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참 다른 우리의 남다른 죽음 이야기
시한부 시아버지와 함께한 6개월의 시간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출간 전부터 기성 작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수작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가 출간된다. “비의료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 사회의 의료 현장과 현실을 훌륭한 필력으로 묘사했다(정현채)”라는 평을 받은 이 책에서 작가는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의 보호자로서 간병 시작부터 임종까지의 과정과 그 시간을 통해 느낀 다양한 감정을 가감 없이 써 내려갔다.
성별도, 세대도, 살아온 시간과 방식도 다른 86년생 며느리와 39년생 시아버지. 죽음 앞에서도 그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흔치 않은 환자와 보호자 관계로 인해 함께하는 매 순간이 세대 차이를 깨닫는 시간이자 예측할 수 없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작가는 좌충우돌 시한부 보호자 생활을 덤덤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로 그려내며 위로와 함께 조언을 건넨다. 또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혼과 임신, 일찍 시작된 엄마의 삶 그리고 시아버지의 병간호로 인한 경력 단절 등 한 여성의 삶의 궤적을 함께 걷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이내 죽음은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닫는다. 인생은 숱한 선택의 연속이고 죽음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도 병원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작가는 그들과 다름없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또 누군가는 겪게 될 우리 곁에 늘 함께하는 죽음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부족하고 서툰 보호자였지만 다시 돌아가도 그때가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우리에게 각자가 맞이할 ‘최선의 죽음’을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목차
추천의 글1 / 프롤로그 / 1 천국과 지옥의 회색 지대 / 2 열 손가락의 상대성 이론 / 3 보호자답지 않다 / 4 항암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 5 섬망 / 6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 7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 / 8 한강의 주역 vs 현대판 시시포스 / 9 스위트홈 말고 스위트룸 / 10 마지막은 팬티 / 11 Quantity or Quality-of-Life / 12 드라마가 아닌 건 아는데요 / 13 후회도 선택할 수 있나요? / 14 죽음 후에 남는 것들1 / 15 죽음 후에 남는 것들2 / 에필로그 / 추천의 글 2
저자
정재희
출판사리뷰
★유진목 시인·송정림 작가·정현채 교수 추천★
“끝끝내 도착한 죽음이 삶에 무엇을 남기는지 곁에서 알려주는 책이 여기 있다.”_유진목
“몇 번이고 가슴이 먹먹하고 눈 밑이 젖어 들었다. 중간중간 웃음이 고였다.”_송정림
“보호자에겐 위로를, 의료인에게는 성찰을 전하는 아주 의미 있는 책이다.”_정현채
아내, 엄마, 며느리 그리고 보호자
“무엇보다 내 삶에 내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가장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챙기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는데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계속 무언가를 요구받는 것이 괴로웠다.” (p.55)
우리는 저마다 인생이라는 무대에 서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문득, 내 무대에서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엑스트라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작가는 한때 자신의 삶에 결혼도 아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단한 삶이었지만 요행을 바라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곧바로 아이가 생기면서 임신, 출산, 육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엄마가 되었다는 축복보다 경력 단절로 인해 생긴 우울함이 더 컸고 그 사실이 아이에게 미안해서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를 돌보면서 능력껏 일하고 돈 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꿈꾸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또다시 가로막혔다. ‘시한부 시아버지의 병수발’이라는 벽에. 시누이들이 있었지만 남편은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은 그 아들의 아내라는 이유로 남다른 책임감이 필요했다.
작가는 아내, 엄마, 며느리 그리고 보호자라는 이름을 짊어진 채 자신이 빠진 자신의 삶에서 방황한다. 그러나 누구와도 다르고 싶고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름의 방식대로 상황을 헤쳐 나간다. 삶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고, ‘~답다’라는 것에서 벗어나 나를 잃지 말자고 이야기하면서.
보호자의 A to Z, 그 생생한 기록
“환자의 보호자로 살아가며 모든 일에 감정을 쏟는 것도 힘들지만 이렇게 점차 무감각해져 가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훨씬 더 서글픈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112)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마주할 때 앞서 경험한 누군가의 기록이 없다면, 꽤 막막할지도 모른다. 췌장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39년생 시아버지와 그를 모시는 86년생 며느리. 이 책은 흔치 않은 환자와 보호자 관계에서 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최초로 담아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수술 동의서에 사인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작가는 뼈아픈 경험으로 알게 된다. 법적인 보호자와 실질적인 보호자의 차이가 깊이 와닿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보호자 역할의 진짜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작가는 특유의 솔직함과 재치 있는 필체로 써 내려갔다. 고통스러웠던 기억부터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삶에 희로애락이 있듯 삶의 끝에 있는 죽음에 다가가는 과정에도 어둠만 있는 건 아니었다고 말한다. 또한 의사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 환자와 보호자, 항암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의 의미, 보호자 생활을 하며 겪은 트라우마 등 여러 일화를 통해 독자가 막연히 알고 있었던 보호자 생활을 보다 생생히 전한다. “내가 느꼈던 막막함과 시행착오를 아직 경험 없는 누군가가 필요 이상으로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덧붙이면서.
누구나 언젠가는 보호자 역할을 해야 될 때가 온다. 이미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에겐 위로를,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겐 용기와 조언을 건네는 책이다.
최선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
“조용히 죽지 무슨 춤이라도 추면서 죽느냐는 말에 나는 “태어날 땐 아무것도 모르고 울면서 태어났지만 죽을 땐 웃으면서 죽는 게 좋잖아”라고 대답했다.” (p.221)
성별, 성격, 가치관, 대화법, 사고방식…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점을 찾기 힘든 86년생 며느리와 39년생 시아버지. 이들이 함께한 시간은 죽음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죽음의 이미지는 잔디와 비석으로 둘러싸인 그럴싸한 봉분이고, 죽은 이후에도 가족이 함께해야 한다며 큰돈을 주고 가족 봉안묘를 마련한 시아버지와는 달리 작가는 죽어서까지 온 가족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 답답하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 고통이라 생각하는 입장이다.
한 가지 공통점은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죽음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그리고 나의 죽음… 삶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알면서도 회피한다. 작가는 시아버지의 죽음을 포함해 상주로서 세 번의 장례를 치렀다. 그 과정을 겪으며 잘 사는well-being 것과 잘 죽는well-dying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가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이 후회 없는 마지막을 위한 최선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참 많은 것을 남긴다. 상실의 아픔도 남기지만 자신의 마지막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도 남긴다.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삶이 아닐까. 작가는 최선의 ‘마지막’을 위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