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 권으로 보는 인류의 진화와 노동의 미래”
- 전 세계 27개국 출간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추천
농경사회 이후 게으름을 죄악시하고, 온종일 일에 매달려왔던 인류는 지금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시간을 쓸 때 어디까지를 일로 보는지의 관점에 따라 인류학의 잣대가 달라지는데,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제임스 수즈먼 교수는 이에 시간의 의미를 더해 인류의 시간 쓰기의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그는 20세기까지 수렵채집민의 생활을 영위하며 원초적인 노동관을 고수한 아프리카 !쿵족에 관한 연구로 정평이 난 사회인류학자다. 그는 고대 인류가 시간을 대해온 궤적을 뒤쫓으며 인류의 모습을 연대기별로 제시하면서 인류의 성실성과 사회성에 유사한 형태를 구현한 베짜기새와 흰개미들의 생태를 통해 인류가 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일을 대해왔는지 서술해 간다. 나아가 일에 대한 사전적 개념을 정립한 코리올리부터 열역학 법칙을 통해 에너지를 투여하는 일에 대한 개념을 세운 과학자 볼츠먼, 기계적 개념에 가까운 노동 시스템을 구축한 테일러, 구조주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 N잡의 근대 형태를 수행한 벤저민 프랭클린, 현대 과로사의 우리 시대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일의 역사를 일군 수많은 이들의 행보를 중심으로 인간이 사회 구조 및 노동 구조의 이상이라 기대했던 그 정도와 정량의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던진다. 본문에 등장하는 풍부한 사료를 통해 그 답을 찾기에 충분하다.
목차
해제
들어가며
1부 태초에
1장 산다는 건 일하는 것
2장 효율성과 소모성
3장 도구와 기술
4장 전환기
2부 공생하는 환경
5장 풍요한 사회의 근원
6장 숲의 유령들
3부 끝없는 노역
7장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8장 제의적 연회와 기근
9장 시간은 돈이다
10장 최초의 기계
4부 도시의 유물
11장 꺼지지 않는 불빛
12장 끝없는 욕망
13장 최고의 인재
14장 월급쟁이의 죽음
15장 새로운 질병
맺음말
감사의 말
주
저자
제임스 수즈먼 지음, 박한선.김병화 옮김
출판사리뷰
인류의 쓸모를 노동수난기를 통해 살펴본 최초의 책
“자동화된 미래에서 우리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필독서!” _ 수전 케인
태초부터 인류에게 가장 균등하게 주어졌던 시간은 진화에 따라 대하는 의미가 점차 달라졌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어느새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스며들었다. 이제 누구도 그 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었으며, 인간이라면 근면·성실해야 맞는다는 근거로도 자주 쓰였다. 더욱이 거듭된 기술 발전의 반작용으로 인류는 AI로 대체되어 사상 최악의 실업 위기에 봉착한 참이다. 법정 근로시간, 유연근무, 재택 상시 적용과 같은 경계를 허문 업무수행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수당 보전과 업무 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근무 시간의 연장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쓸데없는 직업’은 사라지고 인간 고유의 업무에 집중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리어 직업 수가 늘고, 대우는 박해지고, 재능을 채용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그럼 정규직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면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의 존엄이 그 안에서 더 커질까? 이 책의 감수를 맡은 박한선 교수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생활을 오래 하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할 만큼 원하는 대로 하루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안 때문이었다. 기아나 질병에 시달리는 원초적 환경이 아니어도 일이 있어서 혹은 없어서 시간이 많아서 혹은 부족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즈먼에 따르면 인류는 불필요한 일을 억지로 만들어가며 유전자에 박힌 성실성에 따라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살면서 직업이 존재하는 한 모든 일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애쓴다. 목적의식에 맞게 배우고 열심히 사는 것 즉 의도적 성실성으로 점철된 삶이 바로 인류의 운명이다.
시간과 효율의 굴레에 갇힌 일을 통해 풀어낸 대담한 생각들
“자동화 이후의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조망한 명작” _ 찰스 두히그
유발 하라리가 현생인류의 존엄함을 서술해 전 세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면, 제임스 수즈먼은 인류의 본성에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 주목했다. 과거 노예의 삶과 현재 월급을 받고 몸을 상해가며 일하는 삶,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인류는 진화해 온 걸까, 일을 향해 투쟁해 온 것일까? 일은 20만 년 전부터 인류의 고난을 초래한 단 하나의 요인이다. 늘 고되고, 끝나지 않아 ‘노역’에 가까웠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일에 대한 개념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또 변화된 의미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 인류의 삶의 방식을 좌우했는지 가감 없이 펼쳐진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에 빠져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때 유행했다. 이는 여전히 ‘자연인’이나 ‘캠핑족’이라는 저마다의 방향에 맞게 확장되고 있다. 편리성에 길든 도시인들에게 일탈적 행위이기도 하고, 더 원초적인 형태의 삶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란 사람들의 막연한 기대가 만든 허상이다. 이 허상처럼 원시시대 사람들은 더 자연과 가까이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인류학자들의 연구로 수렵채집사회의 풍요로움은 밝혀진 지 오래다. 이는 국가마다 사회 풍조와 맞물려 ‘게으르면서도 풍족한 삶’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실제 수렵과 채집을 하려면 고도로 단련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잘 가공된 음식 재료를 조리만 해서 먹는 우리에겐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날뛰는 동물을 제압해 껍질을 벗기고 먹을 수 있는 부위만 선별해 잘라내야 한다. 생선류는 또 어떤가? 피를 뽑고 뼈와 살, 내장을 분리해야 한다. 채식을 한다 치더라도 먹을 수 있는 식물 종류를 알아내거나 매일 매끼 배부를 만큼 엄청난 양의 열매를 구해야 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기술도 급격히 발전해 20세기 초 케인스가 약속했던 경제적 유토피아의 생활 수준보다 수배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인력이 있던 자리에는 대부분 AI로 대체되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최소 주당 40시간의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 채워진 족쇄가 단순히 특정 기술의 발전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류세, 연금, 유연근무 등 다양한 일의 형태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인류사에 산업혁명과 공장노동이 등장해 전 세계가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지 200여 년이 흘렀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고, 선의를 항상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케인스의 말처럼 일하지 않는 삶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지, 일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 균형의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