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36개월간의 기록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6개월》은 ‘빛’을 통해 ‘공간’을 표현하는 경관 조명 분야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부터 집착하게 된 새로운 피사체, ‘햇살’이라는 딸아이에 대한 36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져갈 한 아이의 36개월 기억들을 사진을 통해 남겨줄 계획을 구상하던 아빠들의 논의에서부터 출발했다. 20년 후의 선물을 생각하며 단지 한 아이의 기억을 담아보려는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계획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아빠들은 ‘햇살’이라는 아이의 기억 속에서 자신들, 그리고 나아가 잊고 있던 우리 모두의 36개월을 보게 되고, 잊고 있던 그 당연한 기억들을 햇살의 기억을 통해 다시 꺼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햇살처럼 눈부시고 따뜻하며, 너무나 사랑하고 또 사랑 받았던 우리 모두의 36개월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기로 결정한다.
목차
1장
이것만 좋아했지 / 물에 빠진 날 / 위험한 건 아빠 / 걱정 마세요 / 발 마사지 / 과자를 가져온 아빠
까까 주세요 / 나 아기잖아 / 내가 안아줄게 / 분홍은 그만 / 할머니 이름은 어머니 / 아빠 저리가
2장
발도 자란다 / 의욕과 현실 사이 / 도와줘 / 두 밤 자고 가자 / 한 바퀴 돌고 / 병아리 같은 오리
일어나 / 서로가 서로를 기다린 날 / 회사 갔다 올게 / 소리치지 맙시다 / 안목은 아빠의 힘 / 모두 널 보았지
3장
엄마 배 속에서 / 나가 할 거야 / 둘 만의 시간 / 고래 보러 가자 / 아빠 뛰어 / 브이 해야지 / 아빠, 엄마를 만나다 내 맘대로 하고 싶어 / 병원 가기 싫어 / 엄마 화났어? / 토실이보다 멍멍이 / 내가 도와줄게
4장
팔 저려도 참는다 / 노란색 아니고 파란색 / 네가 나고 내가 너인 듯 / 시간이 없다 / 놀이의 시작
고민이 있어 / 햇살, 눈부시지
저자
송기철
출판사리뷰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36개월간의 기록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36개월》은 ‘빛’을 통해 ‘공간’을 표현하는 경관 조명 분야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부터 집착하게 된 새로운 피사체, ‘햇살’이라는 딸아이에 대한 36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시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잊혀져갈 한 아이의 36개월 기억들을 사진을 통해 남겨줄 계획을 구상하던 아빠들의 논의에서부터 출발했다. 20년 후의 선물을 생각하며 단지 한 아이의 기억을 담아보려는 계획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계획이 구체화되는 가운데 아빠들은 ‘햇살’이라는 아이의 기억 속에서 자신들, 그리고 나아가 잊고 있던 우리 모두의 36개월을 보게 되고, 잊고 있던 그 당연한 기억들을 햇살의 기억을 통해 다시 꺼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낸 햇살처럼 눈부시고 따뜻하며, 너무나 사랑하고 또 사랑 받았던 우리 모두의 36개월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기로 결정한다.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을.
지금 기억하지 못할 뿐,
36개월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특별했고, 소중했으며, 사랑받았다
이 책을 기획하면서 저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혹시 어릴 적 36개월 이전 일들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있느냐고.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아니. 전혀” 였다고. 모두들 왜, 분명히 존재했던 36개월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 책의 시작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아기 때의 순수한 감정, 생각, 그리고 즐거웠던 추억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아기 때의 감정을 기억하기에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실수와 상처를 감싸주어 더 큰 사랑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며, 기억이 있다면 아이 때 미처 몰랐던 부모님의 깊은 사랑과 그분들의 삶을 조금은 더 빨리 이해하고 감사의 마음으로 안아드릴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감정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는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36개월을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억 못하는 우리의 36개월 그 시간들 속에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서로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들이 참 많다. 우리가 그때를 기억한다면, 부모는 뜻만큼 전해주지 못한 관심과 사랑, 바쁜 일상에 함께하지 못한 순간들을 또렷이 기억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할 것이다. 아이 역시 부모의 희생과 사랑 가득한 36개월을 기억하고 철없던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그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들이 너무도 미안할 것이다.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친 저자는 비로소 ‘잊혀진 36개월’의 의미를 찾게 된다. 우리가 어릴 적 36개월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 기억을 아빠와 엄마에게 모두 맡겼기 때문이란 것.
잊혀진 기억 36개월을 채우는 또 다른 기억 36개월
‘햇살’이라는 한 아이의 36개월 기억을 담아내기 위해 저자는 ‘빛과 공간을 통해 대상을 담아내는’ 작업에 몰입한다.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어지는 담담한 감동은 ‘사진’을 찍었다기보다는 빛과 공간에 담긴 ‘스토리’를 찍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게 다가온다.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 책은 ‘36개월’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진과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저녁 시간 거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다른 세상에 있다. 아빠는 책을, 햇살은 블록놀이를, 엄마는 TV 드라마에 빠져 있다. 풍부한 감성을 지닌 엄마, 드라마가 슬펐는지 훌쩍이며 운다. 갑작스런 엄마의 눈물에 햇살은 블록놀이를 멈추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엄마를 쳐다본다. 그리고 슬그머니 일어나 엄마에게 다가가더니 두 손으로 엄마 목을 감싸며 말한다. “엄마 울어? 안아줘야겠다.” 햇살은 엄마에게 왜 우냐고 물어보지도, 울지 말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다가가 꼬옥 안아줬다. 아빠는 햇살에게 배운다. _ 70쪽, 내가 안아 줄게 중에서
이 책의 백미는 무엇보다 아이의 ‘36개월’을 우리의 기억과 연관시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36개월》은 우리들의 잊혀진 ‘36개월’을 잇는 교두보가 되어주고 있다. 흐르는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그저 사진과 글이라는 저장고에 담아 놓을 수는 있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36개월》은 ‘누구에게 의탁하느냐에 따라’ 잊혀진 기억이 아닐 수도 있다.
사진만으로도 보는 이에게 긍정적이고 행복한 에너지를 선사하며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것 역시 이 책이 지닌 매력이다. 책 전반에 걸쳐 따스한 햇살 속에 있는 듯 일관된 톤을 유지하며 보여주는 유쾌한 사진들, 특히 일상적인 빛과 공간을 절묘하게 활용하여 아이의 감정을 사진 속에 표현함은 유아 사진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감각과 해석을 느끼게 해준다. 예쁜 모습에 집착하거나 일관된 자세로 카메라를 향해 과장되어진 유아 사진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면 절제와 단순함을 바탕으로 한 빛과 공간 속 순간의 포착이 사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햇살의 모습을 통해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