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난의 역사에 살아남은 가족의 슬픔과 희망
백두산을 중심으로, 하나의 가족사를 통해 풀어낸 민족의 이야기
197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상렬의 소설집, 『백두산 아리랑』이 출간되었다.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 중 일곱 편은〈백두산 아리랑〉연작이다. 피어린 지난 세월의 한 가족사를 통해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담았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물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자 애쓰는 ‘나’의 모습을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연작에 이어 작품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 〈하루살이〉는 김상렬 작가가 가장 최근에 집필한 작품으로, 전두환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한 소설가의 회상을 통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미소 분할 점령시대, 참혹한 6·25전쟁, 군사독재와 민주화 열풍에 따른 탄압까지. 역사의 비극 너머 저마다의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가족 구성원이 품고 있던 이야기를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한 편, 한 편 이어지는 연작에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냈으며,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 쓴 아름다운 문장 역시 주목할 만하다.
목차
작가의 말
소설의 재미와 오늘의 시대정신을 위해 5
백두기행
1991년, 죽竹의 장막을 걷다 11
조선여자
1993년, 서울의 꿈 55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라
2005년, 사할린 별곡 111
식민지의 눈물
2005년,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175
하늘연못에서의 하룻밤
2012년, 사랑하는 살별들 229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들
2021년, 다시 하늘연못에서 257
무서운 꽃비
2032년, 코리아민주연방공화국 285
하루살이 325
저자
김상렬 (지은이)
출판사리뷰
한국 현대사를 탄탄하게 담아낸 ‘이야기의 힘’
197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 김상렬의 소설집, 『백두산 아리랑』에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 중 일곱 편은 「백두산 아리랑」연작이다. 피어린 지난 세월의 한 가족사를 통해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담았다.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물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자 애쓰는 자식의 모습을 통해 민족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연작에 이어 작품집의 마지막을 장식한 단편, 「하루살이」는 김상렬 작가가 가장 최근에 집필한 작품으로, 전두환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한 소설가의 회상을 통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가족의 역사를 담아낸 작품인 만큼, 집필 과정에도 긴 시간이 걸렸다. 김상렬 작가는 1991년 초가을에 백두산을 다녀와서 1993년 3월 『현대문학』에 중편 「백두기행」을 발표한 이후, 거의 30년이 지난 2019년 여름에야 연작의 마지막편인 「믹스커피 마시는 사람들」과 「무서운 꽃비」를 마쳤다. 기자로 일하는 주인공,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사할린에 살던 큰아버지를 비롯해 각각의 가족 구성원이 품고 있던 이야기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한 편, 한 편 이어지는 연작에서 흥미진진하게 풀려나간다. 탄탄한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민족이 겪은 비극적 현대사의 애환을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수난의 역사를 겪은 민족을 위한 헌사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작품집의 의미를 ‘선대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규정했다. 「백두산 아리랑」연작의 첫 작품, 「백두기행」은 압록강변의 고향 땅을 떠나온 아버지 대신 그 아들이 백두산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 가족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겪은 사람들, 이념 갈등으로 인해 오해받아 죽어간 사람들,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식 세대의 관점에서 그려진다. 역사의 비극은 그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고 커다란 흉터를 남긴다. 비극적 사건 뒤에는 저마다의 그리움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이 연작소설은 그들의 아픔을 대신 해소하기 위한 이야기이다. 작품 속에서는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부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해 그려낸 2032년까지, 거의 한 세기에 이르는 시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널뛰듯 뒤섞여 펼쳐진다. 저자는 「백두산 아리랑」 연작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찾고 아버지가 고향 땅에 잠들 수 있도록 애쓰는 ‘나’의 행보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그려냈다. 그에 더해 마지막 작품인 「하루살이」에서 군사독재와 민주화 운동까지 담아내면서, 이 작품집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름다운 우리말 표현들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을 뜻하는 생게망게, 몸이 야위고 파리하다는 뜻의 강파르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을 뜻하는 발밤발밤…. 작가 김상렬의 소설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순수한 우리말을 살려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여느 책에서 마주하기 어려워진 표현들이 한 페이지에도 몇 번씩 등장한다. 누군가에게는 반갑고 누군가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이 단어들은 문장들 사이에서 생생하게 기능하며 말맛을 더한다. 작가의 풍부한 어휘와, 이를 그대로 살려내는 필력은 그 소중함과 기꺼움을 아무리 상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우리말 표현을 살리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와 민족 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담아내며 회복을 꿈꾸고 상처를 위로하는 작품의 내용과도 조화를 이룬다. 슬픔과 한을 담아 노래로 승화한 「아리랑」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어 불리듯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잊혀져가는 우리말은 세월을 거슬러 되살아 날 것이다. 우리 역사와 우리말을 깊이 있게 파고 든 저자의 시도에 담긴 의중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눈 맑은 독자에게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