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떤 사조로도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인 화가, 파울 클레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적으로 가장 번창했던 ‘벨 에포크(La belle epoqueu)’시대를 살았던 판화가 파울 클레의 판화집. 판화(에칭, 석판화, 색판화) 대표작 40점의 낱장 컬렉션과 1947년 초판 발행 당시의 MoMA 부관장이 쓴 유려한 비평 에세이, 현 MoMA 수석큐레이터의 작품 해설로 구성된 고급 장정의 소장본이다.
파울 클레는 피카소와 클림트, 칸딘스키 등 천재적인 예술가들로 넘쳐나던 그 ‘좋은 시대’에 창조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구축해냈다. 그는 기존의 미학 공식과 예술적 기교에서 탈피하여 개성 있고 해학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세계관을 뚜렷하게 내보였다. 미술에 음악의 리듬을 담아내고, 주로 내면을 주제로 삼았던 그의 작품들은 미래파나 입체파 등 특정 사조로는 규정할 수 없다.
특히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 판화야말로 그의 창조적인 예술혼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파울 클레의 판화 대표작 중 40점을 엄선하여 클레의 초기작부터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꽃피운 후기 작품들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세월과 함께 점차 변화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다.
목차
◈ 수록 판화 40점 리스트
Virgin in the Tree(1903)| Two Men Meet, Each Believing the Other to Be of Higher Rank(1903) | Comedian(1904)| A Man Sinking Before the Crown(1904) | The Hero with the Wing(1905) |Menacing Head(1905)| Two Nudes in the Lake(1907) | Garden(1910) | Railroad Station(1911) |View over a River(1912) | Street Children(1912) | At the Window(1912) | Garden of Passion(1913) | Little World(1914) | Little Castle in the Air(1915) | Destruction and Hope(1916) | Comedy of Birds(1918) | Three Heads(1919) | Insects(1919) | Dying Light(1919) | Potted Plants I(1920) | Giant Aphid(1920) | A Guardian Angel Serves a Small Breakfast(1920) | Saint of the Inner Light(1921) | Queen of Hearts(1921) | Hoffmannesque Scene(1921) | Tightrope Walker(1923) | Streamer at Lugano(1922) | The Witch with the Comb(1922) | Postcard for Bauhaus Lantern Party(1922) | Buffoonery(1922) | Vulgar Comedy(1922) | The One in Love(1923) | Ass(1925) | Singer of the Comic Opera(1925) | Juggler in April(1928) | Height!(1928) | Old Man Figuring(1929) | Never Ending(1933) | The Approximate Man(1931)
저자
파울 클레
출판사리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소장 중인
파울 클레 대표작 40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
MoMA와 알에이치코리아 공동제작 1000부 한정판, 아시아 최초 발매!
파울 클레의 판화(에칭, 석판화, 색판화) 대표작 40점의 낱장 컬렉션,
1947년 초판 발행 당시의 MoMA 부관장이 쓴 유려한 비평 에세이,
현 MoMA 수석큐레이터의 작품 해설로 구성된 고급 장정의 소장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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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A와 알에이치코리아, 모던아트를 통한 첫 번째 만남
파리의 퐁피두센터,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현대미술관으로 불리는 MoMA(뉴욕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는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보유하며 근현대미술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형성하고 있다. ㈜알에이치코리아는 MOMA 자체 출판사와의 단독 코에디션을 통해 모던아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이야말로 고갈되지 않는 기쁨으로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의지할 수 있는 예술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적으로 가장 번창한 때를 일컫는 ‘벨 에포크(La belle epoqueu)’. 파울 클레는 피카소와 클림트, 칸딘스키 등 천재적인 예술가들로 넘쳐나던 그 ‘좋은 시대’에 창조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구축해냈다. 그는 기존의 미학 공식과 예술적 기교에서 탈피하여 개성 있고 해학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세계관을 뚜렷하게 내보였다.
어떤 사조로도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인 화가, 파울 클레
1879년 스위스 베른에서 태어난 파울 클레는 유년시절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일곱 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열한 살에는 베른오케스트라에서 특별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비록 미술 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식지 않고 이어져 훗날 그의 작품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리듬을 종종 작품 제목으로 사용했는가 하면, 흡사 장기판 같은 구조를 묘사하며 그 속에 음악의 리듬을 담아내기도 했다.
클레는 뮌헨미술대학의 회화반에 입학했지만 학교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후 학교를 나와 동료와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길에서 접한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나 예술 작품들이 오히려 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홀로 작품 활동에 전념하던 클레는 1906년, 피아니스트였던 릴리 슈툼프와 결혼해 베른에서 뮌헨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여러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취향과 식견을 넓혀갔다. 1911년 클레는 칸딘스키, 프란츠 마르크, 아우구스트 마케가 속해 있는 청기사파에 준회원의 자격으로 합류했고, 이듬해 2월 청기사파의 두 번째 전시에서 자신의 그래픽 작품을 전시한다. 주로 내면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은 시대적 흐름과 분위기를 기록하던 미래파(Futurism)나 이미 존재하는 주제를 재해석하고 변형하는 입체파(Cubism)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1914년 튀니스 여행을 기점으로 클레의 작품세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프리카 문화 특유의 색채감에 매료된 그는 돌아오자마자 수채화 시리즈를 완성했고 점차 판화에서 회화로 작품 비중을 옮겨간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클레는 1920년 바이마르에 있는 미술 아카데미 바우하우스의 교수로 부임해 미술 입문 이론 등을 가르친다. 나치 정권으로부터 ‘퇴폐 미술’로 낙인찍힌 클레는 바우하우스 내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사직하고, 한동안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1933년 고국 스위스로 망명해 베를에서 요양하다가 1940년 6월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파울 클레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40점의 판화작
파울 클레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 판화야말로 그의 창조적인 예술혼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장르라 할 수 있다. 《파울 클레 판화집》은 파울 클레의 판화 대표작 중 40점을 엄선하여 클레의 초기작부터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꽃피운 후기 작품들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비록 초기작의 정밀한 윤곽선과 단단한 입체감에선 15~16세기 유럽 판화의 전통적 기법이 묻어나지만, 그는 미술 교육을 통해 익혔던 수많은 기법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했다. “삶을 규정하는 적대적인 양식이나 관념을 극복하자”라고 주장하며 시인들이 무의식에서 작업을 시작하듯 자신도 기존 유럽에서 발달한 여러 사조에서 벗어나 갓 태어난 아이처럼 백지 상태에서 작업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레는 창작의 목표를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열정”에 두고 인간의 생에 스며든 비밀스런 법칙들을 이해하기 위해 특히 자연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으며, 즉각적이고 본능적인 ‘우연’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작품을 형상화하되, 극도로 현실적인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해학과 풍자 또한 클레 작품세계를 정의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가 구사하는 위트는 자연스러운 데다 놀랄 만큼 다양하고 세심해서 받아들이기 쉽다. 예컨대 〈날개 하나 달린 영웅HERO WITH THE WING〉(도판 5)의 끝머리에 클레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날개 달린 영웅. 특별히 날개가 달린 존재라는 생각으로 그는 자신이 날 수 있는 운명을 지녔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추락의 원인이 되었다.” 작품 속 영웅은 이미 이전에 비행에 실패한 듯 한쪽 날개는 떼어져 나갔고, 한쪽 다리는 부목을 댄 채 나무의 그루터기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그루터기는 그 희비극의 영웅이 끝내 쓰러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버팀목과 같은 존재다. 클레는 일기에서 이 작품을 고대의 돈키호테를 떠올리며 완성했다고 밝혔다.
세월과 함께 점차 변화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지켜보는 것도 《파울 클레 판화집》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다. 1905년에 작업한 〈위협적인 머리HEAD OF MENACE〉(도판6)와 1919년에 제작한 〈초상화PORTRAIT〉(소책자 7페이지)는 두상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스타일 면에선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각각 동판화와 석판화로 매체가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위협적인 머리〉는 대부분을 정교한 해칭으로 표현한 반면, 〈초상화〉에서는 코의 윤곽과 특징을 네 줄의 심플한 선으로 대체했다. 이후 클레는 주로 질감이나 배경 무늬를 표현하는 데만 해칭 기법을 사용한다. 그밖에도 “나는 현재 검게 그을린 유리판에다 에칭 바늘로 작업하고 있다. 도자기 접시를 갖고 장난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라는 그의 일기에서도 알 수 있듯, 자신의 영감을 직접적으로 감상자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이용한 표현기법을 계발하는 데 몰두했다.
1912년 파리에서 1년가량 머무는 동안 피카소, 들로네 등 예술가들과 교유하면서 그의 예술관은 더욱 풍성해졌다. 그리고 튀니스를 여행한 이후엔 다색석판화 작업이나, 토속적인 물건들에서부터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 지방의 예술 등을 소재로 한 판화 작업을 이어갔다. 바우하우스의 교수로 부임하고 나서는 어린이와 정신질환자의 그림을 모티브로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아이 같은 천진한 잠재의식을 이제껏 닦아온 기술과 기법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1923년 이후로는 판화 작업 대신 회화에 더욱 몰두한다.
‘파울 클레의 가장 완벽한 컬렉션’을 보유한
뉴욕현대미술관과의 협업으로 펴낸 《파울 클레 판화집》
뉴욕현대미술관(이하 MoMA)과 파울 클레와의 인연은 깊다. MoMA의 초대 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는 클레의 작품을 특히 아껴 1940년 클레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석판화 중 하나를 처음 MoMA의 컬렉션에 포함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드로잉과 회화 작품까지 추가해갔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클레의 판화 컬렉션을 갖추는 것”이 MoMA의 포부라고 밝힐 정도로 클레의 판화에 지대한 애착을 보였고, 그 결과 MoMA의 클레 컬렉션은 클레의 판화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가장 훌륭한 집합체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1945년, 당시 MoMA의 관장이었던 커트 발렌틴이 《파울 클레 판화집(The Prints of Paul Klee)》의 초판을 발행했는데, 이는 허용된 범위 내에서 가장 크게 인쇄한 낱장 형식의 판화 40점에 그 당시 MoMA 이사이자 회화 및 조각 부분의 수장이었던 제임스 트롤 소비가 클레의 판화 작품세계에 대해 쓴 비평 에세이를 더한 것이었다. 이 책은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학문적인 가치 모두에서 그 우수성과 희소성을 충족시킨 최상의 아트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두 번째 개정판(1947년 출간) 이후 절판되어 최근까지 정가의 열 배를 호가하며 거래되기도 했다.
70여 년이 흐른 2013년 겨울, 그동안 추가된 MoMA의 클레 컬렉션을 반영하여 다시 세 번째 개정판이 탄생했다. 이 세 번째 개정판은 MoMA와 ㈜알에이치코리아가 공동제작한 1000부 한정판으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발매되어 그 출간 의의가 대단하다. 한중일 3개국어로 되어 있는 이번 아시아판을 계기로 아시아에서 클레의 위상이 새롭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분방한 자신의 작품세계만큼이나 관람객들에게 자유로운 해석을 기대하던 클레의 유쾌한 초대에 응하는 순간, 일상의 지점마저 상상력으로 독특하게 변형시키는 클레의 작품들을 통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자신만의 경험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나는 아주 보잘것없는 것을 창조하고 싶다. 아주 작은 조형적인 모티브를 구상할 예정인데, 어떤 기술도 구사하지 않고 연필 가는 대로 그려볼 것이다. 한 번의 좋은 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는 벌써 충족되었다. 작지만 진정한 액션 하나, 그리고 사소한 일의 반복이지만 결국 본연의 성과인 일들이 모여 내가 정말 의지할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될 것이다.” _1902년 파울 클레의 일기 중에서