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삶을 둘러싼 안전장치가
한순간 풀려 버린 것 같은 날들이 있다”
나만 불행한 것 같은 날, 끝없이 읽고 싶은 글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오지윤 작가의 『작고 기특한 불행』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너도나도 이야 기하는 소확행 대신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낸 기록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외로운 날, 근거 없는 “힘내” 대신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며 다독여 주는 친구처럼 곁에 두고 끝없이 읽고 싶은 글들이 빼곡히 담겼다. 크고 작은 불행을 마주하는 일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눈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우리의 하루에 필요하다고, 작가 오지윤은 솔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펼쳐 보인다.
전화 한 통에 통보된 연인과의 이별, 햇볕이 들지 않는 집에서 기찻길 소음이 들리는 집으로의 이사,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일하고 밥 먹고 똥 싸고 넷플릭스를 보는 인간”으로서의 자화상, 적게 벌고 많이 버는 삶을 꿈꾸지만 워라밸은커녕 주말 출근을 피할 수 없는 현실, 내 가족에게 찾아올 줄 몰랐던 파킨슨병에 대한 내밀한 고백과, 암 투병을 하는 동안 어쩐지 더 아름다워진 친언니 관찰기까지……. 행복보다 더 빈번히 우리 일상에 찾아드는 불행 극복기가 MZ 세대 카피라이터다운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펼쳐진다. ‘소확불’ 배틀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는 우리 모두의 웃픈 현실에 “나도 거지 같아”라는 절친의 목소리로 다가와, 매일매일의 ‘빡침’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즐거움을 건넬 책이다.
목차
part 1.
사랑이 떠나면서
고양이를 남겼다
너에게는 없는 복
오늘의 서식지
작고 기특한 불행
아버지, 정답을 알려 줘
안녕, 파킨슨 씨
바다 수영이 좋은 이유
코로나 시대의 사랑
F&B와 FWB라는 발명품
반대편 우주
칭찬에 춤춰도 괜찮아
N잡러의 역사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선비로 살면 망할까
나는 다른 민족이고 싶다
어느 투머치토커의 슬픔
암은 사람을 더 아름답게 만들까
절반의 세상
전설의 거북이
빵과 버터
자급자족하는 마음
part 2.
별것 아닌 것들이 모여
별것이 된다
부추의 비밀
가장 좋아하는 색에 대해 쓰시오
정희에 대하여
우리 동네 예찬
집안일의 지겨움
갖추고 살거라
연쇄 식물 살해범의 다짐
넘버링의 세계
맹목적 사랑
손오공의 마음으로
너의 알고리즘을 파괴하러 온 구원자
세상은 넓고 우린 참 달라
생각의 납골당에서
참조인
펑크족의 신념
피크닉 토론의 결말
오리너구리과科 오리너구리
글쓰기 모임에 대한 글쓰기
집요한 낙관주의자
기어이, 라는 변곡점
★에필로그★
우리들의 세로토닌
저자
오지윤
출판사리뷰
★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정지음, 임진아, 양다솔 강력 추천!
MZ 세대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그려낸 청춘의 질문들
살다 보면 예고 없이 닥치는 불행을 내 힘으로 다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행복은 순간이고 여운도 짧다. 불행은 자주 오고 여운도 쓸데없이 긴데”라는 작가의 독백이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보다 불행을 더 자주 느끼며 살고 있지 않은지. 이 책은 혼란하고 불완전한 청춘 곁에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불행의 순간들을 카피라이터 특유의 감각적이고 명징한 언어로 펼쳐낸다.
“‘안전장치’라는 말을 들으면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자이로드롭이 떠오른다. 몇백 미터를 자유 낙하하다 덜컹하고 착지하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 누군가 귀에 대고 “살려는 드릴게”라며 속삭이고 사라지는 것이 틀림없다.” --- 「작고 기특한 불행」 중
“슬픔 지뢰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 함께 슬퍼지는 거다. 이 지뢰는 내가 밟고 서서 견뎌야 할 지뢰다.” --- 「어느 투머치토커의 슬픔」 중
“눈을 감고 그 문장의 냄새를 맡아 본다. 문장을 음미하고 또 음미할수록 호텔 조식으로 나온 노릇노릇한 식빵의 맛이 난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서 무탈하게 흘러갈 것 같은 맛이다.” --- 「빵과 버터」 중
읽다가 깜짝 놀라서 표지를 다시 확인했다. ‘내 일기장 아니야?’ 일하고 밥 먹고 똥 싸고 넷플릭스를 보는 인간. 죽고 싶다고 말하면서 건강 검진을 예약하고, 삶이 답답해서 열심히 데이팅 어플을 시도하는 화자의 모습은 우리 모두를 조금씩 닮았다. ― 양다솔(작가,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저자)
이 책은 새로운 행복의 비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 붙어 있는 불행 이면의 행복을, 행복 이면의 불행을 치우침 없이 바라보는 법을 알려 준다. SNS로 타인의 삶을 엿보다가 나 빼고 다 잘되고, 나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세상 사람들도 다들 불행해요”라던 상담 선생님의 조언을 되새기고, 마냥 아파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주변과 연대함으로써 즐거움을 찾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불행 대잔치가 곧 행복의 시작이라 믿기에…….
『작고 기특한 불행』은 오지윤 작가가 브런치북과 에세이 레터를 통해 발행했던 글 중에 가장 사랑받은 40편을 엮은 산문집이다. “행복한 날보다 우울하고 찌질한 날이 더 많은 우리 인생. 불행을 잘 길들이는 게 곧 행복의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쓴 책이기에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고 섣부른 위로를 건네지 않아 오히려 더 공감된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일지라도, 고급 위트를 구사하는 화자의 명랑한 목소리 덕분에 읽는 내내 유쾌하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내 불행도 조금 기특해진 것 같다.
“채소를 많이 먹을수록 내 몸에 사는 미생물들이 기뻐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수록 내 뇌에 있는 뉴런들이 반짝거린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잠깐이라도 산책을 나간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흘러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과학 유튜브를 보다가 깨달았다. 행복은 나의 일도 신의 일도 아니구나. 내가 게을러서 행복하지 못하고 부지런하다고 더 행복할 리도 없었다. 행복은 내 몸속 미생물과 호르몬의 일. 그렇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기가 정말 어려운 사람이다.” -- 「우리들의 세로토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