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흔히 ‘인생의 첫 사회생활’로 비유된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와 세상을 인식하던 시기를 벗어나, 좀 더 엄격한 규칙을 배우고 친구들을 사귀며 그 관계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학교에 입학하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큰 관문이다.
그림책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는 이 관문을 통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 낸다. 학교에 입학하고, 새 학기를 맞이하며 겪는 감정들뿐만 아니라 외로움을 견디고 따돌림에 맞서며,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깨닫는 아이의 미더운 성장을 보여 준다. 입학과 신학기를 앞둔 아이들이 느낄 설렘과 긴장, 낯섦을 공감해 주고 위안을 건네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그림책과 어린이책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2인칭 시점의 서술, 무채색 컬러 톤과 만화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삽화는 이 그림책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게 한다. 더불어 이탈리아어 완역으로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와 생활을 되도록 그대로 담고자 했다. 낯선 문화권의 이야기로 풀어낸 보편적인 가치와 메시지는 세계 그림책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맛보게 해 줄 것이다.
저자
클라우디오 고베티 (지은이), 미켈레 리차르디 (그림), 이현경 (옮긴이)
출판사리뷰
● 어느 날 내 몸이 커져 버렸다
_ 외로움 한가운데 선 한 아이의 성장통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실제로 맞이한 학교생활은 기대와 전혀 다르게 흐른다. 친구 없이 늘 혼자 놀고, 몸집이 또래보다 조금 크다는 이유로 매일매일 놀림과 따돌림을 당한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사실을 부모님에게 말하지 못하고 홀로 마음속에 담아 두기만 한다. 그럴수록 아이는 ‘크고 뚱뚱하다’고 놀리는 친구들의 말에 갇혀 점점 더 불행한 나날들을 보내고, 털어놓지 못한 말과 감정 들은 아이의 마음 저 밑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그리고 이것들과 함께 아이의 몸집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커지고, 커진다.
무언가가 네 마음속에서(...) 커지고, 커지고, 더 커졌지. 그 무언가와 함께 너는 말 그대로 자꾸 커졌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어.
그동안 너를 괴롭혔던 말들이 전부 밖으로 터져 나와 너를 커지고, 커지고, 커지게 만들 때까지. _본문 중에서
이렇듯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는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겪게 되는 아이의 깊은 성장통을 계속해서 커져 가는 몸집으로 상징화했다. 이 상징은 몹시 비현실적이고 과장되어 나타나지만,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하고 공감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다.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마음, 친구들의 놀림과 장난에 속끓이던 밤, 외로움 한 중턱에 서서 혼자여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날들……. 우리가 다 한 번쯤 경험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 “너보다 큰 아이는 없으니까. 한 사람도.”
_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때 분명해지는 것
아이는 커지고, 커지고, 커져서 마침내 ‘세상에서 제일 큰 아이’가 된다. 이 갑작스럽고 엄청난 변화는 아이에게 혼란과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걸음과 손짓만으로 다 망가져 버린 거리 위에서 목 놓아 울기도 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애들을 잡아다 ‘왜 그렇게 나를 놀린 거냐’고 묻기도 하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는 이내 분명하고 명징한 깨달음을 얻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가장 많이 괴롭혔던 안젤리카로부터 말이다.
안젤리카의 친구들이 계속 소리쳤어. “안젤리카가 그랬어. 전부 안젤리카 때문이야!”
그 아이들은 모두 떠나 버리고, 대장인 안젤리카만 홀로 남겨지고 말았어.
아무 데도 끼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때 그 기분이 어떤지 너보다 잘 아는 아이는 없었어.
갑자기 마음속에서 모든 게 분명해졌어. 넌 절대 안젤리카처럼 남을 따돌리는 아이는 되지 않을 거야. _본문 중에서
절대 누군가를 따돌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 다름을 이유로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아이의 다짐은 친구들이 놀림과 따돌림으로 자신을 가둔 프레임에서 박차고 나오겠다는 당찬 선언과도 같다. 타인의 시선과 말에서 벗어난 순간 만나는 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다. ‘나답게’ 서 있어야만 ‘너답게’ 선 친구를 알아줄 수 있다. 이 그림책의 마지막 문장 ‘너는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어.’는 아마도 그 당연하면서도 잊기 쉬운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 사실 이건 우리 모두의 이야기
_2인칭 시점으로 풀어낸 현실적인 상황, 보편적인 감정선
글 작가 클라우디오 고베티는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의 서술 시점을 2인칭으로 두었다. 이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서술 방식이다. ‘너’라는 지칭은 책 밖에 있는 독자가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이입하게 하고, 현실적인 상황 속 보편적인 감정선을 통해 풍부한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클라우디오는 복잡하고 어려운 묘사나 비유가 아니라 ‘슬프다’, ‘불행하다’ 등 명확한 형용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을 드러내는데, 이 역시 독자들이 겪었을 비슷한 경험과 감정에 좀 더 쉽게 가닿는다.
● 무채색의 컬러 톤과 만화적 연출이 돋보이는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삽화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만화가로 활동해 온 그림 작가 미켈레 리차르디는 그간 쌓아 온 역량을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점점 커져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과장하면서도 우스꽝스럽지 않게, 사랑스러우면서도 애틋하게 표현했다. 또한 대담하고 개성 있는 만화적 화면 연출은 이 그림책을 마음에 담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더불어 색을 과감히 덜어낸 무채색의 컬러 톤은 캐릭터 하나하나의 표정과 몸짓에 주목하게 하고, 작가의 장점과 특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클라우디오의 새로우면서도 직관적인 문장과 미켈레의 개성 있는 삽화가 만나 일으키는 시너지를 『커지고 커지고 커지고』를 통해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