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꽃같은 삶과 피 끓는 고뇌,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동
조국의 운명을 안고 온몸으로 산화한
대한국인 안중근의 생애
을사조약이라는 시대적 아픔과 격변기 속에서 조국의 운명을 안고 온몸으로 산화한 안중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여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1879~1910)의 30년 6개월 남짓의 불꽃같은 삶이 이문열의 장편소설 『죽어 천년을 살리라』에서 진한 감동으로 되살아난다.
오직 조국에 대한 사랑과 지상으로서의 민족애라는 고귀한 가치 하나에 모든 것을 바친 안중근은 우리에게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영원불멸 안중근, 그는 죽어서도 천년을 살리라! 나라를 위한 안중근의 결연한 외침과 단호한 희생은, 급변하는 세상 속 삶의 방향을 상실해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감동과 교훈을 전해준다.
목차
제1부
청계동천
첫 출진
취야 싸움
손님
기다리는 사람, 떠나는 사람
아들의 한철
천주와 양대인
청계 본당
복사 안 다묵
저들을 지켜 주리라
망국 전야
홀로 헤쳐 가는 길
저자
이문열
출판사리뷰
“이것은 이 땅의 모든 청춘에게 들려주는,
죽음을 눈앞에 둔 진정한 영웅의 결연한 외침이다.”
이문열에게 안중근은 ‘순정한 사람’, ‘모색하는 인간’이다. 작가는 “안중근의 삶은 겨레에 대한 사랑에서 점차 자라난 인간애와 그 실천을 향한 외곬의 정진 말고는 잡티가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불의와 폭력에 대한 분노와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서슴없이 자기를 내던지는 그의 삶은 어찌 보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자기 봉헌(自己奉獻)의 의식 같기도 하다. 닳고 닳은 지성인들이 보기에는 어수룩하고 불확실한 세계 이해, 때로는 어설프기까지 한 열정의 과잉과 허세조차도 그에게서는 개결하고 뒤틀림 없는 특이한 개성으로 빛난다.”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라 할 수 있는 로맨스나 사생활의 흔적이 거의 없다. 작가는 “인간적인 사생활, 행실에서 일탈 같은 걸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적인 부분을 되도록 많이 끌어내서 우리와 가까이 있는 영웅을 만들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라고 자료수집 과정에서의 심경을 토로했다. 다만 시대와 외세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좌절하기도 하고, 사업에서 실패를 겪기도 하며, 의병을 끌고나간 싸움터에서 대패하기도 하는 등 인간적 나약함을 딛고 일어서는 위대함을 보여준다.
안중근이 죽음과 맞바꿔 추구했던 ‘고귀한 가치’는 무엇일까? 안중근이 아우들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내가 죽은 뒤에는 내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가 회복되도록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일러 다오. 모두가 각각 나랏일에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대한 독립의 공을 세우고 위대한 조국 건설의 대업을 이루도록 하라고.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을 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나는 조국에 대한 내 의무를 다하였다. 이미 각오하고 한 일이므로 내 죽은 뒤의 일을 두고는 아무것도 더 남길 말이 없다.”
이문열은 “안중근에게 조국이란 하나의 지상(至上)이었고, 조국과 겨레에 대한 사랑은 실존의 한 형태였을 것이다. 안중근은 불멸의 가치에 자신을 던졌고, 그래서 그 가치와 더불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사람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거장 이문열의 소설로 다시 탄생한 안중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감동의 장편소설
이문열은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에 입력된 안중근이라는 기록의 파일만큼 역사적 사실과 평가가 심하게 왜곡되거나 축소 은폐된 예도 드물다고 말한다. 어떤 것은 오랜 봉인으로 거의 인출 불능 상태에 이른 것들도 있다.
안중근에 대한 기존 이미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객이나 테러리스트라는 인상, 다른 하나는 장군으로 군사적 영웅 같은 느낌, 마지막 하나는 신화적 영웅과 같은 초상이다.
일본인들의 왜곡 때문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은연중에 우리 안에서도 안 의사를 협객 정도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무장투쟁에 대한 부분도 그런 경향 때문일 것이고, 애국계몽운동에 대한 이해 부족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언제나 안중근에 대한 이미지는 ‘하얼빈에서 저격하는 모습’으로 고착화되어 있는데 이 역시 하나의 봉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문열은 안중근의 생애와 동양 평화의 큰 뜻을 21세기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때로는 테러리스트로 폄하되기까지 하는 하얼빈 의거의 정당한 의미를 돌이켜보기 위해서 이 작품을 썼다. 완전히 실존 인물을 픽션화한 소설을 생각하고 집필했지만 시간적 근접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픽션 요소가 사라지고 평전에 가까운 형식이 된 것 같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불멸〉에서 〈죽어 천년을 살리라〉로 제목 변경
이문열의 안중근 평전은 지난 2010년 안중근 의사 100주기를 맞이하여 『불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작가는 ‘불멸’이라는 제목 외에 ‘이 사람을 보라’라는 타이틀도 고민했었다.
이번에 제목을 〈죽어 천년을 살리라〉로 바꾼 것은, 작가의 제목에 대한 고뇌와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신판 서문에서 이문열은 “10년 전 안중근 의사의 행전을 낸 뒤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키워 온 불만은 〈불멸〉이란 얼핏 웅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딘가 공허하게 들리는 그 제목이었다. 〈불멸〉은 처음 안중근 의사의 일생을 몇십 페이지로 요약하고 제목을 찾는다면 얼른 떠올리기 좋은 제목이지만 또한 너무 단순하고 무미건조하다는 느낌과 함께 어떤 상투성과 무성의함의 예감까지 주어, 의사의 불꽃같은 삶과 죽음을 담기에는 마땅찮아 보였다”라고 말한다. 이문열은 고심 끝에 이번 알에이치코리아 판에서 제목을,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추모한 중국인들의 칠언절구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된 구절 〈죽어 천년을 살리라(生無百歲死千年)〉로 대신했다. 기이하게도 신해혁명을 주도한 손문과 선통제를 퇴위시키고 스스로 황제가 되려고 했던 반동 원세개가 똑같이 안중근 의사의 죽음을 애도한 칠언절구의 전구(轉句) 뒷부분에서 인용된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