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이선주 작품
동화작가 김선정 X 초등교사 채봉윤 추천
매일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른
우리 가족,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이야기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는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이선주의 작품이다. 지방 소도시, 십오 층짜리 복도식 아파트에 사는 열두 살 남자아이 ‘태구’는 남다른 관찰력과 예리한 추리력으로 이웃들을 살피고 걱정한다. 그리고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태구는 나름대로 인생의 진리와 묘미를 간파해 나간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태구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가까이에 있지만 곧잘 잊어버리고 마는 이웃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태구의 입을 빌려 결손 가정, 여성의 경력 단절, 노인 고독사 등과 같은 사회 문제들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신문 기사나 뉴스 속보가 아닌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배경 안에서 등장하는 문제들은 바로 나의, 우리 가족의, 내 이웃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선주 작가 특유의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상황 설정과 대사 말맛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성큼 끌어들인다. 작품 속 웃음 포인트들은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우리 역시 한 번쯤 겪어 본 일상, 감정 들이기 때문이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가 보여 주는 유쾌함은 책 읽는 재미 그 자체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삽화는 그간 다양한 장르를 통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일러스트를 선보여 온 국민지 화가가 맡았다. 태구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의 표정과 행동 들을 익살맞고 능청스럽게 그려냈다. 또한, 태구가 하루하루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는 감정들을 넓게 확장한 화면 구성 등으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도 깊은 여운과 감응을 남긴다.
저자
이선주 (지은이), 국민지 (그림)
출판사리뷰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 작가 이선주가 그리는 열두 살 태구의 일상
청소년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선주 작가는 그간 그림책, 동화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여러 작품을 펴냈다. 작가의 작품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한쪽에는 『그냥, 베티』, 『열여섯의 타이밍』 등처럼 아이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를 차분한 어조와 진지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 다른 한쪽에는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처럼 통통 튀는 유머와 장르적 재미를 통해 독자들의 흥미와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신작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는 이 두 갈래의 교차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탄탄한 문장력과 맛깔스러운 대사로 독자들에게 시도 때도 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아래에는 결손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만이 가지는 결핍과 외로움이 깔려 있다. 결핍과 외로움은 아이를 성장시킨다.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주인공 태구의 뒷모습을 따라 이 아이의 언저리에 놓인,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독자들도 함께 한 뼘씩 자라 있을 것이다.
우리 할머니는 내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못마땅하게 여긴다. 엄마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그런 거라나.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면 일부러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할머니에게 손을 내민다. 이럴 때가 아니면 용돈을 못 받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쯧쯧, 혀를 차면서 지갑에서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준다. 내가 유독 연기를 잘한 날에는 천 원짜리가 아니라 오천 원짜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만 원짜리는 나오지 않는다. / (...) 엄마 없이 자라는 슬픔을 그렇게 걱정하면서도 지갑에서 만 원 이상을 꺼내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 없이 자라는 슬픔은 적어도 만 원은 된다고 본다. _본문 중에서
“내가 생각해도 난 좀 똑똑하다니까.” / “아침부터 뭔 헛소리여. 얼른 학교 갈 준비나 혀.” / (...) 역시 우리 할머니는 누가 자기 자랑하는 꼴을 못 본다. 그게 자기 손자일지라도. _본문 중에서
나는 할아버지가 어디에 갔는지, 왜 안 돌아오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만 신경 쓸 수 없는 몸이다. 공적인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런 의미에서 학교 수업을 엄청 집중해서 듣진 않았다. 공적인 삶에 너무 에너지를 빼앗기면 안 되니까……. _본문 중에서
일상적인 배경과 생생한 캐릭터로 직조한 현실감 100% 옴니버스 동화
전국에 태풍이 강타하거나 돼지 콜레라가 번져 나갈 때도 뉴스에서 잘 볼 수 없는, 혹시 사람들이 잊은 게 아닐까 싶은 도시. 바로 그 도시에 내가 살고 있고, 내 이웃들이 살고 있다. _본문 중에서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는 한 작은 소도시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낸 옴니버스 동화다. 쇠락해 가는 지방 소도시, 십오 층짜리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 주인공이자 화자인 열두 살 소년 ‘태구’를 둘러싼 공간은 너무도 현실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걱정된다는 핑계를 대며 이웃들을 험담하기 좋아하는 할머니나 말수가 적지만 야구 경기를 볼 때면 화르륵 열을 올리는 아빠의 모습 역시 낯설지 않다.
현실적인 배경,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생생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서사를 탄탄히 다지면서도, 결손 가정, 여성의 경력 단절, 노인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담아낸다. 그간 쉽게 외면하고 모른 척해 왔던 문제들 앞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이야기 속 태구의 말처럼 ‘뉴스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고, ‘혹시 사람들이 잊은 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 이 문제들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근거리에서 일어나는 나와, 내 가족과, 내 이웃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전하고 있다.
이웃을 향한 관심과 애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구의 시선
“형도 심심하잖아. 그래서 사람들 관찰하는 거잖아.” / “나는 관찰하는 게 아니라 걱정하는 거야.” _본문 중에서
『태구는 이웃들이 궁금하다』의 중심 키워드는 ‘관심’과 ‘걱정’이다. 우리의 주인공 태구는 이웃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웃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피고, 무슨 변화가 생겼는지 시간을 들여 지켜본다. 할머니는 그런 태구를 보며 ‘엄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서’ 그런 거라고 안타까워하지만, 오히려 그 안타까운 마음을 용돈 받을 기회로 삼을 만큼 태구는 조금 영악하기도 하다.
이런 태구의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동시키는 가장 큰 힘은 ‘이웃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다. 그리고 이 힘으로 세상을, 가족을, 삶을,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배운다. 슬프지 않아도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확고한 생각은 편견일 수 있음을, 다른 이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사실 나의 외로움을 가리키고 있음을 배우며 태구는 조금씩 자라난다.
일러스트레이터 국민지가 담아낸 일상의 단면들
동화뿐만 아니라, 어린이 논픽션, 청소년 교양서, 에세이 등 여러 장르를 통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일러스트를 선보여 온 국민지 화가는 태구의 하루하루를 다채롭고 밀도 있는 삽화로 담았다. 화가 특유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화폭은 태구의 표정과 행동은 물론이고, 입체적인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이야기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복도식 아파트, 동네 편의점, 놀이터 등 모두에게 익숙한 공간과 배경을 세심하게 연출하여 독자들의 이입을 돕는다. 화가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도, 화가의 그림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의 마음도 충분히 만족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