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소(As)에서 아연(Zn)까지…… 모두 어디서 왔을까?
픽션보다 재미있는 원소들의 숨은 이야기
우리에게 ‘주기율표’는 갖가지 암기법을 동원해 어떻게든 외워내야 하는 딱딱하고 지루한 대상일 뿐이었다. 도무지 이것들에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자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도 마찬가지였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에게도 주기율표란 그저 네모난 칸에 원소기호를 적어 넣은 ‘단순한 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의 주기율표는 이전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원소기호 ‘O’에서 산소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연상하고, ‘Br’에서는 브로민이 아닌 화가 브론치노를 떠올린다. 나아가 어떤 다른 원소기호에서는 1950년대 은막 스타들의 이름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왜 아무도 이것들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을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주기율표를 중심으로 한 원소들의 숨은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그러나 책의 어디에서도 주기율표를 찾아볼 수 없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원소들을 주기율표에 나오는 순서대로 열거”하거나 “각 원소의 성질과 용도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다른 책에게 맡기겠다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원소와 화학을 다루고는 있지만, 엄밀히 말해 화학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원소에 얽힌 거의 모든 역사와 비밀을 집요하고 유쾌하게 파헤친다. 원소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자연 상태에서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누가 어떻게 이것들에 이름을 부여했는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친근하고 쉬운 문장으로 들려준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 1_힘
엘도라도
골든디스크를 넘어 플래티넘 디스크로
귀금속들, 명예롭지 못한 출발을 하다
황토색 얼룩
원소 거래인
카르보나리 중에서
플루토늄 촌극
멘델레예프의 서류 가방
액체 거울
chapter 2_불
설퍼호의 항해
소변으로 만든 인
초록 바다 아래에서
인도주의적 난센스
서서히 타오르는 불
라듐의 성녀
반유토피아의 밤을 밝히다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인 칵테일
태양의 빛
chapter 3_기술
카시테라이드를 찾아서
둔중한 납의 잿빛 진실
완벽하게 반사된 우리의 모습
월드 와이드 웹
아연을 따라
진부화
모두가 조개껍데기로 변하다
항공 우주산업의 용접공 조합
원소들의 행진
chapter 4_아름다움
색깔 세상의 혁명
외로운 크로뮴의 나라 미국
쉬제 수도원장의 사파이어색 판유리
상속 가루
혈액 속에 핀 무지개
크로뮴, 에메랄드에 초록을 선물하다
네온의 진홍 불빛
이세벨의 눈
chapter 5_흙
원소들의 보고, 스웨덴의 암석
유로퓸 연합
아우어리흐트
가돌린과 사마르스키, 모든 원소맨들을 위해
위테르뷔 광산
에필로그
도판 목록
주석
참고 문헌
저자
휴 앨더시 윌리엄스
출판사리뷰
만일 지금 주기율표를 다시 만들려고 한다면, 이번에도 역시 각 원소의 샘플을 포함시키고 싶겠지만,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이번에는 각 원소의 문화적 궤적을 추적하고 싶다. 나는 원소들이 인류 문명이라는 캔버스 전체에 무수히 많은 색깔을 남긴다고 생각한다. 숯과 석탄의 검은색, 분필과 대리석과 진주에 함유된 칼슘의 하얀색, 유리와 도자기에 사용되는 코발트의 강렬한 파란색 등이 장소와 공간을 초월하고 지리와 역사 전반에 걸쳐 대담하게 붓을 놀린다. 이 책은 원소들의 어제와 오늘을 추적하는 문화적 순례의 시작이다.
-‘프롤로그’에서
주기율표에 속한 수많은 원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사연과 이력을 갖고 있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다보면 우리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세계사 혹은 문화사가 성립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이 책이 마치 “인류학자가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주기율표”가 되기를 바랐다. 따라서 기존의 방식대로 원소를 분류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주제에 따라 다섯 개의 장을 구성했다. ‘힘’, ‘불’, ‘기술’, ‘아름다움’, ‘흙’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원소가 가장 가치 있을까?
돈과 권력을 만드는 원소들
로마 제국의 청동, 스페인의 황금, 영국의 철과 석탄처럼 제국의 힘은 언제나 원소를 소유하는 것에서 비롯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초강대국 사이의 균형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으로 유지됐다. 1장인 ‘힘’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축적되고, 통제력을 발휘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던 원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황금(Au)’은 고대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 역시 ‘엘도라도’를 찾아 남미로 향했다. 스페인 탐험대는 잉카의 황제를 볼모로 붙잡아 잉카 제국을 지배하려 했다. 그러나 황제는 가로세로가 각각 6미터와 5미터에 이르는 이른바 ‘몸값 방’에 황금을 채워주는 대가로 자신을 풀어달라고 말한다. 결국 스페인 탐험대는 11톤에 달하는 황금을 얻어냈지만, 약속을 어기고 황제를 처형해버린다. 잉카 제국을 완전히 소유해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잉카 제국의 어디에서도 황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에도 콜롬비아의 무이스카 원주민들이 황금의 신을 달래기 위해 호수에 황금을 던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무가내로 호수의 물을 모두 빼낸 일도 있었다. 그러나 호수에서는 아주 약간의 금붙이만 발견됐다. 이 같은 이야기들에는 유럽인들의 탐욕과 배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황금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믿음이 깔려 있다. 어쩌면 현재까지도 황금에 대한 이러한 맹신은 깨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엘도라도는 현존하는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상상 속의 어딘가’라는 자명한 사실을 언제나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이 밖에도 강대국들의 거대한 무기가 돼버린 플루토늄(Pu)의 원소기호가 오줌이나 악취를 뜻하는 비속어 P. U.(peee-euggh)에서 비롯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플루토늄을 최초로 합성해낸 글렌 시보그는 단지 ‘작은 장난’이었다고 말했다.
1519년 3월 에르난도 코르테스가 스페인의 신세계 탐험대를 이끌고 출항했다. 열한 척의 배와 600여 명의 병사로 이루어진 코르테스 탐험대는 스페인 왕가를 위해 멕시코 본토를 정복하고, 이들의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 쿠바를 출발했다. 수차례 전투를 벌인 끝에 코르테스는 아스테카 왕국의 수도인 테노치티틀란에 도달했다. 아스테카의 제9대 황제인 몬테수마2세는 코르테스 탐험대를 환영했고, 엄청난 양의 황금도 선물로 주었다. 코르테스는 아스테카 왕국의 환대를 받는 동안 속임수를 써서 몬테수마 황제를 포로로 붙잡았다. 오래지 않아 아스테카 왕국은 멸망했고, 스페인은 멕시코 본토의 대부분을 통치했다. 그러나 아스테카를 정복했음에도 코르테스 병사들은 아스테카 사람들이 건네준 선물 말고는 금붙이는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 제국의 든든한 돈줄이 되는 멕시코 은광을 개발하는 것은 훗날 정착민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본문 29∼30쪽
연금술사의 소변에서 사상과 진보의 상징으로
인(P)은 정말로 ‘기적의 빛’일까?
2장 ‘불’에서는 타면서 내는 빛이나 부식 작용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원소들에 대해 말한다. 제발트는 소설 『토성의 고리』에서 “죽은 청어가 내는 이 빛”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죽은 청어가 빛을 내는지 직접 실험을 했고, 청어가 부패되기 시작한 이틀 후 밤에 청어의 대가리에서 실제로 빛을 발견했다. 이 같은 자연발화는 대체로 인(P)과 관련한 것이었다. 인을 최초로 추출했던 사람은 연금술사 헤니히 브란트였다. 그는 엉뚱하게도 자신이 찾으려는 황금과 황금빛 액체, 즉 인간의 소변 사이에 성스러운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다량의 소변을 모아 증발시키고 잔류물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증류할 때 생긴 증기가 괴기스러운 빛을 발산하며, 증기를 응결시켜 얻은 물질에서도 똑같은 빛이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이 우리 몸속의 어떤 물질에서 기인하는 ‘기적의 빛’이라고 믿었고, 이것이 황금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헤니히의 기대는 결국 물거품으로 끝났지만, 최초로 인을 추출해냄으로써 화학사에 족적을 남겼다. 이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지난 후 스웨덴 화학자 칼 셸레와 요한 간은 인이 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나아가 인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논의됐다. 키츠는 「라미아」라는 시에서 인을 태우는 램프를 최신 발명품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인은 점점 더 사상과 진보, 계몽의 상징이 돼갔다.
한편 브란트의 실험은 비록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새로운 원소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과학 이론을 최초로 문서화한 것이었다. 따라서 브란트의 실험은 내가 집에서도 당연히 따라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내 소변에서 인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본문 154쪽
나는 소변을 4리터 모아 증발할 수 있도록 뚜껑을 덮지 않은 채 정원에 내다놓았다. 처음에는 지독한 악취가 풍기더니 점차 메스꺼운 냄새가 퍼져갔고, 짙은 담갈색으로 변했다. 나는 벌레가 들끓는 징후가 없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썩은 소변에서 벌레를 끄집어내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내 소변이 ‘떠돌이’ 유기물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17세기의 실험에서는 필히 거쳐야 했던 반복 정화 단계 일부를 생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었다. 햇빛 아래에 몇 주 동안 내놓자 마침내 물기가 전부 증발했고, 톱밥 색깔에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결정체를 22그램이나 얻었다.
-본문 159쪽
영원히 성질이 변하지 않는 원소도 있을까?
수많은 원소의 상징을 통해 본 인간의 본심
3장 ‘기술’에서는 우리가 “납은 무겁고 주석은 저렴하며 은은 처녀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로댕의 걸작 「생각하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불편해 보이는 자세를 한 ‘생각하는 사람’이 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비밀은 바로 조각 내부에 납(Pb)으로 만들어진 평형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납은 부식하지 않기 때문에 납에 담긴 내용물은 영구히 보존된다. 따라서 시신을 보존하는 관으로도 자주 이용됐고, 나아가 운명과 몰락을 상징하기도 했다. 또한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납의 ‘예지 능력’을 기록했다. 구혼자들은 포샤와 결혼하기 위해 금·은·납 상자 중에 하나를 골라야 했다. 바사니오는 겉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납 상자를 선택함으로써 운명의 불가피성을 수용하고 비로소 포샤의 마음을 얻어냈다. 은(Ag)의 상징도 묘한 깨달음을 준다. 은이 ‘순수’와 ‘순결’을 상징하는 까닭은 물론 그 특유의 하얀 광택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은의 표면에 녹이 생기면 거무스름하게 변한다. 마치 타락한 인간에게 ‘검은 때’가 끼듯이.
납은 물리적·지적으로 중력의 실체를 보여준다. 또한 죽음과도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화학원소이기도 하다. 우리가 납빛 하늘이라고 말할 때 단순히 하늘의 색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력의 측면에서 볼 때 불가능한 이런 이미지는 비보다도 더 나쁜 불길한 무언가를 전조한다. 가령 어떤 세상의 운명이 뒤집혔다는 전조 말이다. 납으로 만든 연관은 전통적으로 교황과 왕들의 사체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됐고, 이유인즉슨 육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본문 284쪽
모네의 노란색, 반 고흐의 오렌지색, 마티스의 빨간색은
모두 카드뮴(Cd) 덕분이다?
4장 ‘아름다움’은 많은 원소들의 화합물과 다른 원소들의 빛이 세상을 어떻게 채색하는지 증명한다. 프리드리히 슈트로마이어가 카드뮴(Cd)을 발견한 것은 ‘색채의 예술’에서 가장 격렬한 혁명을 일으켰다. 화학과 약학을 공부했던 그는 약제로 쓰던 산화아연이 조제학적으로 알려진 성질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산화아연을 가열하자 처음에는 노란색, 그다음에는 오렌지색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는 이것이 누군가 ‘가짜 약’을 조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일련의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청회색 금속 덩어리가 남았고, 이것은 새로운 금속의 발견이었다. 슈트로마이어는 나아가 짙은 노란색을 띤 황화카드뮴을 만들었고, 이것이 파란색 안료와 잘 섞이는 특징을 강조해 화가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화카드뮴은 상업적인 안료가 됐다. 카드뮴의 발견은 그림의 색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지만, 반 고흐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것 또한 카드뮴 물감 때문인지도 몰랐다.
인상파, 후기 인상파, 특히 야수파 화가들은 카드뮴을 매우 유익하게 잘 사용했다. 혹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카드뮴이 이러한 일련의 예술 혁명의 원동력이었다. 새로운 색깔이 하나씩 등장함에 따라 모네는 노을빛 같은 노란색을, 반 고흐는 오렌지색으로 물든 아를 지방의 실내 풍경을, 그리고 마티스는 「붉은 화실」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반 고흐가 너무 가난해서 새로운 물감을 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비록 그가 더욱 독성이 강한 물감들을 사용했음에도), 카드뮴 물감 때문에 그의 정신 상태가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한 것은 반 고흐와 그의 동료 화가들이 갑자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하고 선명한 다양한 색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본문 381∼382쪽
원소들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흥미진진한 원소들의 문화사
마지막 5장 ‘흙’에서는 수많은 원소들이 왜 특정한 장소에서 발견되는지 밝힌다.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이러한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원소들의 보고’인 스웨덴으로 직접 날아간다. 이것은 우라늄의 핵반응으로 생긴 전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들의 집까지 전달해주는 구리(Cu), 이러한 전기로 작동하는 장치들의 형광면에 포함된 희토류, 인류 전체의 역사를 검은색과 흰색으로 채색한 탄소(C)와 칼슘(Ca)에서, 나아가 티브이 속의 식사 장면에서 나트륨(Na) 양을 계산하거나 셀레늄(Se)을 함유한 영양제를 챙겨 먹을 때에야 원소들을 떠올리듯이 원소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의존성이 지나치게 생물학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원소들은 우리의 주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실제로 스웨덴의 작은 마을 위테르뷔는 ‘순례지’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원소들이 발견된 곳이다. 그러나 이곳을 실제로 순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원소를 섭취하거나 기피하고, 파내거나 땅속에 묻을 것이 아니라 원소의 실체가 무엇인지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술과 문학에서 화실과 작가의 책상은 특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의 법칙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을 때 이들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렇게 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그가 가장 중요한 발견을 했던 케임브리지에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뉴턴이 잠시 머물렀던 링컨셔에 있는 그의 고향 집은 원한다면 누구도 방문할 수 있다. 정원에는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위대한 물리학자의 머리 위로 사과를 떨어뜨렸다는 유명한 사과나무에서 접붙인 나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사과나무에서는 중력의 법칙에 관한 뉴턴의 깨달음을 이해할 만한 아무런 실마리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사과나무일 뿐이었다. 나는 위테르뷔는 다르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쨌든 위테르뷔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몇몇 천재들이 우연히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또한 위테르뷔는 셰익스피어의 생가가 있는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도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집이 있는 도브 코티지도 아니었다. 이곳의 의미는 그 장소, 즉 지리학적인 특정 장소의 독특한 광석 구성에 있다.
-본문 506∼507쪽
수많은 원소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파헤친 이 책은 평면이었던 주기율표를 입체적으로 생동하게 만든다. 만약 화학 시간에 주기율표를 이런 방식으로 가르친다면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의 향연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곧 과학을 바라보는 가장 친근한 시선이자 이제껏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낯선 방식의 세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