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한민국 10만 인을 공부시킨
우리 시대 인문학 고전
『장정일의 공부』 다시 읽기!
2006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대한민국 10만 독자를 공부시킨 우리 시대 인문학 고전 『장정일의 공부』가 출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만듦새의 개정판으로 재탄생했다. 요즘 서점가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부책’의 원조 격인 이 책은, 2006년 당시 80개 인문대 학장들이 선언한 ‘인문학의 위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많은 이들을 공부의 길로 이끌어 화제가 됐었다. 『장정일의 공부』는 지난 10년간 인문 분야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키며 책에 담긴 지식과 사유, 그리고 장정일식 인문학 독도법이 여전히 가치 있음을 증명해왔다. 이에 알에이치코리아는 출간 1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고자 가독성 높은 판형을 채택,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새로이 하고, 이중 표지로 소장 가치를 높인 2015년 개정판을 출간했다. 또한 초판에 없는 부록 ‘장정일이 공부한 책 목록’을 추가해 독자들이 언제든 목록을 보고 읽고 싶은 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투쟁으로서의 공부의 길을 제시하는 이 책이 좀 더 폭넓은 대중들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목차
머리말
잠 못 이룬 그 밤, 잠 못 이룬 사람
상한선을 찾아서
교양 ; 지식의 최전선
어느 역사가의 유작
전복과 역설의 ‘뻔뻔함과 음흉함’
문신 새긴 기억
이광수를 위한 변명
이것이 법이다
모차르트를 둘러싼 모험
미국의 극우파에 대한 명상
과두정이 온다
부서진 손잡이를 움켜쥐고
‘정형화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들
<영광의 탈출=""> 잊어버리기
오래되지 않았다
조봉암; 우리 현대사가 걸어 보지 못했던 길
철학의 오만
피해 대중과 ‘레드 콤플렉스’의 기원
바그너의 경우
촘스키와의 대화
우리들은 모두 오이디푸스의 가족이다
엘리자베스 1세 ; 영국사의 한 장면
2007년, 아마겟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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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정일
출판사리뷰
독서광 장정일의 ‘무지를 깨는’ 새로운 버전의 인문학 에세이
“정형화된 기억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라!”
장정일에게는 늘 ‘독서광’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 ‘중졸의 대학교수’ 등 그의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뜻밖에도 이 책은 장정일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 무지의 근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상급 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는 결점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한때 내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시인은 단지 언어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최상급의 지식인으로 분류되어 턱없는 존경을 받기도 하지만, 시인은 그저 시가 좋아 시를 쓰는 사람일 뿐으로, 열정적인 우표 수집가나 난(蘭)이 좋아 난을 치는 사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마흔 넘어 새삼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내 무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극단으로 가기 위해, 확실하게 편들기 위해, 진짜 중용을 찾기 위해! _「서문」 중에서
그는 중용이 본래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음을 뜻할 뿐이라고 비판한다. 중용의 미덕이 실제로는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장정일의 공부』는 ‘알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공부란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한때(청소년기)의 고역’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장정일에 의하면 공부는 좋은 사람/상식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주의 사회는 강압이 통하지 않는 의견과 의견이 부딪치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는 ‘나만 옳다’는 독단에 빠져 상대방의 개념과 논리에 귀를 닫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서로의 개념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며 서로 간의 차이를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민주주의는 기만과 독선에 병드는 것이다. 이렇듯 장정일은 우리가 잊고 있던 공부의 진짜 목적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공부의 가치를 격상시킨다.
그렇다면 장정일은 무엇을 어떻게 공부했을까. 문학가로 살며 정치나 사회 이슈에 큰 관심이 없던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국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궁금증을 풀고자 23가지 화두를 정하고 관련 책들을 섭렵하면서 사유의 확장을 시도한 결과가 바로 『장정일의 공부』에 담겼다.
예컨대 「교양; 지식의 최전선」에서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지적 능력 저하 현상과 대학의 교양 교육 부재 문제를 짚어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다치바나 다카시), 『두 문화』(C.P. 스노우), 『문학의 사회학』(에스카르피),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드워드 윌슨) 등을 함께 읽고 대학의 교양 교육 강화, 졸업정원제 실시, 과학 공부 장려, 대학의 독립성 확보 등의 방안을 조심스레 내놓는다.
그가 제시하는 23가지 화두는 모두 우리의 의식과 참신성과 창의력을 짓누르는 정형화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가령 「상한선을 찾아서」에서 장정일은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이덕일), 『우리가 정말 몰랐던 조선 이야기 2』(김인호/박훤), 『서얼단상』(고종석) 등을 아울러 읽으며 인조반정은 잘못된 쿠데타였다는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군약신강의 문치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같은 독재자를 갈망하게 된 것은 아닌지 묻는다. 송시열의 북벌론이 허구이듯 우리나라 보수 우익이 국부로 떠받드는 이승만의 북진통일론도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정말 몰랐던 조선 이야기 2』에서 발췌한 ‘한국 주류의 기원’에 대한 다음 문장으로 글을 끝맺는다.
오늘까지도 일제와 영합했던 서인 계열의 척족들이 일부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있다는 현실은 권력과 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불신과 혐오의 근원을 짐작케 한다. 「상한선을 찾아서」 중에서
「부서진 손잡이를 움켜쥐고」에서는 나치와 히틀러에 대해 깊이 알기 위해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안인희), 『나치 시대의 일상사』(데틀레프 포이케르트), 『바이마르공화국의 역사』(오인석) 등을 탐독한다. 장정일은 독일 사회민주당이 1차 세계대전의 참여를 놓고 분열된 것이 결국 나치의 암흑시대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바이마르공화국의 역사』 한 대목을 읽고서 (이념의 변별 없이 당명만 교체하는) 우리 정당의 계통발생 혹은 자기 복제를 떠올린다. 그는 부서진 손잡이를 움켜쥐고 아무리 문을 열려고 해 봤자 새로운 미래와 희망이 열리지 않는다고 탄식한다. 이들 정당이 이념이 아니라 지역적 지지 기반과 지역주의 성향에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시민들이 나치에 투표한 까닭을 레드 콤플렉스(=붉은 공포)에서 찾고서는, 자신에게도 레드 콤플렉스가 내면화돼 있으며 그것이 질서와 안정에 대한 중산층의 끈질긴 집착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깜짝 놀란다.
이 밖에 장정일이 공부한 내용을 주제별로 모으면 봉건성과 국가주의, 양심적 병역 거부, 역사 청산, 마키아벨리즘, 근대와 민족주의, 친일과 문학, 미국 극우파, 타성 앞에서의 법의 무력함, 시오니즘 등이 있다. 인물별로는 리쭝우, 마르크 블로크, 이탁오, 고미숙, 시마자키 도손, 무라카미 하루키, 이광수, 모차르트, 조봉암, 바그너, 촘스키, 오디이푸스, 엘리자베스 1세 등이 있다. 독자들은 장정일 식 인문학 독도 과정을 따라가면서 진보/보수/과두정/친일파/민주주의/전체주의 등 우리 사회에서 늘 논란의 중심이 되는 개념들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정확한 용어를 정립함으로써 정형화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공부의 길을 알려주는 『장정일의 공부』 다시 읽기!
『장정일의 공부』는 그 어떤 ‘책에 대한 책’보다 절실하게 독서의 힘을 보여준다. 그는 하나의 화두를 풀기 위해 수십, 수백 권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간다. 바로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장정일의 공부는 앞으로 나아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을 덮고 나면 더 읽고 공부하고 싶은 책들의 목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장정일식 인문학 독도법은 ‘공부의 기쁨’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공부 가운데 최상의 공부는 무지를 참을 수 없는 자발적인 욕구와 앎의 필요를 느껴서 하는 공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공부의 내용들은 그야말로 하나의 시안에 불과하고,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감히 ‘장정일의 공부’라는 제목으로 내놓는 것은, 원래 공부란 ‘내가 조금 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다 하면 당신이 할 게 뭐 남아 있는가? 그래야 당신이 ‘조금 하다’가 지치면, 내가 이어서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어 줄 젊은 독자들이, 내가 이 책에서 다룬 주제와 내용을 보고 나서 ‘여기서부터는 내가 더 해 봐야지’ 하고 발심(發心)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문」 중에서
이 책은 기존의 인문교양서와는 다르다. 대중이 가지고 있는 무비판적인 사유 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도전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짜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2006년 초판이 나왔을 때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당당한 문제의식에 눈뜨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배움과 공부에 대한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진정한 공부의 길을 알려주는 『장정일의 공부』 다시 읽기를 강력하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