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선명한 ‘생의 감각’을 치밀하게 그려낸 문학 논픽션
더 깊은 감동과 섬세함을 담은 완성판으로 돌아오다!
《일 분 후의 삶》은 불시에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생으로 다시금 초대받은 열한 사람의 감동적인 생존 기록을 담은 실제 이야기다. 지난 2007년에 출판되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초판의 완성판이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가없이 구현된 역작이다.
작가는 완성판을 쓰는 내내 “내 가슴에는 배 한 척이 가라앉아 있었다. 앳되고 새파란 학생이 수백 명 타고 있던 배였다.”라고 회상한다. 각박하고 비정한 우리들의 현재 삶을 버려서라도 의로움을 구하는 맹자의 ‘사생취의(捨生取義)’ 정신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오늘날, 작가가 이 책에 담고자 한 뜨거운 휴머니즘의 정신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목차
개정판 작가의 말
초판 작가의 말 : 생生은 매 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해바라기
성에에 새긴 이름
내 마음의 발가락
나의 오른손
“저기 캔버스가 있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늘로 난 길
라라야, 안녕
태어나 가장 기쁜 악수
나를 방생해준 자연
순간마다 피는 꽃
감사의 말
작가 후기 :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
권기태 (지은이)
출판사리뷰
“삶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늘만큼 높은 설벽에서, 홀로 빠진 인도양에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서
‘살아 있음’을 겪은 생존자들.
그 마음에 생겨난 생의 감각과 지혜, 용기의 이야기들!
* * * * *
이 정도로 철저하게 그려낸 논픽션은 경이에 가깝다. 아무리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다고 해도 그렇다. 생사가 갈리는데도 남을 위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인간미가 특히 감동적이었다. 쉽게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전화 받는 시간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책 제목이 무엇이며, 누가 이걸 썼나 해서 다시 살핀 것은 책을 절반이나 읽은 뒤였다. 김종락 _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선명한 ‘생의 감각’을 치밀하게 그려낸 문학 논픽션
더 깊은 감동과 섬세함을 담은 완성판으로 돌아오다!
《일 분 후의 삶》은 불시에 닥친 절체절명의 순간,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생으로 다시금 초대받은 열한 사람의 감동적인 생존 기록을 담은 실제 이야기다. 지난 2007년에 출판되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초판의 완성판이자, 작품에 대한 작가의 열정이 가없이 구현된 역작이다.
작가는 완성판을 쓰는 내내 “내 가슴에는 배 한 척이 가라앉아 있었다. 앳되고 새파란 학생이 수백 명 타고 있던 배였다.”라고 회상한다. 각박하고 비정한 우리들의 현재 삶을 버려서라도 의로움을 구하는 맹자의 ‘사생취의(捨生取義)’ 정신이 어느 때보다 간절한 오늘날, 작가가 이 책에 담고자 한 뜨거운 휴머니즘의 정신은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선명한 ‘생의 감각’이다. 직접 인터뷰한 열한 명의 생존자들은 공무원, 고속버스 운전기사, 신인 프로복서, 실습 항해사, 건설 기사, 등반가 등 평범한 풀잎, 소박한 들꽃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7천 미터 높이의 날카로운 설벽을 거슬러 오르는 과정에서, 망망대해에 홀로 빠지면서, 암흑의 지하 미로에 갇히면서, 자신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는 걸 알게 되면서 난데없이 생의 극한에 닿게 된다. 그 극적인 경험의 순간 그들 내면에 울려 퍼진 간절한 소망은 단 하나였다. “일 분 후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이들 생존자의 삶을 향한 강렬한 의지와 감동의 이야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치열한 생의 감각과 아름다움,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할 것이다.
“일 분 후에도 나는 살고 싶다.”고 바란 생존자들,
일 분 후를 모르고 사는 사람들을 깨우는 실제 이야기들
“살아라. 그리고 남들도 살게 해라!(Live, and let live!)”
《일 분 후의 삶》은 생사가 오가는 위기에서도 뜨거운 휴머니즘을 발휘한 ‘비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조선에 불이 나자 하나 남은 구명튜브를 여대생 실습선원들에게 던져주고 숨져간 청년 항해사(심경철, ‘성에에 새긴 이름’), 화물선에서 새벽에 혼자 인도양으로 실족해버린 부하가 일곱 시간이나 살아있을 거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수색을 거듭한 ‘바보 선장’(김문기, ‘나를 방생해준 자연’), 해발 7천 미터 설산에서 탈진한 후배를 구하는데 전력을 쏟다가 사지에 동상을 입고, 죽음 직전까지 가버린 등반가(박태원, ‘내 마음의 발가락’) 등 주인공들은 이 땅에 뜨거운 숨결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비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나아가 이 책은 살아나려고 온 힘을 쏟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살려내려고 온 힘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친구를 구하려다 얼음물에 빠져 심폐도 안구도 정지해버린 소년. 그 소년의 푸르뎅뎅한 신체를 주검으로 보지 않고 아직 부활할 수 있는 ‘내 아들의 동창’이라고 생각한 의사(‘순간마다 피는 꽃’), 산사태에 매몰된 사람들을 구하려고 비바람을 뚫고 가는 이웃들(‘라라야, 안녕’), 생전 처음 본 외국인의 언 발을 녹이려고 자기 겨드랑이를 선뜻 빌려주는 카자흐 여인(‘내 마음의 발가락’)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서로의 안위를 지키며 생명의 불씨를 지피는 뜨거운 휴머니즘에 대해 “살아라, 그리고 남들도 살게 해라.”(Live, and let live!) 정신이라고 말한다. 이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행복 10계명’에서 가장 우선으로 꼽았던 정신이기도 하다. 책을 관통하는 작가의 시선이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깊은 울림이 담김 메시지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문장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완성판!
예술적 경지에 가까운 경이로운 취재의 기록
초판 탈고 당시 작가는 특별하고도 감동적인 사연들을 취재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주제에 걸맞은 사례들을 수집했다. 갑판에서 인도양에 홀로 추락했다가 거북이의 조력으로 구사회생한 임강룡 씨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작가가 군에서 제대했던 1990년 2월 경이롭게 읽었던 지방 신문의 단신 기사에서 시작됐으며, 친구를 구하려고 얼음판 위를 달려갔다가 익사한 후 기억상실증과 함께 살아난 이경섭 씨의 이야기는 작가가 우연히 만난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장 정기영 대령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이후 작가는 ‘오직 기자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취재력을 동원해서 강원도 진부의 눈 쌓인 계곡에서 바람 찬 남해 칠천도의 바다 마을까지 전국 곳곳에 산재한 극적인 생존자들의 거주지를 파악하고, 직접 만나 ‘아주 사적인 인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고단하고 힘든 여행을 했다.
생존자들이 생사가 엇갈리는 절박함 속에 느꼈던 세심한 감정들, 팽팽한 긴장감을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십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그 위기의 순간에 해수면 위로 떠오른 안전화의 색깔, 서울 성수대교에서 한강으로 추락한 직후 10초 사이에 느낀 심경, 위험한 빙벽의 틈(크레바스)으로 내려가 하룻밤 잠잘 테라스를 파낼 때 낙빙이 추락하던 소리, 학교 조리실의 은회색 알루미늄문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디테일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하에 빠진 그의 세계는 까만 점 속의 까만 길이었다. 원근도 출구도 없는. 원래의 세계로 당도할 수 있을지, 언제 당도할지 알 길이 없었다.
그는 밖에 나가 새털구름을 한 번 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멀리 구름의 미세한 비늘을 바라볼 때 안구의 근육이 자유롭게 풀리면서 눈 안에서부터 상쾌한 미감(美感)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다시 한 번 겪어봤으면 하고 그는 소망했다. 뭐라도 좋으니 색이 선명한 꽃봉오리를 한 번 보고 싶다. 그는 병뚜껑을 오프너로 소리 나게 따보고 싶었다. 그건 왜 그리 통쾌했을까? 목욕타월에 비누를 묻혀 등을 문질러보고 싶었다. 그 거칠면서도 시원한 느낌. 아내가 굽는 고등어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리고 여름날 개구리가 뛰어든 도랑 옆에서 풀 익는 냄새를 맡아보고 싶었다. 옥수수 잎사귀 위로 빗물이 줄줄 흐르는데 먹빛 하늘 속에서 번개가 하얗게 내려오고 천둥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흔해 빠지고 평범하기 짝이 없던 나의 세계. 그걸 구성하던 감각들을 한 번만 더 체험해보고 싶었다.
(‘해바라기’ 중에서)
나는 탈진을 했는데 1초라도 좋으니 발에 뭐가 닿는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자란 칠천도 뒷산의 해송 숲길에는 솔잎이 수북하다. 밟으면 고무신에도 탄력이 느껴지는데, 그 부드러운 촉감을 발바닥에 한 번만이라도 더 느껴봤으면 싶었다. 환장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
배가 부두에 접근해서 엔진 출력을 낮추면 퉁퉁거리던 기관음이 낮아진다. 뱃전을 조심스레 석축에 갖다 대면 수면에 잔 파도가 생기고 타이어들이 물결에 출렁인다. 배가 정밀하게 접안하는 동안 통통통통, 고요하게 줄어든 기관음은 점점 더 촘촘하게 울려 퍼지고. 마침내 덜컹 하고 배가 타이어와 맞닿았다가 조금 밀려날 때의 그 반가운 반동.
아, 이제 집에 다 왔구나. 배에서 널을 밟고 부두로 옮겨가 설 때의 그 단단한 돌 바닥 느낌. 거기를 딛고 싶다. 아, 그러면 얼마나 안심이 될 까. 발 밑에 뭔가 받쳐준다는 건 얼마나 큰 기쁨인가. 더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냥 여기 가만 있어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 그 부두를 한 번만 더 디뎌보면 좋을 텐데. 저 앞이 우리 집인데. 어머니, 저 왔어요. 저 왔단 말이에요. 아, 무슨 위세라도 부리는 것처럼 환하게 외치고 싶다. 어머니, 저 왔어요. 저 왔단 말이에요.
(‘나를 방생해준 자연’ 중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지치지 않는 집념은 이번 개정판을 예술적 경지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작가는 지난6년 동안 숱한 메모들을 쓰고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초판보다 훨씬 더 섬세한 묘사와 깊은 사유를 담기 위해서였다. 수십 년치의 신문을 검색하고, 기상학이나 항공기술에 관련한 전문 서적, 해양안전심판원의 해상 사고 조사 자료, 기상청의 일기 예보, 각종의 지도들, 등산 기록과 등산 동영상, 뇌 과학과 감각론 등에 대한 전문 서적들을 읽고 글에 녹여냈다. 거의 모든 문장을 새로 썼으며, 분량은 초판보다 원고지 400장만큼 더 늘어났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 분 후의 삶》은 훨씬 선명하고 정교해졌다. 또한 조선시대의 표류기인 《표해록》과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비롯해, 얼마 전 작고한 심리학자 올리버 색스의 저작과 보르헤스의 소설 등에서 인생을 사색하게 하는 화두들을 엮어서 새로운 논픽션으로 탄생시켰다. 그 화두들은 청춘, 사랑, 죽음, 결혼, 희생, 의지, 모험, 운명, 우연, 직업, 승부, 기억, 의리, 우정, 불운, 도전 등 다채롭고 보편적인 인생의 주제들이다.
기자 출신다운 철저하고 세심한 사실 확인과 빠른 호흡, 소설가다운 극적인 진행, 생존자의 육성을 담은 단순한 건조체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유려한 묘사의 배합, 쉬우면서도 사유적인 문장에서 독자들은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극진한 ‘문학 논픽션’(Literary Nonfiction)’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