트 신화가 만들어진 과정, 상형문자 창제 경위, 후세 세계에 대한 전망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먼저 조상이 알아낸 자연 이치부터 너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옛날 옛적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겁고 단단한 물질이 대폭발을 일으켰느니라. 그 물질은 한없이 팽창하면서 불덩어리 알갱이로 흩어졌지.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불덩어리 알갱이가 바로 별이다. 태양, 달, 지구도 별의 하나일 뿐이다. 태양은 불덩어리 성질이 여전히 남아서 지금도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달은 차갑게 식었다. 지구는 적당히 식어 생명체가 살 만하게 되었다. … 해가 뜨고 지는 것은 태양신이 지하세계로 갔다 왔기 때문이 아니다. 지구가 태양을 보며 하루에 한 바퀴 빙 돌기 때문이다. 저녁에 달이 뜨고 새벽에 달이 지는 것은 달이 지구를 보며 돌기 때문이다.”
이 수기가 사실이라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고, 인류 문명사를 새로 기술해야 할 대(大)사건이다. 임호택은 고문서 해독본을 읽을수록 ‘아툼이라는 저자가 어떻게 5,500여 년 전에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아함으로 경악하고, 문서는 점점 내용을 소화하기에 너무나 벅차 지쳐만 간다. 더욱이 이 문서의 저자 아툼이 지동설(地動說)을 설파했으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과학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으로 혼란스럽기만 한데 ….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나? 영혼이 명계(冥界)로 가서 영원한 안식을 취한다고? 지상에서 죄를 많이 지으면 지옥에 간다고? 이런 이야기 역시 인간들이 지어냈다. 검증할 수 없으니 사후(死後)세계에 대해 상상력으로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몄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이승의 행동에 대해 사후에 심판하는 절차가 없다면 사람들이 이승에서 아귀다툼을 벌이기 십상이므로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니라.”
삶이 괴롭고 죽음이 두려운 이에게 들려주는 진실의 힐링 메시지
작가는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고대 이집트 신화를 통해 풀어내며, 오늘날 우리 삶의 의미를 묻는다. 인간은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을 만들어 내고 그들이 만들어 낸 그 신의 손 안에서 ‘죽음’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역설….
작가는 소설 말미에 이집트 기행문을 싣고 뿌연 사막먼지 속에 우뚝 솟은 이 장대한 돌 더미의 의미를 묻는다. 결국 인간이 막막하고 황량한 사막에서 엄습하는 공포심을 떨쳐버리려 거대한 축조물을 만들지 않았을까, 사람의 손길이 닿은 인공구조물이 그래도 신비 속의 대자연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고. 하여 바빌론에서는 바벨탑을 쌓아 올렸고,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축조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