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밝고 유쾌하게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
前 NHK 방송 연출가 오구니 시로가 말하는 ‘앞으로의 기획력’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공감과 포용이 결여되어 사회적 불평등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어쩌고저쩌고…’ 이런 입바른 말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높은 확률로 동공은 풀리고 귀는 먹먹해질 것이다.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이야기인데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될지 모른다. ‘평등’, ‘소통’… 이러한 사회적 과제들이 아무리 중요해도 실제로 실현하기 어려운 일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하호호 기획법』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적 과제를 유쾌한 기획으로 펼치는 저자의 인사이트를 담은 책이다.
NHK 방송 연출가 출신인 저자 오구니 시로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애썼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아무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메시지라 해도 너무 일방적으로 전하려 했던 건 아닐까?’ 이런 의문에 닿은 저자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일 방법을 고민했다.
‘치매 노인’, ‘성소수자’, ‘암 환자’와 같이 괜히 조심스러워지고,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에도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생각했다. 이 책에는 치매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꾼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성소수자와 함께 온천을 즐기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레인보우 후로젝트], 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한 색다른 모금 활동 [딜리트 C] 등 저자가 실제 기획하고 실행한 프로젝트 사례가 담겨 있다. 이 프로젝트의 공통점은 모두 웃음소리가 가득한 현장이었다는 것이다.
‘하하호호’ 웃음 나게 하면서도 사회적 과제들에 관심을 환기하는 참신한 기획을 선보이는 저자는 자신의 기획 노하우를 5가지 요소로 나누어서 들려준다. 기획의 탄탄한 주춧돌을 놓는 것부터 효과적인 표현 방법을 찾고, 함께 실현해 나갈 동료를 찾는 방법, 그리고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는 전달 방법을 모색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그리고 매 프로젝트마다 중요시하는 태도는 무엇인지 말이다. 따뜻하고 유쾌한 기획을 펼치는 저자의 이야기가 지속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목차
TV 프로그램 및 프로젝트 소개
들어가며
1장. 배경 |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2장. 기획 | 당신이 세운 ‘엄지손가락’을 몇 명이 붙잡을까?
기획1 초심자의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획2 대단한 기획보다 샘나는 기획을 목표로 한다
기획3 ‘여기 붙어라’ 하고 끌어들일 콘셉트를 단련한다
기획4 지금, 왜, 이것을 전하려고 하는지를 생각한다
3장. 표현 | 바람이 아니라 ‘해님’의 접근 방식
표현1 ‘??? …… !!!’의 흐름을 만든다
표현2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표현3 바람이 아닌 해님으로 접근한다
4장 실현 | 기획의 실현은 ‘동료’가 90퍼센트 결정한다
실현1 동료 선택은 에피소드로, 설득은 금물
실현2 거절과 반대는 기회다
5장 전달 | ‘재미있는 부분을 재미있는 형태로’ 전달한다
전달1 콘텐츠가 우선, 미디어는 객관적으로
전달2 재미있는 부분을 재미있는 형태로 전달한다
전달3 기록이나 기억에 남을 멋진 홈런을 노린다
6장 태도 | 어설픈 프로보다 ‘열광하는 아마추어’
태도1 니와카 팬 여러분, 어서 오세요
태도2 대답이 아니라 질문을 중요하게
태도3 어설픈 프로보다는 열광하는 아마추어로
맺음말
저자
오구니 시로 (지은이), 김윤경 (옮긴이)
출판사리뷰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의미 없다”
누구나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기획의 비결
전 세계 20개국으로부터의 러브콜, 100만 명의 참여 유도, 모금액 4천만 엔, 2만 건의 해시태그 게시물 등 그의 기획에는 참여를 부르는 힘이 있다. 저자는 방송 프로그램과 팝업 행사 등 다양한 기획을 거듭하면서 좋은 기획은 ‘참여’를 이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달하고 싶은 대상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숱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게 외쳐도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말은 생명력을 잃는다. 저자는 중요한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실제로 듣게 해야 하고, 동참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언제 움직일까? 가장 먼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지금 꼭 필요한 이야기인지 자문해야 한다. 필요가 없는 이야기라면 시작할 이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유쾌함’이다. 그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은 한결같이 밝고 유쾌하다. 이를 ‘해님’의 접근법이라고 표현한다. 익히 알려진 「바람과 해님」 우화에서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사나운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듯,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산뜻하고 유쾌한 접근에 마음이 열린다는 것이다.
일례로, 저자 또한 ‘치매 환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치매 환자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간병 전문인을 취재하며 인식이 전환되었고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라는 기획을 추진하기에 이른다. 치매 어르신이 홀 서빙을 해서 주문을 ‘틀릴지도 모르는’ 귀여운 콘셉트의 이 레스토랑은 치매 환자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달리할 뿐 아니라 실수를 너그럽게 포용하는 분위기를 환기했다는 평을 얻었다. 그 결과 일본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마추어’라서 가능한 기획에 해답이 있다
그가 이렇게 유쾌한 기획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그중 하나로 자신이 ‘아마추어’인 점을 꼽는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프로이기보다는 아마추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마추어라면 대개 불리한 일투성이인데, 기획자로서는 강력한 무기를 얻는 셈이다.
어느 한 분야 또는 주제에 대해 익숙해지고 통달할 정도가 되면,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지는 아마추어, 즉 초심자의 관점을 잃게 된다. 처음 품었던 의문들을 차차 관례로 받아들이고, 얕은 상식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참신한 기획은 나오기 어렵다.
사람을 많이 모으고 싶다면, 해당 주제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의 마음과 시선에 공감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보다는 초심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초심자의 관점을 잃어버린 기획자는 자신도 모르게 대중과의 담을 쌓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저자 오구니 시로는 기획 초기에 노트를 만들어 떠오르는 궁금증들을 여지없이 적어보기를 권한다. 만약 그 시기를 놓쳤다면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르는 친구나 가족에게 설명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초심자의 질문과 생각을 파고들다 보면 당연하게 여긴 곳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고, 다수가 공감하는 기획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세상과 타자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앞으로의 기획자’
우리가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기획을 잘하는 비결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는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치매 환자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두려워했습니다’, ‘LGBTQ에 대해서는 뜻만 아는 정도였지요’ … 저자는 매 프로젝트를 마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이 그 분야에 무지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편견 없고, 틀에 박히지 않은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었다. 우리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마음에는 그만큼의 여백이 생긴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와 세상의 소식을 받아들일 만큼의 여백 말이다.
저자가 진행해 온 프로젝트는 물건 하나 더 팔기 위한 꼼수나 화제성 이벤트가 아니다. 내가 몰랐던 세상의 구석구석을 조명한다. ‘나’보다는 타인을 바라보게 만든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주제를 환기한다. 이렇게 켜켜이 시간과 노력을 쌓아 올리면 결국 모두가 웃게 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소망을 품고서.
“어차피 혁명을 일으킬 거라면 와하하 웃음이 나오는 유쾌한 혁명을 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무심코 동참하고 싶어지는 기획. 일단 접하고 나면, 결코 웃을 수 없는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이 확 바뀌어 조금은 자기의 일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획 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갈등이 팽배한 이 시대에 기획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그 어느 것보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기획자는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따스한 기획자로 변모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