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소방관은 불만 끈다고요?
응급 상황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월평균 100명, 누적 3,000여 명의 환자를 이송한
1급 응급구조사의 초밀착 현장 출동기
소방관 하면, 머릿속에 제일 먼저 그려지는 이미지는 뭘까? 모든 걸 집어삼키겠다는 듯이 맹렬하게 타오르는 화마 앞에 굳건히 맞서 불길을 진압하는 모습? 건물 붕괴나 대형 교통사고처럼 처참한 사고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몇 번이고 현장 속으로 돌진하는 모습? 소방차를 보고 손뼉 치며 환호하는 동네 꼬마들을 향해 멋지게 거수경례하는 늠름한 모습? 맞다! 이 모두, 우리가 언제나처럼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든든하고 친근한 작은 영웅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여기에, ‘응급구조사’라는 이름으로는 다소 낯설지만 ‘119구급차’의 모습으로는 익숙한 구급대원도 빠질 수 없다.
『출동 중인 119구급대원입니다』의 저자는 구급대원이다. 급박하고 치열한 응급 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처지하고 이송하는 그녀는, 월평균 100여 명, 지금까지 3,000여 명에 달하는 환자를 이송했다. 구급 현장을 리드하는 1급 응급구조사이자, ‘여성’ 구급대원이라는 세간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에 맞서 소방관으로서의 빌드업을 멈추지 않는 노력형 인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일분일초를 다투는 생활 속에서도 조금은 남다른 자신의 직업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이 책은 90년대생 여성 소방관이 온몸으로 누빈, 현장의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압축된 응급 현장의 민낯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을 통해 배우고 얻은 교훈, 알고 있으면 유용할 응급처치 지식까지, 일하는 중간 틈틈이 써 내려간 기록들이 한 권의 책 안에 담겨 있다. 때로는 한바탕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눈물겹도록 고군분투하지만, 현장에서만큼은 늘 진심인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당신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Part 1 세상 모든 이야기는, 현장에 있습니다
출동 중인 119구급대원입니다
남자 대원은, 안 왔나요?
취해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눈앞이 캄캄해요, 화재 현장
소아 환자, 제발 안 만나고 싶어요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뇌졸중 환자의 선물, 브레인세이버
119 노트) 뇌졸중 증상, 눈여겨보세요
Part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동합니다
구급대원일까요, 택시기사일까요
오늘, 소머리국밥은 못 먹겠어요
코로나19 시대, 구급차는 방황 중
구급 출동!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이제는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할 시간
서로의 119가 되어주세요
119 노트) 심폐소생술, ‘깊고 빠르게’를 기억하세요
Part 3 내가 단단해야 누군가도 돕습니다
소방관은 불만 끈다고요?
따뜻한 마음만으론 환자 못 살립니다
1급 응급구조사의 부담감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좋잖아요
우리 정년퇴직 하기로 해요
나는 키 작은 소방관입니다
119 노트)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알고 있나요?
Part 4 함께여서 오늘도 행복합니다
소방관은 이중생활 중
라떼와 미래의 만남
구급대원으로 산다는 건
소통의 시대를 살고 있나요?
괜찮아요, 그래도 할 만합니다
심란한 날에는 청소를 합니다
이제 곧 당신이 피어날 시간
119 노트) 구급차가 보이면, 이렇게 길을 터주세요
에필로그
저자
윤현정
출판사리뷰
24시간이 부족해!
느긋하게 밥 먹고, 볼일 한번 맘 편히 해결할 수 없는 구급대원의 삶
지극히 현실적이던 내 안에, 작은 히어로가 고개를 들었다
주말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24시간 근무하는 당직근무. 그 당직근무 중에 가장 많이 출동한 횟수는 19회였다. 거의 한 시간에 한 번꼴. 말이 한 시간에 한 번이지, 밥 먹고 출동으로 오가는 시간까지 입력하면 잠 한번 제대로 잔 적이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출동! 출동! 출동! 24시간이 출동으로 점철된 삶이란 이런 것이었다. 근무 시작과 동시에 출동 지령서를 받아 구급차에 탑승하고, 밥 먹는 도중에도 출동 벨이 울리면 뛰쳐나간다. 새벽 내내 밤의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어슴푸레 떠오르는 해를 보고는 또 구급차에 또 몸을 싣는다. 밥 먹는 속도는 우사인 볼트급이어야 살아남는다. 출동 한번 다녀오니 우동 면처럼 불어 있는 짬뽕을 마주한 신입 소방관 시절 이후, 그녀의 점심 메뉴는 언제나 볶음밥이었다. 화장실 문제는 또 어떤가! 볼일 보면서도 출동 벨이 울렸을 때 시뮬레이션을 생각하느라 맘 편히 시원하게 일을 마친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딱히 거창한 공명심이 있거나 정의감이 투철해서 이 직업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의 전공과 맞닿아 있었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소방공무원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그녀 안의 작은 히어로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작은 도움이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과 일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더없이 이 일이 자랑스러워졌다. 그래서 쪽잠을 자고, 분주하게 숟가락질을 하다가도 출동 벨이 울리면 관성으로 출동을 하는 것이다.
냉탕과 온탕을 구르며 구급대원은 성장한다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본 우당탕 현장 이야기
“도대체 왜 거기에 있어요????!!! 거기 아니라고요!!! 도대체 거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거기 아니니까 빨리 와요. 빨리!!!!!!”
대뜸 신고자는 소리부터 질러댔다. 잘못된 주소지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는 순간,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출동하면서 늘 신고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전화를 하지만 일이 꼬일 때는 어쩔 도리가 없다. 온몸의 긴장이 곤두서는 응급 현장이지만 이렇게 허탈한 순간을 맞이하는 일도 부지기수. 자살 의심 신고를 받아서 강제로 문을 열고 현장에 들어갔더니, 자다 깬 부스스한 얼굴로 화를 내는 사람부터 앞 집 베란다에 걸린 잠옷을 보고 누군가 목을 맨 것 같다고 신고하는 사람까지, 가까이서 보면 코미디요, 멀리서 보면 다큐멘터리인 사건, 사고 현장은 마치 모든 이야기의 향연장 같다. 이렇게 오늘도 냉탕과 온탕을 구르며 구급대원은 한 뼘 더 성장한다.
소방제복을 입었다고 강심장이 되는 건 아니다
그저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것일 뿐!
왠지 소방관은 겁이 없을 것 같다. ‘용기’의 다른 말은 소방관일 것만 같다. 하지만 그들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건물에서 투신해 사지가 뒤틀린 사람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거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얼굴이 갈리고 피로 뒤덮인 환자를 마주해야 할 때면 온몸의 피가 마를 정도로 긴장한다. 소방제복을 입었다고 강심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려움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거침없이 현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랬더니 점점 괜찮아졌고 하루하루 익숙해졌다.
이것은 비단 눈앞의 두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소방관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한 분야에 처음으로 문을 두드리는 사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 또한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두려움을 떨쳐야 하는 사람이 가진 동병상련 때문일까. 이 책은 넌지시 속삭인다. 두려움을 박차고 나아가자고. 그러다 보면 자기만의 꽃을 피우는 저마다의 시기가 올 거라고. 그리고 책을 덮는 순간, 글과 행간에 담긴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